▲ 권오현 민주주의 플랫폼 빠띠 대표
황금빛
다양한 방식의 민주주의와 실험 필요
먼저 '민주적인 삶과 문화를 만들다'는 주제로 권오현 민주주의 플랫폼 빠띠 대표가 연단에 섰다. 그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혁신할까 고민하다 민주주의 활동가들이 모인 협동조합을 시작으로 플랫폼 '빠띠'를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빠띠'는 불어로 'Parti' 즉 '파티하다' '정당을 만들다'를 뜻한다. '더 재미있고 즐겁게 사람들이 모여 정치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빠띠가 진행한 온라인 플랫폼 작업에는 '세월호 아카이브' '국회톡톡' 등이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타운홀 X 정책배틀' 등을 진행했다.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민주주의를 꿈꾸는 빠띠는 무거운 이슈만을 다루지 않는다.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캠페인까지 간 사례로 '쓰레기 덕질' 모임이 있다. 쓰레기 없는 1주일을 경험해보고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 이 모임은, 함께 경험하고 조사하고 아이디어를 내며 고민하다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으로까지 이어졌다. 제안과 토론, 행동, 공론의 형성이 이어진 셈이다.
빠띠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다양하고 특이한 모임을 볼 수 있는데, 빠띠는 이처럼 세분화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쉽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행동'을 취해야 할 때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와글'과 함께 '국회톡톡'을 만들어 신입사원과 복직자 연차를 보장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경험도 있다. 아직 성공하지 못한 경험도 있다. 프로젝트 정당인 '나는 알아야겠당'을 만들어 '한겨레21'과 함께 유전자변형식품(GMO) 안전표시제 통과를 위해 노력했지만 국회의 의지가 없어 아직 통과되지 못했다.
그는 '더 민주적인 세상'이라는 슬로건으로 서울의 공론장 '민주주의 서울' 플랫폼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천만 명이 살고 있는 시민들이 민주주의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을까' 고민 끝에 대표성과 접근성, 효능감이라는 원칙을 세웠다.
이에 따라 시민 누구나 쉽게 직접 시민제안을 올리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찾아가는 시민제안워크숍', 서울시의 정책에 시민이 참여하기 위해 시민이 일상에서 느끼는 것을 콘텐츠로 만들어 열린 토론회를 하고 공무원들에게 홍보하는 '서울시가 묻습니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세상이 더 민주적으로 바뀐다는 게 하나의 아이디어 하나의 플랫폼으로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여러 작업, 여러 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의 민주주의와 실험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도시에서 가능했던 마을 공동체 실험
다음으로 '도시에서 행복한 마을은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유창복 마을공동체 전문 민간위원이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7년간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을 펼쳤던 서울시의 노력과 결과물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울시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은 마을의 문제 해결을 위해 뜻을 같이하는 주민 3명 이상이 모이면 그들의 활동을 서울시가 지원해주는 것이다.

▲ 유창복 마을공동체 전문 민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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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 필요가 이웃의 필요가 될 때 내 문제가 해결"된다며 "동네의 필요가 되는 순간 내 문제 해결 수준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도시에서 마을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다.
어려운 점도 있었다. 주민들이 모일 때는 같은 뜻인 줄 알았지만, 이야기해보면 다른 점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우리가 왜 만났지?'라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공존하는 마음과 태도를 익히며 성찰적 태도를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나와 다른 차이에 대해 관대"해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창의적 대안이 나올 때까지 협업적으로 고민하는 태도가 생겨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를 갖는 것이 '시민성'이라고 했다.
7년 전 '도시에서 마을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많은 이들이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13만~ 15만에 이르는 서울 시민이 참여했다며, 동네에서 작게 열린 공론장이 100명~ 200명이 모인 동 단위 마을 총회 수준으로까지 성장하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주민들의 생활 세계 속에서 벌이는 민주적 공론장을 주민자치회에서 해보면 어떨까 하는 정책을 구상 중"이라며 "풀뿌리 민주주의, 동네 민주주의를 실현"하려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콘텐츠의 힘, 아는 동네를 낯선 공간으로
오전 세션 마지막 연사는 '동네가 미디어다. 도시가 놀이터다'는 주제로 연단에 오른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였다. 그는 동네를 기반으로 해 다양한 지역 청년들과 다양한 창작자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고 동네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 수 있을지에 관해 이야기했다.
홍 대표는 "기술 변화에 따라 도시행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스마트폰으로 어디든지 찾아갈 수 있는 세상이 동네를 변화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간 공유, 콘텐츠 중심 공간 마케팅, 라이프 스타일 등의 변화가 나타나면서 대도로 중심 상권에서 골목 상권으로의 변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도시로의 변화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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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최근 '망리단길' '황리단길' 등 소위 '뜨는 동네'들이 주목받게 됐다. 이러한 동네상권은 '누군가에 의해 큐레이션 됐는가' '누가 모이는 공간인가'에 대한 질문을 충족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홍 대표는 강조했다. 또한 "이제 소상공인이 크리에이터가 되는 시대"라며 "지역 거점으로 지역 상권이 발전할 수 있는 시대"라고 덧붙였다.
어반플레이는 동네 콘텐츠를 모으고 각 지역을 매니지먼트하는 일을 한다. 소규모 콘텐츠들이 대중소비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어반플레이의 '아는 동네'는 동네를 하나의 미디어로 보고 능동적 도시로 만들려는 노력이다. 예를 들어 오래된 빵집의 노하우나 숨겨진 이야기 등을 지역 창작자들이 소상공인들에게 의미 있는 콘텐츠로 만든다.
나아가 그러한 콘텐츠가 청년들에게 창업 기회가 된다면 일석이조다. 또한 어반플레이는 동네 숨은 이야기를 알려주는 리포터인 '로컬큐레이터'라는 직업을 만들어 상인들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일을 서울시와 네이버 협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는 동네'는 출판물로 만들어져 매거진으로도 판매되고 있다.
어반플레이의 작품인 문화공간 '연남동 방앗간'은 아는 동네를 낯선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방앗간'이라는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문화적 기능을 극대화하면서 사람들이 재미있게 참기름 등을 소비해보고 건강한 먹거리를 이야기해볼 수 있게 하는 공간이다. 또 강원도 삼척에 있는 '갈남마을'의 빈집을 활용해 관광객들을 위한 공유 공간으로 만드는 프로젝트 등도 진행 중이다.
홍 대표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것은 '쉐어빌리지'다. 지역을 기반으로 연계할 수 있는 공간을 연계해 지역 삶의 질을 높이려는 목적이다. 그는 "로컬콘텐츠 창작 기반의 지속가능한 동네 생태계 구축이 목적"이라며 "로컬 크리에이터, 로컬 스타트업으로 성장하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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