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만들고 담을 쌓아 올린 우리의 역사가 치유되기를 바라며.
밝은누리
오전 8시. 북한산 냉골매표소를 출발해 알록달록 물든 산을 타고 오른다. 발갛게 물들어 절정으로 치달은 북한산을 아이들도, 어른들도 힘차게 탄다. 냉골약수터를 지나 칼바위 위에 서서 뒤돌아보니 산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대동문에 오른 길벗들은 열 명, 스무 명 정도가 모이면 기도문을 소리 내어 읽으며 생명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드렸다. 어린이를 동반한 일부 길벗들은 대동문에서 하산했지만 백운대까지 힘을 내어 오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말을 맞아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백운대가 가까워질수록 자연스레 걸음이 느려졌다.
백운대 아래 하늘은 끝없이 열려 있었다. 땅도 경계가 사라졌다. 어디까지가 산이고, 어디까지가 서울이고 경기도인지 경계가 모호하다. 수없이 경계를 만들며 담을 쌓아 올리고 살아온 우리의 불행한 현대사가 치유되기를 바랐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사는, 행복하기 살기 힘든 이 땅에 평화가 임하기를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