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사관에 '10만인 서명 용지' 전달한 4·3 유족들

"4·3 국가 사과 15년 지났지만... 미국도 책임 물어야"

등록 2018.11.01 15:32수정 2018.11.0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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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4·3의 학살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한 날이다.

지난 2003년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가 확정되자 노 전 대통령은 제주도민들을 만나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써 과거 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들에게 사과"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15년이 지난 이날,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는 '4·3 학살에 미국도 책임이 있으니 사과하고 관련 조치를 취하라'고 외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어제(10월 31일)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아래 4․3범국민위) 그리고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는 4·3에 대한 미국과 국제연합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10만9996명의 서명이 담긴 서명지를 주한 미국대사관에 전달했다. 그러면서 4·3학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짚고, 합당한 조처를 요구했다.

이 단체들은 지난해 10월 17일 이승만 정부가 제주도 집단 학살의 시작인 초토화명령을 내린 날 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이 자리에서 '10만인 서명운동'을 선포했다. 

한 살 때 가족을 잃고 오랫동안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살았던 김춘보씨(4·3유족회 행불인협의회 호남위원장)는 "뒤늦게야 4·3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다른 유가족들과 함께 4·3운동에 참여하게 되었고, 이번에 서명운동에 힘을 쏟았다"며 국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가 미국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4·3학살에 대해 미국의 책임 조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장에서 김춘보유족이 4·3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국민들의 참여 호소 ⓒ 박진우

수업 시간에 4·3과 관련한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아 이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던 강서학생자치연합 회장 서지혜 학생(마곡중학교)은 "유족들의 아픔에 공감해 같이 4·3을 알리는 활동을 하게 되었다"며 "우리나라가 평화와 인권을 더 존중되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가 미국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4·3의 진실을 학생들과 공유한 선생님과 강서학생자치연합 학생들을 대표하여 서지혜 학생이 그간의 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 박진우

4․3범국민위는 주한 미국대사관에 서명지를 전달하기 앞서 성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제주4·3에 대한 미국의 포괄적인 책임을 주장했다. 

"▲ 친일파 등용과 국내 정치세력의 폭력적 재편, 단독정부 수립 강행 등 미국의 점령체제와 점령정책과 1947년 3.1절 집회에서 미 군정 경찰의 발포로 인한 인명살상 ▲ 이에 항의하는 제주도민에 대한 무차별 연행 등 대탄압 ▲ 1948년 4월 3일 무장봉기 발발 이후 평화적 해결의 길을 거부하고 무력충돌의 격화와 대규모 희생을 낳을 수밖에 없는 강경진압정책 선택 ▲ 5.10 단독선거에서 제주도 2개 선거구 선거 무산 이후 제주지구 사령관으로 파견된 브라운 대령의 강경진압 작전 ▲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한국군에 대한 작전권을 갖고 있던 미 군사고문단이 1948년 가을 이후의 무차별 대량학살을 제어하기는커녕 초토화 작전에 직·간접으로 개입하여 학살을 부추긴 사실" 등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미국이 4·3에 대해 법률적, 정치적으로 책임져야할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가 미국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4·3학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관계자들, 왼쪽부터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강호진 위원장,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 혜찬 스님,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백가윤 국제팀장 ⓒ 박진우

4·3범국민위는 70여 년 전 주한미군이 작성해 본국에 보고한 문서 중 비밀이 해제된 문서에서 찾아 낸 내용을 강조했다. 미군정 제주지구 사령관인 브라운 대령의 발언인 "I don't care about the cause, my mission is to suppress only(원인에는 관심이 없다, 나의 사명은 진압뿐"이라는 내용을 공개하며 4․3학살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했다.
  

제주4·3 제70준녀 범국민위원회가 미국의 책임을 촉구하는 행위극 “I don’t care about the cause, my mission is to suppress only(원인에는 관심이 없다, 나의 사명은 진압뿐”이라는 미군정 제주지구 사령관인 브라운대령이 1948년의 말을 통해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하였다. ⓒ 박진우

세 단체는 "탈냉전 시대가 인권과 평화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냉전시대의 어두운 유산부터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 4·3학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 ▲ 4·3학살에 대한 미군정과 미군사고문단의 법적,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 ▲ 4·3학살에 대한 법적, 정치적, 도덕적 책임에 상응하는 피해회복 조치 시행 등을 요구했다.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가 미국의 책임을 촉구하는 행위극 “The U.S. must take responsibility for the jeju April 3rd massacre!(미국은 제주4·3학살에 책임져야 한다)”라며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하였다. ⓒ 박진우

이날 주한미국대사관에 10만인 서명지를 전달한 사람은 총 5명으로, 전달인 3명과 수행인 2명으로 제한됐다. 지난 4월 7일에도 미국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주한 미국대사관에 전달하기로 합의했으나, 협의한 인원이 초과했다는 이유로 수령이 거부됐다.


이들 세 단체는 주한 미국대사관에 10만인 서명지를 전달한 후 "4·3학살에 대한 미국 책임을 묻는 활동의 시작"이라고 밝히며 "앞으로 미국과 국제사회에 제주4·3에 대해 알리고 의제화해 나가는 사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가 미국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주한미국대사관에 10만인의 서명지 전달한 후 4·3학살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운동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설명하는 관계자들. 왼쪽부터 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강호진 집행위원장,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 김필문 대행,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박진우 사무처장,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정문현 전 회장, 제주4·3희생자유족회 김춘보 호남위원장, 제주4·3희생자유족청년회 김창범 회장, 제주4·3희생자유족부녀회 오정희 부녀회장,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허상수 공동대표, 제주4·3희생자유족부녀회 양유길 여성부회장,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 정연순 상임공동대표, 제주4·3희생자유족회 오임종 회장 대행, 제주4·3연구소 허영선 소장 ⓒ 박진우

#미군정 #학살 #범국민위원회 #미국 책임 #제주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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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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