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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나무 가로수 길 은행나무 가로수가 노랗게 물들었다. ⓒ 윤병열
깊어 가는 가을 정취에 취해 은행나무 가로수 길을 걷는다. 멀리서 닭 울음소리, 까마귀 울음소리, 지나 가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가을은 색깔도 소리도 참 다양한 계절이다.
알싸한 가을 바람이 양 볼과 머리 주변을 상쾌하게 스치며 지나간다. 불어오는 바람 따라 나뭇잎들도 한잎 두잎 흩날리며 떨어진다. 지나는 사람들 표정에도 나뭇잎 느낌이 묻어 나온다. 심각한 듯하면서도 낭만이 서려있다. 어제 저녁 그리고 오늘 아침 가을 풍경이다.
▲ 길에 떨어진 은행잎 은행나무 가로수 ⓒ 윤병열
▲ 떨어진 단풍잎 길 가에 단풍잎이 가득 떨어져 운치를 더한다. ⓒ 윤병열
문득 최영미 시인의 시 <선운사에서>가 떠오른다. 그렇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건 잠깐'이듯, 은행나무에 달린 노란 잎사귀들도 잠깐 사이에 떨어지고 만다. 잠깐 사이, 찰라의 순간에 떨어지는 은행잎, 가을 단풍의 특징이다.
마치 우리네 인생 살이를 보는 듯하다. 지난 세월 또는 올 한해를 돌아보면 그야말로 잠깐 사이에 봄 여름 지나 가을, 겨울 문턱까지 당도하고 말았다. 하루만에 떨어져 내린 은행 잎을 보며 든 생각이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은행나무 350살 은행나무 ⓒ 윤병열
▲ 은행나무 350살 은행나무 ⓒ 윤병열
▲ 밤에 보는 은행나무 단풍잎 길 위에 은행잎이 가득 떡어져 있다. ⓒ 윤병열
거짓말 같이 하룻밤 사이에 나무에 매달려있던 은행잎 대부분이 떨어져 내렸다. 가을이 다 지나가고 있다는 신호다. 곧 다가올 겨울 채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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