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존중' 없는 경제특별 충청북도

[주장] 경제성장과 반비례 하는 충북지역 노동자의 삶

등록 2018.11.13 15:09수정 2018.11.1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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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북도는 현재 노동인권과 관련된 조례가 하나도 없고 노동전담 부서도 없다. 이에 따라 노동계에서는 충청북도가 ‘노동존중’ 정책을 도입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충청북도는 현재 노동인권과 관련된 조례가 하나도 없고 노동전담 부서도 없다. 이에 따라 노동계에서는 충청북도가 ‘노동존중’ 정책을 도입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충북인뉴스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고민하는 충북의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의 연대체로 충북비정규직의 처우개선과 나아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충청북도는 노동관련 조례가 1개도 없는 '노동권의 불모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최근 각 지방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동시에 고용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하고 있음에 비춰볼 때 충청북도, 도의회, 지역 노동시민사회 모두가 반성적 평가를 도출하면서 개선의 노력을 해야 할 때입니다.

특히 '사회양극화 및 불평등 해소',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동존중' 등이 시대적 과제로 등장하고 있는 이 때에 충북도 및 의회, 지역노동시민사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에 운동본부는 지방정부의 노동정책의 필요성을 알리고, 제도와 정책마련의 디딤돌이 될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도민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3차례에 걸쳐 충북인뉴스 연속기고를 통해 관련 내용과 운동본부가 제안하는 조례의 내용을 전하고자 합니다. - 기자 말

 
 선지현 활동가(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
선지현 활동가(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충북인뉴스
최근 충북도가 국가산업단지 조성 후보지로 선정된 청주와 충주의 성공적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100년 먹거리를 책임지겠다는 충북도의 야심찬 계획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충북지역의 발전계획과 맞물려 충북도가 경제 성장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충북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니 충북은 최근 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5.76%로 전국 평균 2.98%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실질GRDp(지역내총생산)도 53.5조 원(2016년 기준)으로 연일 상승세에 놓여 있습니다. 높아지는 경제성장률만큼 도민의 삶은 나아졌을까요? 적어도 충북도민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삶은 전혀 개선되지 못했습니다.


지난 7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 모습'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오래 일하면서도 임금은 적게 받고, 4명 중 1명이 저임금 상태에 놓인' 사회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충북은 근로시간은 181.1시간으로 경북에 이어 2위고, 월평균 임금은 330만 원으로 9위, 산업 재해율은 전국 2위였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규모는 2018년 기준으로 21만 명으로 해마나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충북지역 전체 노동자의 1/3규모로 3명 중 1명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정부와 기업의 '성장해야 분배도 나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적어도 충북에서는 거짓이라는 걸 말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충북지역은 성장하는 지역경제만큼 비정규직도, 장시간 노동도, 저임금도 늘어날 것입니다. 도민들을 자연스럽게 의문을 갖겠지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경제성장이냐?' 고 말이죠. 충북도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충청북도는 현재 노동인권과 관련된 조례가 하나도 없고 노동전담 부서도 없다. 이에 따라 노동계에서는 충청북도가 ‘노동존중’ 정책을 도입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충청북도는 현재 노동인권과 관련된 조례가 하나도 없고 노동전담 부서도 없다. 이에 따라 노동계에서는 충청북도가 ‘노동존중’ 정책을 도입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충북인뉴스

심화되는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지방정부차원의 대책 필요

한국사회는 촛불항쟁으로 민주주의를 한 단계 높여나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이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성숙과 발전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 첫 번째 관문이 사회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저임금·비정규노동자들의 임금 소득을 늘려야 합니다.

전체 자영업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사실상 불안정 노동 상태에 있는 1인 자영업자들의 소득을 늘려야 합니다. N포세대로 불리고 있는 청년들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지자체 선거에서 후보들이 모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약속이 실현되려면 중앙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추진과 함께 지방정부도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합니다.

충북도는 100년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합니다. 충북도가 나서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정책 안에는 여전히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충북지역의 열악한 노동자들의 삶의 개선 문제는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문제만이 아니라 악화 일로의 고용의 질을 개선하는 정책이 추진되지 않으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에도 충북도는 오로지 '경제'만 얘기하고 있습니다.

지방정부 '노동정책'이 필요 

문재인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지방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일이었습니다.

충북도 및 시군단위 공공부문 비정규직 규모는 총 3470명으로 이중 293명만이 정규직(사실은 무기계약직) 전환을 완료했습니다. 이는 전체 비정규직 규모에 8.44%에 불과합니다. 다른 도와 비교해 볼 때 부끄럽기 짝이 없는 결과였습니다.

생활임금제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각 광역시·도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산업재해율도, 근로시간도, 기업들의 부당노동행위나 불법행위도 모두 지방정부의 관리감독 여하에 따라 많은 차이를 드러냅니다.

이를 모두 고용노동부의 책임만으로 돌리기에는 '지방분권'을 그토록 강조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무책임한 행정입니다. 물론 지방정부의 노동정책 마련은 쉽지 않은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앙집권적 행정체계의 역사와 관행이 지속되고 있어, 노동정책은 국가사무 영역으로만 인식'되고 있습니다.

충북도를 보면 노동정책을 주무로 담당하는 부서가 부재하고, 일자리 정책 내부에 노사협력팀이 있는 게 전부입니다. 법제도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할 수 있는 부서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는 이 오래된 낡은 관행과 인식을 바꿔낼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는 몇 년 전부터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각 지방정부들은 노동관계 법령이 포괄하지 못하는 내용을 지역의 실태에 맞는 조례 제정을 통해 마련함으로써 지역 공공/민간에 노동자 권리 보장을 위한 각종 사무 및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 경기, 충남, 대전, 광주 등에서는 '지역 노동자 권리보호 및 증진을 위한 조례'를 만들어 지방정부의 노동정책을 준비해나가고 있습니다. 생활임금제도,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보장제도 역시 12개 광역시도에서 조례제정을 통해 공공부문에서부터 모범적인 사용자로서 기본적인 정책을 추진해나가고 있습니다.
 
 충청북도는 현재 노동인권과 관련된 조례가 하나도 없고 노동전담 부서도 없다. 이에 따라 노동계에서는 충청북도가 ‘노동존중’ 정책을 도입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충청북도는 현재 노동인권과 관련된 조례가 하나도 없고 노동전담 부서도 없다. 이에 따라 노동계에서는 충청북도가 ‘노동존중’ 정책을 도입해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충북인뉴스

'노동권 불모지' 충북지역, 이제 변화할 때! 

충북도는 더불어 민주당이 3선을 하고 있습니다. 도의회 역시 32명 중 28명이 더불어 민주당 소속 의원들입니다.

이제는 행정과 입법 모두를 장악해 보수`우익세력의 핑계를 대기도 어렵습니다. 이제 지방정부의 운영 평가는 오롯이 민주당을 향합니다. 이는 촛불항쟁 이후 시대적 과제를 실현할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책임에 무게에 비해 충북지역 현실은 남루합니다. 노동관련 조례 하나 없는 '노동권의 불모지'라는 충북, 노동존중도, 불평등 해소도 말하기 부끄러운 지경입니다.

지금이라도 바뀌어야 합니다. 가장 먼저 충북도 차원의 노동정책이 수립돼야 합니다. 이를 위한 정기적인 노동실태조사 실시가 이뤄져야 합니다. 또한 정기적인 노동정책 수립(5년 단위)과 이행, 평가가 일관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동조사관 신설과 같은 충북도 내에 담당 부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는 구조(시스템)입니다. '노동자 권익보장위원회'를 구성해 충북도, 도의회 및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해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정책들을 생산하고 이행을 점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민주적 행정과 의사결정을 이뤄낼 수 있는, 지방자치가 실현될 수 있는 필수조건입니다.

민선 7기 이시종 도지사는 후보시절 비정규운동본부가 보낸 정책질의서 답변을 통해 생활임금 조례, 저임금·비정규노동자들의 권리보장을 위한 조례, 지역 노동자 권리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등에 찬성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도의회 역시 이에 대한 추진 의사를 가지고 있고, 지역노동시민사회 역시 그 어느 때보다 저임금·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정책추진을 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는 말합니다.

"여기가 로두스다! 여기서 뛰어라!"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 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충북인뉴스에도 실립니다.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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