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신병식' 면접 자세, 어떻게 보십니까?

[의견] 굴종적 면접 자세 개선되어야 한다

등록 2018.11.28 13:48수정 2018.11.2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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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통계청은 지난달(10월) 고용동향'을 발표했습니다. 15∼64세 고용률은 61.2%로 전년 동월 대비 0.2% 포인트 낮은 수치라고 밝혔습니다. 반대로 '실업률은 3.5%로 지난해 10월보다 0.3% 포인트 올랐다'고 했습니다.

통계에서도 보듯 '고용은 감소하고 실업자는 증가하는 등 고용사정이 여전히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일은 하고 싶어도 취업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현상은 '사람을 채용하겠다'는 수요처는 한정되어 있는데 고용을 원하는 공급자가 넘쳐 나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의 현상이기도 하겠습니다.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현상은 좋은 일자리 일수록 더욱더 심화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흔히들 고용이 안정된 정규직에 급여와 복지혜택 등 근무환경이 좋은 큰규모의 기업을 좋은 일자리 라고 말합니다. '직원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겠다'는 기업에 채용을 원하는 구직자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한 일 입니다.

이 같은 현상은 역설적으로 고용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피 말리는 경쟁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절박함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기업은 고용을 원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는 만큼 마음에 맞는 사람을 골라 채용할 수 있는 선택의 여지가 넉넉하겠죠.
 

2009년 9월 7일~2010년 3월 19일까지 방영되었던 <지붕 뚫고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 미래의 88만원 세대 백진희가 인턴으로 취직을 하기 위해 면접을 보고 있다. ⓒ MBC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1차 서류전형, 2차 필기시험, 3차 최종 면접 등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거처 사람을 골라 채용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기 때문입니다. 채용을 원하는 구직자가 넘쳐나다 보니 그중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을 골라 채용하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과잉공급을 악용한 채용까지 당연지사로 치부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미 사회 문제화되어 새삼스러운 사례지만 '학벌이 왜 그래?' '부모님은 뭐 하시노?' '결혼은 했고?' 등등 시시콜콜한 사생활까지 들먹이며 구직자들의 인격을 모욕하는 면접 과정까지 합리적인 채용절차라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구직자에 대한 면접관들의 고압적인 자세를 풍자한 모습 ⓒ shutterstock

 
그렇지 않아도 면접관들의 구직자에 대한 고압적 자세와 인격모독성 발언이 사회 문제화된 지 오래입니다. 실제로 지난 10월 29일 취업포털 '사람인'이 구직자 4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불쾌한 면접관을 만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70.3%가 될 정도입니다. 온라인상에도 '불쾌한 면접을 봤다'는 후기가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실정입니다.

면접관 앞에서 남성 여성할 것 없이 허리를 꽂꽂히 세운 채 다리를 모으고 무릎 위에 양손을 가지런히 얹어 놓아야 하는 굴종적 자세도 문제입니다. 이런 자세만이 구직자의 올바른 면접 자세인지 의문이 듭니다. 죄 지은 것도 없는데 죄를 지은 것처럼 구직자 스스로 위축되게 만드는 이런 면접 자세가 과연 바른 자세일까요?
 

노동고용부 운영 구직 사이트 <워크넷 카드 뉴스> 면접 시 올바른 태도가 취업 합격을 만든다!에서 제시한 구직자의 올바른 면접 자세 ⓒ 워크넷

 
구직자들의 이런 자세는 80년 후반 신병훈련소에서 교육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은 어느 군부대 내무반( 지금의 생활관)에 들어가 취했던 내 모습을 떠 올리게 합니다. 당시 내무반에 들어가자마자 침상에 앉아 90도 허리에 살며시 쥔 두 손을 무릎에 얹고 고참들의 질문에 이병 OOO라고 했던 모습 말입니다.

당시 내가 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자대 배치를 받은 신병은 고참들 앞에서 복종의 의미로 그런 자세를 취해야 했었고, 그렇게 해야만 '군 생활을 원만하게 지낼 수 있다'는 일종의 본능적 생존법칙의 일환이었습니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한 장면, 군 이등병 시절 고참들 앞 내 모습 같다 ⓒ 용서받지 못한 자

 
이 얘기를 5년 전 군에서 제대한 조카에게 말하니 '삼촌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군대 생활을 하셨군요, 요즘 군대는 이런 군대가 아닙니다'라며 웃습니다. 폐쇄적이기로 유명한 군에서까지 이런 자세가 사라지고 없는데 하물며 민간 회사 면접장에서 아직도 이런 굴종적 자세를 요구하고 취해야만 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는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면접은 면접관이 구직자를 회사에 적합한 사람인지 판단하는 절차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구직자에겐 지원한 회사가 일할 만한 곳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수직관계 같지만 어찌 보면 '서로 간 동등한 관계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구직자가 면접관들 앞에서 70~80년 군대식 정자세로 작아짐을 강요받고 작아져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MBC 예능 5부작으로 재직 중인 김태호 PD가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음을 소개하면서 그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면접볼 때 앞에 방송국 국장님, 이사님, 사장님이 앉아 있지만 사실 제가 입사를 해야 사장님이지 떨어지면 그냥 동네 아저씨보다 못한 분인데 내가 왜 굳이 여기서 떨고 있어야 하나 생각했어요." ......
#기업면접 #면접관 #구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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