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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와 에세이의 차이점
'차이점'이라는 단어는 참 묘한 말이지요. 캐내려고 마음먹으면 한없이 찾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면서, 막상 정확히 짚어내자면 조금은 막연해지는 말이 '차이점'이니까요.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점이라는 것도 이와 비슷한 듯합니다. 일기와 에세이 사이에는 서로 간에 넘을 수 없는 큰 강줄기가 가로놓인 것 같다가도, 막상 그 강줄기가 정확히 뭐냐고 물으면 어디서부터 설명해야할지 막막하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일기와 에세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딱 하나, '주관적이면서도 보편적인 메시지가 있는지 여부'라고 생각합니다. 간혹 표현력이나 문장력, 또는 글의 구조나 형식 등을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러한 것들이 일기와 에세이의 진짜 차이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관적이면서도 보편적인 메시지'라 언뜻 보면 말장난 같죠. 엄밀히 말하면 '주관성'과 '보편성'은 서로 이질적인 개념이니까요. 하지만 물과 기름을 섞듯, "이 어려운 것을 해내는" 작업이야말로 일기가 에세이로 변신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일기에도 있고 에세이에도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개인이 경험한 사건, 그에 대한 글쓴이의 생각과 느낌이죠. 한마디로 주관적인 이야기라는 점이죠. 반면 일기에는 없고, 에세이에는 있는 것이 있습니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 아니면 '오?' 그도 아니면, '흠…… 그럴 수도 있겠네' 등 나름의 반응을 자아낼 만한 메시지입니다. 읽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기존의 생각과 느낌을 살짝 비틀어주고 꼬집어주는 것이지요. 아니면 잊고 있던 생각과 느낌을 살포시 되살려주는 것이든가요.
비틀고 꼬집기이든, 묵은 때 털어내기이든, 어쨌든 둘 다 독자들에게 무엇인가 자극을 주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극이 뭇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삽니다. 개인적인 감수성이 보편적인 의미로 승화한 셈이지요.
간단히 예를 한번 볼까요.
"오늘은 그 사람과 헤어진 날이다. 낮에 그 사람과 스타벅스에서 만나 마지막으로 커피를 마셨다. 그냥 예전에 커피 마시러 멀리 데이트 하러 갔던 곳들이 살짝 생각났다. 이제 더 이상 그곳들을 갈 수 없다고 생각하니 왠지 아쉽고 슬픈 기분도 들었다. 딱히 많은 말을 나누지는 않았다. 그냥 조용히 몇 마디 나누다 헤어졌다. 마치 오늘 마셨던 쓰디 쓴 아메리카노 커피처럼, 이별은 언제나 이토록 가슴이 아프다."
이 글은 일기일까요, 에세이일까요? 보는 이에 따라 달리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일기 쪽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글쓴이가 이별을 겪은 상황, 그리고 본인이 어떠한 생각을 했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는 제법 충실히 서술한 편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뿐입니다. 이별을 겪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법한 생각과 느낌을 '개인적'으로 반복했을 뿐이지요. 그 어디에도 비틀기나 꼬집기, 묵은 때 털어내기 등은 없습니다. 주관적인 서술일 뿐,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의미거리를 제공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오늘은 그 사람과 마지막으로 동네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셨다. 한때는 우리도 먼 곳의 풍광 좋은 카페를 찾아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가격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에게 값나가는 커피를 사주며 상대의 호감을 탐색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그때 눈치를 챘어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점차 가깝고 편히 즐길 수 있는 카페를 들르며 각자가 마시는 흔하디 흔한 커피에 어느덧 서로 무관심해지기 시작할 때를 말이다. 커피에 대한 탐색이 끝났을 무렵 우리 사랑의 온도도 내리막길 중이었다. 많은 말은 필요치 않았다. 이제 이보다 더는 흔해질 수 없는 동네의 프랜차이즈 카페, 그리고 이 한잔의 아메리카노가 우리 이별의 징표였기 때문이다. 한때 특별했던 우리 사이도 여기 이 커피처럼 이제는 흔하고 편한 관계로 돌아가겠지. 왠지 모르게 오늘따라 커피가 유독 쓰다."
이것도 역시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그래도 위 글은 일기보다는 에세이 쪽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비록 이 글의 소재는 이전 글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커피', '카페', '헤어짐' 등이 소재죠.
그러나 이 글은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아까 봤던 그 글과는 다르게 꽤 의미심장합니다. 이 글의 화자는 '커피'와 '카페'에 빗대서 자신의 사랑이 얼마나 뜨거웠고 어떻게 식었는지를 설명합니다. 말하자면 '헤어짐'을 가늠하는 척도로서 커피와 카페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죠.
한없이 개인적인 감수성이지만, 왠지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표현입니다. 어느 누가 읽더라도 '아!' 아니면 '오?' 그도 아니면, '흠…… 그럴 수도 있겠네' 등 나름의 반응을 자아낼 만한 표현력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글을 읽은 뒤 커피나 카페를 글쓴이처럼 인용할 수도 있겠죠.
덕분에 이 글은 "아쉽다", "슬프다", "가슴이 아프다"는 얘기를 투박하거나, 성급히 던지지 않았습니다. 커피에, 카페에 그리고 둘만이 알고 있는 사연 속에 상징적으로 녹여냈습니다. 결국 우리는 화자가 만든 상징과 은유에 설득당하고, 화자가 의도한 분위기에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에세이의 출발은 개인적인 감수성입니다. 하지만 그 끝은 대부분이 새로워하거나 신선해할 만한, 그러고 '보편적인' 메시지여야 합니다. 비틀기와 꼬집기, 혹은 묵은 때 털어내기 등으로 자신의 개인사가 대중들에게 공통된 울림을 선사할 때 우리의 일기는 에세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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