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게 입구에 놓인 순례자 신발들알베르게는 많은 순례자들이 사용하는 공용공간이니만큼 상대를 배려하는 에티켓이 필요하다
정효정
① 순례길에서 한식대첩... 이제는 자중해야
알베르게에서는 많은 순례자들이 부엌과 욕실, 세탁공간, 거실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늘 다른 상대를 헤아리며 공용공간을 사용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한국 순례객들이 주로 독차지하는 공용 공간은 바로 부엌이다. 한식을 먹어야 힘이 생긴다는 사람도 있고, 또 모처럼 요리솜씨를 발휘해 다른 순례자들을 대접하려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냄비 하나만 있으면 되는 파스타와 달리, 한국 요리는 차려야 하는 가짓수가 많다는 것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밥이 있어야 하고, 또 밥만 먹을 수 없으니 국과 반찬이 필요한데, 그러면 가스 불을 세 개나 네 개씩 차지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요리를 했으면 요리에 사용한 도구들을 빨리 씻어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가뜩이나 밥을 하느라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 다음날 누룽지를 먹겠다고 그 냄비를 그대로 두면 그때까지 다른 순례자들이 쓸 수 없다. 일부 순례자들은 밥이 눌어붙은 냄비를 씻지 않고 그냥 두고 가기도 해서 일부 알베르게는 한국인이 오면 미리 주의를 주기도 한다고.
그리고 단체로 온 한국 순례객들은 대규모로 요리를 하는 경향이 있다. 앞서 언급한 삼겹살이나 부침개처럼 한번 요리를 하면 요란벅적하게 부엌을 점령하고 몇 십 인분의 요리를 하는 것이다. 물론 함께 순례하는 사람들이 다 가족 같고, 아들, 딸 같아서 좋은 마음으로 챙기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이렇게 대량으로 요리를 하는 경우 다른 순례자들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제안 : 긴 순례길의 여정에서 요리는 중요하다. 그러나 요리를 하되 가짓수를 줄여 가능한 한 간단하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순례길에 한식대첩 벌이러 온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중장년층의 여성 순례자들은 이 알베르게의 모든 한국인 순례자들을 다 거두어 먹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공용 공간을 쓰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배려하는 매너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