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오지마" 서울 자치구의 '집단 님비'

서울 강북구.강서구 등 6개구, SH공사에 매입임대주택 자제 요청

등록 2018.11.23 10:02수정 2018.11.2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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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거권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는 지난 21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매입임대주택 정책 개선을 요구했다.

주거권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는 지난 21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매입임대주택 정책 개선을 요구했다. ⓒ 참여연대

"특정지역에 저소득층이 집중되고 지역·계층간 불균형으로 인한 주민 갈등과 도시의 균형적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우리 구 재정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서울 강북구 도시관리국 건축과 공문 내용)

서울 강북구와 강서구, 도봉구, 중랑구 등 6개 자치구가 저소득층을 위한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사실상 중단하겠다고 선언해 논란이다. 이들 자치구는 도시 발전 저해와 복지 비용 증대, 주민 갈등 등을 이유로 이런 방침을 세우면서, '자치구의 님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강북구와 중랑구, 양천구 등 6개 자치구 "매입임대주택 자제해달라"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공사(아래 SH공사)는 강북구와 강서구, 도봉구, 중랑구, 양천구, 성북구 등 서울 지역 6개 자치구를 매입 임대 주택 공급 자제 지역으로 지정했다. 해당 자치구가 직접 요청했다는 게 SH공사의 설명이다.

매입임대주택 사업은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도심 내 다가구·다세대 주택을 사들여, 취약계층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매입임대주택 2362호를 공급했고, 올해 들어서는 1000여 호를 확보했다.

서울시는 내년부터는 매입임대주택 공급 규모를 5000호로 늘릴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자제지역'으로 지정된 6개 자치구에서는 향후 매입임대주택의 공급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자치구들 "저소득층 오면 재정부담, 주민 갈등 유발"
 

자치구들이 이런 요구를 한 목적은 '저소득층의 유입 방지'다.


주거권네트워크는 지난달 30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해당 자치구에 '매입임대자제 방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 자치구들은 저소득층을 위한 매입임대주택 증가에 따른 민원과 사회적 갈등, 복지 수요 증가가 우려된다며 거부했다.

아래는 해당 자치구청들의 답변이다.


"특정 지역에 저소득층 및 소외계층이 집중되고, 지역계층간 불균형으로 인한 주민 갈등과 도시의 균형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우리구의 재정 부담, 복지행정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강북구청)

"성북구 매입임대주택 비율은 서울시 전체보다 월등히 높아 주민간 갈등이 심하고, 지속적으로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성북구청)

"우리 구 매입임대주택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어, 지역간 불균등한 점이 있고 임대주택 입주민과 기존 거주민과 유무형 갈등 등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있다"(도봉구청)

"타시도로부터 저소득층이 계속 유입되고 있고, 그로 인해 우리 구는 총 예산에서 복지대상자를 위한 예산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강서구청)


박효주 참여연대 간사는 "답변 내용을 보면, 복지예산이 모자란다는 내용이 있는데, 지자체들조차 취약계층을 기피하고 있는 것"며 "지방 정부가 가난한 계층을 지원하기보다 자신의 지역에 거주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비난 받아 마땅하다"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도 "무시하기 어려워, 자치구와 협의할 것"
 

서울시와 SH공사는 자치구의 이런 요구를 무시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강행하기도 어렵고, 기초지자체단체의 권한에 대한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기철 서울시 임대계획팀장은 "매입임대주택 공급은 구청의 동의가 없으면 허가 받기가 어려운 경우도 생긴다"며 "서울시와 자치구가 상하 관계는 아니기 때문에,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구청을 무시하기 어렵고,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또 "(매입임대주택에는) 저소득층이 많아, 구청 입장에서는 부대비용이 발생해 일부 꺼리는 게 있다"며 "현재 상태에서는 구청 의견을 어느 정도 수렴하고, 설득 해가면서 진행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나 중앙정부가 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적절한 행정력을 확보해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효주 간사는 "주민들을 설득하거나 제도적인 대안을 만들지 않고, 자치구들이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은 집단이기주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며 "조례나 제도적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요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매입임대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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