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팀에 초등생 있다" 어른 싸움에 얼룩진 유아축구대회

[제보 취재] '초등학생 출전 팀' 우승에 상대 팀 학부모들 항의... 서울시축구협회 "공지 실수 탓"

등록 2018.11.28 09:37수정 2018.11.2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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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5일 마포구민체육센터에서 서울시 25개 구 대표팀들이 참가한 가운데 '2018 유아 축구교실 왕중왕전 축구대회’가 열렸다.
지난 25일 마포구민체육센터에서 서울시 25개 구 대표팀들이 참가한 가운데 '2018 유아 축구교실 왕중왕전 축구대회’가 열렸다.제보자 제공
  
어린이들 축제가 돼야 할 유아축구대회가 어른들 싸움으로 얼룩졌다. 지난 25일 마포구민체육센터에서 서울시 25개 구 대표 팀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2018 유아 축구교실 왕중왕전 축구대회'가 주최 쪽의 미숙한 대회 운영으로 뒷말이 나오고 있다.

대회를 주관한 서울시축구협회는 참가 선수 연령을 2012년 이후 출생한 7세 이하 유아로 제한했지만, 공지 전달이 잘못돼 8세 초등학생 선수들이 포함된 팀들이 일부 출전했고, 이 가운데 한 팀이 우승까지 했기 때문이다.

탈락한 상대팀 학부모들은 주최 쪽이 초등학생을 출전시킨 팀을 대회 규정에 따라 실격 처리하지 않았다며 항의하고 있고, 초등학생을 출전시킨 팀 역시 주최 쪽 공지 실수에 따른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초등학생 출전시킨 팀 실격처리 안 해" 항의에 "부정선수 빼면 경기 가능"

서울시축구협회와 양쪽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사건은 주최 쪽 실수에서 비롯됐다. 서울시축구협회는 지난 10월 초 25개 구 축구협회에 보낸 대회 공문에서 8세도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고 했다가 10월 15일쯤 뒤늦게 7세까지만 출전할 수 있다고 수정 공지했다. 유아축구대회에 8세 초등학생이 출전하는 건 적절하지 않고, 대부분 유아축구팀에 8세 선수가 없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서울시축구협회는 수정 사항을 공지하면서 양천구에는 알리지 않았다.

김상준 서울시축구협회 사무국장은 27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10월 초까지만 해도 양천구에는 출전하는 팀이 없어 수정 사항을 공지하지 않았다"라면서 "수정 공지 이후 양천에서 두 팀이 출전하기로 했는데 변경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라고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했다.

결국 대회 날 양천구를 대표해 나온 두 팀 가운데 A팀은 8세 초등학생들로만 팀을 구성했고 B팀은 8세 초등학생 5명, 7세 4명으로 팀을 구성해 출전했다. 두 팀은 각각 선수 7명씩 출전하는 조별 예선 리그 1차전에서 7세 이하 유아들로만 구성된 상대팀을 맞아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경기 도중 A, B팀 선수들의 월등한 체격 조건과 축구 실력을 수상하게 여긴 상대 팀에서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들 팀에 초등학생들이 포함됐음이 드러났다.

결국 두 팀 모두 1차전에서 몰수패를 당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몰수패를 당한 양천 팀들이 7세 이하만 출전 가능하다는 수정 공지를 받지 못했다며 주최 쪽에 강력히 항의하면서 대회가 한동안 중단됐다.


B팀 관계자는 "서울시축구협회가 참가선수 연령제한 내용을 전달하지 않아 양천구 대표로 출전한 두 팀만 피해를 입었다"라면서 "애초 8세도 출전 가능하다는 대회 공문을 확인했고 이후 7세 이하로 변경됐다는 정정 공지는 받지 못해 8세 선수들도 포함했다"고 밝혔다.

몰수패 뒤 7세 이하 5명으로 경기해 우승
 
 지난 25일 열린 '서울시 유아 축구교실 왕중왕전 축구대회' 우승 트로피
지난 25일 열린 '서울시 유아 축구교실 왕중왕전 축구대회' 우승 트로피
 
결국 주최 쪽은 경기장 안내 방송을 통해 연령 제한 공지 과정에서 자신들의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하고, 8세 선수만 있는 A팀은 실격 처리하되, B팀은 8세를 제외한 7세 선수들만으로 계속 경기를 할 수 있게 했다. 결국 B팀은 기존 7세 선수 4명에, 현장에 있던 6세 1명을 추가로 등록시켜 최소 참가 인원인 5명을 채웠다.

여기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후보 선수도 없이 5명으로 구성된 B팀은 7명인 상대 팀을 맞아 싸우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연전 연승했고, 결국 이날 우승까지 차지했다. 우승 트로피를 받아든 B팀 선수들과 학부모들은 기뻐서 기념 촬영까지 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상대 팀 학부모들 표정은 결코 밝지 못했다.

이날 대회에 출전한 다른 지역 유아축구팀 학부모 ㄱ씨는 "재미있게 진행되어야 할 축구 경기인데 규칙도 안 지키는 실격 팀으로 인해 다른 팀들은 경기를 포기하고 그냥 가버리는 사태가 벌어졌다"면서 "많은 경기 시간도 버리고 축구 분위기도 망쳐버린 경기였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ㄴ씨도 "(B팀) 선수 9명 중 5명이 자격 박탈로 인해 경기에 참여 불가능한데 경기를 진행하고, 대회 전 등록이 안 된 것으로 보이는 선수가 나왔다"면서 "협회 측의 실수로 시작돼 한 팀에서 끝났어야 하는 문제인데 왜 다른 팀까지 피해를 봐야 하나"라고 따졌다.

이날 대회 규정에는 '경기 도중 또는 종료 후라도 부정선수가 발각되었을 경우 성적에 상관없이 실격으로 한다'라고 돼 있고, '출전 선수는 참가신청에 의한 소속팀으로 출전 선수 명단에 등록된 선수만이 출전할 수 있다'라고 돼있다.

이에 김상준 사무국장은 "엘리트 경기와 달리 생활체육에서는 남은 리그나 경기가 있을 경우 부정 선수가 출전한 경기만 몰수패 처리하고 남은 경기는 부정선수를 빼고 계속 진행할 수 있다"면서 "B팀에서 추가 등록한 선수도 지난 20일까지 추가로 받은 선수 명단에는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다.

B팀 관계자는 "8세 선수 5명이 출전 못해 어쩔 수 없이 7세 이하 선수 5명만으로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탈락한 상대 팀 학부모 일부가 우리 팀 7세 선수들에게 와서 '너희 초등학생 아니냐'라고 추궁해 아이들과 학부모가 상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유아축구대회 #서울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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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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