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많이 마시면 혈중 페리틴(ferritin) 농도가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녹차는 커피와 달리 페리틴 농도를 낮추지 않았다. 페리틴은 우리 몸의 철분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철 저장 단백질로, 철분 결핍성 빈혈의 진단 기준이 되기도 한다.
전남대병원 예방의학과 신민호 교수팀이 2007∼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남녀 2만 7071명을 대상으로 커피·녹차 섭취 횟수와 혈중 페리틴 농도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이 연구결과(커피·녹차와 페리틴의 관계 : 국민건강영양조사(IV and V) 자료 이용)는 '전남의학저널'(CMJ) 최근호에 소개됐다.
커피의 섭취가 늘수록 남녀 모두에서 혈중 페리틴 농도가 감소했다. 커피를 하루 세 잔 이상 마시는 남성의 혈중 페리틴 농도는 92.2ng/㎖로, 하루 1잔 미만 마시는 남성(100.7ng/㎖)보다 적었다. 하루 세 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여성의 혈중 페리틴 농도도 28.9ng/㎖로, 하루 1잔 미만 마시는 여성(35.6ng/㎖)보다 적기는 마찬가지였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커피의 과다 섭취가 혈중 페리틴 농도를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었다"며 "녹차는 많이 마셔도 혈중 페리틴 농도에 특별한 변화를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페리틴은 일종의 체내 단백질로, 철분이 조직에 저장되도록 돕는다. 철분이 부족하거나 영양 상태가 좋지 못하면 페리틴 수치가 떨어진다. 정상적인 혈중 페리틴 수치는 30∼40ng/㎖로 알려져 있다. 페리틴 수치가 20ng/㎖ 이하이면 약간 부족한 상태, 10ng/㎖ 미만이면 결핍된 상태로 판정된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혈중 페리틴 수치가 떨어지는 것은 커피의 카페인이 몸 안에서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기존의 여러 연구에서 커피와 그 밖에 카페인 함유 음료가 철분 흡수율을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다. 커피와 햄버거를 함께 먹으면 철분 흡수율이 39%까지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는 철분 결핍성 빈혈 등 혈중 철분 농도가 낮은 사람은 커피의 과다 섭취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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