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의 아침남북정상회담 둘째날인 지난 9월 19일 오전 평양 주민들이 출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1994년 7월 9일,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저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느 상점 유리문 너머로 TV 속보를 접하고는 전쟁이 날까 겁먹었습니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친 이승복 소년의 이야기를 알았을 때는 어느 날 갑자기 '공비'가 쳐들어오면 어쩌나 겁먹기도 했고요. 그 시절 북한은, 북한 사람들은 괴물처럼 느껴졌습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남과 북이 다시 만나면서 '반공'이란 말은 기억 속에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가깝기엔 먼 당신'도 아닌 그냥 '먼 나라' 같았습니다. 정권 교체로 사회 분위기가 달라진 뒤에도 변함없었죠.
그런데, 거기에도 '사람'이 있었습니다. 신은미 시민기자의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처음 접했을 때 저도, 다른 독자들도 비슷한 반응이었습니다. 총 31편에 걸친 첫 번째 연재가 끝난 뒤에도 많은 사람들은 그의 글에서 만나는 북한을 알고 싶어 했습니다. 신 기자 본인도 북한과 그곳의 사람들을 더 알고 싶어 다시 방북했고, 또 기사를 썼습니다.
12월 20일, 다시 새로운 여행기가 시작됐습니다. 자칭타칭 '신은미 전담 편집기자' 김지현 에디터에게 새 연재 소개와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기사 읽기]
☞ 2년만에 찾은 신의주... 많이 달라졌구나 http://omn.kr/1fjo0
- 신은미 기자가 다시 여행기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엔 어떤 내용인가요.
"신 기자는 2012년부터 오마이뉴스에 북한 여행기를 연재해 왔습니다. 2016년 여름 북한 대홍수 피해를 돕기 위해 한국과 해외 등지에서 성금 약 4000만 원을 모아 재단을 설립하고, 쌀을 마련해 2017년 5월 중순 방문했는데요. 이번 여행기는 이 시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남북정세가 많이 풀렸다고들 하지만 북한 내부는 여전히 언론에 덜 공개됐잖아요. 2017년 기록이어도 지금의 북한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 올해는 아니었네요.
"네. 지난해 방문 이후 다시 가려고 했지만 대북제재(여행 금지 조치) 때문에 못 가고 있어요. 평창올림픽 때 방북하려고 했지만 또 무산됐고요. 여행 금지가 풀리면 바로 가겠다고 합니다."
- 김지현 에디터는 '신은미 전담 편집기자'로 불리는데, 어떤 인연인 건가요.
"어쩌다 그렇게 됐는데(웃음)... 신 기자가 자신의 북한 여행기를 남한에 공개하고 싶어서 시민기자제도를 운영하는 오마이뉴스를 택했어요. 저는 정말 어쩌다가 첫 글을 보게 됐고, 이후 6년 동안 신 기자의 거의 모든 글을 편집하게 됐습니다. 여행기만 88편이군요.
첫 글을 봤을 때는 '나 잡혀가는 것 아냐...' 했어요. 남한의 반공교육은 30대인 제게도 영향을 끼쳤죠, 지금까지도. 로동신문, 조선중앙TV 등에서 보던 북한이 아니라 일반인이 직접 보고 들은 북한 이야기라 뭔가 위험하다 싶었던 것 같아요. 게다가 그때만 해도 남북 정세가 최악이었던 이명박 정부 말기였으니까요. 하지만 연달아 글을 읽다보니 우리가 보지 못한 북 이야기라 가치가 있다고 여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