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재발방지" 약속한 여야... 지역에선 '예산 자랑' 일색

사고발생 태안 인근 서산 거리 살펴보니, "애도 분위기 알지만..."

등록 2018.12.23 19:06수정 2018.12.2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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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과 죽음의 외주화 중단을 촉구하는 범국민추모제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 부근 파이낸스빌딩앞에서 열렸다. 주최측이 준비한 고 김용균씨의 모습을 한 조형물이 청와대앞에 놓여 있다.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과 죽음의 외주화 중단을 촉구하는 범국민추모제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 부근 파이낸스빌딩앞에서 열렸다. 주최측이 준비한 고 김용균씨의 모습을 한 조형물이 청와대앞에 놓여 있다.권우성
 
지난 11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유명을 달리한 뒤 전국적으로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구의역 사고 이후 '위험의 외주화'를 예방하자면서 국회의원들이 여러 법안을 냈지만 처리가 더디자 시민사회의 분노는 정치권으로 향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하지만 김용균씨 사망사고로 대두되는 '죽음의 외주화' '위험의 외주화' 문제는 국회에서 공회전하고 있다. 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을 내놨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에서 제동이 걸린 상황이라 24일 상임위 소위, 27일 본회의 처리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전국적으로 김용균씨 추모 빈소가 설치되고, 추모객이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이 제대로 된 응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다.

태안 인근 서산 거리 현수막 살펴보니... 예산 홍보로 점철
 
 같은 사안을 두고 서로 자신들이 예산을 반영했다면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현수막이 같은 곳에 걸리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사진은 12월 22일 촬영한 것.
같은 사안을 두고 서로 자신들이 예산을 반영했다면서 민주당과 한국당의 현수막이 같은 곳에 걸리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사진은 12월 22일 촬영한 것. 신영근
 서산시의 한 지역에 내걸린 펼침막.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펼침막은 보이지 않았다. 사진은 12월 22일 촬영한 것.
서산시의 한 지역에 내걸린 펼침막.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펼침막은 보이지 않았다. 사진은 12월 22일 촬영한 것. 신영근
 
 서산시의 한 사거리에 내걸린 민주당의 예산확보 펼침막. 사진은 12월 22일 촬영한 것.
서산시의 한 사거리에 내걸린 민주당의 예산확보 펼침막. 사진은 12월 22일 촬영한 것. 신영근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태안과 멀지 않은 서산의 한 사거리, 같은 사안을 두고 민주당과 한국당이 서로 예산을 확보했다는 현수막을 걸어놨다. 서산 지역 길거리에서 정당 차원의 김용균씨 추모 현수막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시민사회단체의 추모 현수막만 있었다. 서산은 선거구상 태안과 같은 지역구(서산시태안군)로 분류된다.

거리 현수막에서 시민 사회의 요구와 정치권의 생각이 다름을 알 수 있다. 김용균씨 추모보다는 '지역구 예산 확보 홍보'에 주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12월 초 국회 예산안 통과로 인한 후속 홍보 작업의 일환이다. 

서산시에 설치된 현수막 중 김용균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현수막은 찾을 수 없었다. 산재사고가 발생한 태안군에서조차 거대 양당(민주당-한국당)의 추모 현수막은 없었다. 정당의 예산 확보 현수막만 보였다. 정당 차원의 추모 현수막은 서부발전 정문 옆에 설치된 정의당 서산·태안위원회, 민중당의 현수막뿐이었다. 
  
 서부발전 앞에 설치된 정의당 서산태안위원회의 추모 현수막. 사진은 12월 22일 촬영한 것.
서부발전 앞에 설치된 정의당 서산태안위원회의 추모 현수막. 사진은 12월 22일 촬영한 것. 신영근
  
"예산 확보 현수막은 경쟁적으로 걸더니..."

자신을 민주당 당원이라고 소개한 한 서산시민은 "예산 확보 현수막은 앞다퉈 달면서, 사람이 죽었는데 정말 이럴 수 있나 싶다"라며 "여야에게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생각 자체가 없는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말 사람이 먼저인 건 맞는지 씁쓸하다"라며 "추모 현수막 하나 다는 게 뭐가 어려운지 답답하고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노총 서산·태안위원회 신현웅 위원장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서산·태안에 내년 얼마의 예산을 확보했다는 현수막을 경쟁적으로 걸었다"라면서 "양심이 있으면 고 김용균 노동자 추모 현수막을 붙여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민주당 서산태안지역위원회 관계자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용균씨 사고 이후에 정당 정책 관련 현수막은 게시하지 않고 있다"라며 "당원을 중심으로 김용균씨를 추모하고, 추모문화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추모 현수막을 게시하지 않느냐는 비판은 알고 있지만, 추모 현수막을 특정해서 말하니 답변하기가 곤란하다"라고 덧붙였다.  


한국당 서산태안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김용균씨의 죽음에 대해 지역구 의원인 성일종 의원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직접 조문도 했다"라면서도 "김용균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분위기는 이해하지만, 아직 당원협의회에서 추모현수막은 검토된 부분이 없다"라고 밝혔다. 
#김용균 #태안화력발전소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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