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순에게 사회활동 기조가 된 동학사상

[무위당 장일순평전 31회] 장일순이 최시형 선생을 중요하게 생각한 이유

등록 2018.12.25 18:07수정 2018.12.2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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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형 추모비 건립 당시의 장일순 선생 최시형 추모비 건립 당시의 장일순 선생
최시형 추모비 건립 당시의 장일순 선생최시형 추모비 건립 당시의 장일순 선생모심과 살림 연구소
동학은 대단히 심오하고 원대한 민족종교사상이다. 하여 이를 압축하는 일은 쉽지 않다. 장일순이 동학의 생명사상을 설명한 것을 한 인터뷰어는 이렇게 정리했다. 

동학은 물질과 사람이 다같이 우주생명인 '한울'을 그 안에 모시고 있는 거룩한 생명임을 깨닫고 이들을 '님'으로 섬기면서(侍) 키우는(養) 사회적, 윤리적 실천을 수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한다. 자연과 인간을 자기 안에 통일하면서 모든 생명과 공진화해가는 한울을 이 세상에 재현시켜야 할 책임이 바로 시천(侍天)과 양천(養天)의 주체인 인간에게 있다고 한다. (주석 1)

1970년대 중반 이후 장일순의 활동의 기조는 동학정신(사상)의 실천에 기초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생명사상이 그 본질이었다. 시인 김지하가 감옥에서 나와 "선생님 운동의 방향을 바꾸셨더군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걸 자네 어떻게 아는가?
난 사실은 77년서부터 결정적으로 바꿔야 되겠다고 생각을 했네. 땅이 죽어가고 생산을 하는 농사꾼들이 농약중독에 의해서 쓰러져가고, 이렇게 됐을 적에는 근본적인 문제서부터 다시 봐야지. 산업사회에 있어서 이윤을 공평분배하자고 하는 그런 차원만 가지고는 풀릴 문제가 아닌데. 그래서 나는 방향을 바꿔야 되겠구나, 인간만의 공생이 아니라 자연과도 공생을 하는 시대가 이제 바로 왔구나 하는 것 때문에 이제 방향을 바꿔야 하겠다고 생각을 했지.
(주석 2)

장일순의 동학 특히 최시형에 대한 인식은 대단히 파격적이고 또한 사실적이다. "왜 그렇게 최시형 선생님을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에 대한 답변이다.

최시형 선생님은 우리 민족의 거룩한 스승 아닙니까? 그분이 안계셨다면 3ㆍ1만세운동이라든가 망국의 한을 갖다가 어디에 기초하고 뭘 할 수 없지 않았겠습니까? 그분이 계셨기에 손병희 선생이 계셨고, 또 3ㆍ1만세운동도 됐고, 또 하나는 아시아에 있어서 뭐냐하면 식민지 상황에 있던 중국이라든가 인도에도 커다란 각성운동을 준 게 아닙니까? 그래서 최시형 선생이 대단한 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주석 3)
 
동학 2대 교주 최시형 피체지 길목에 세워진 추모비와 장일순 선생의 글. 장일순 선생의 모심 사상(밑으로 기어라) 은 동학의 한울님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동학 2대 교주 최시형 피체지 길목에 세워진 추모비와 장일순 선생의 글. 장일순 선생의 모심 사상(밑으로 기어라) 은 동학의 한울님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동학 2대 교주 최시형 피체지 길목에 세워진 추모비와 장일순 선생의 글. 장일순 선생의 모심 사상(밑으로 기어라) 은 동학의 한울님에 뿌리를 두고 있다.동학 2대 교주 최시형 피체지 길목에 세워진 추모비와 장일순 선생의 글. 장일순 선생의 모심 사상(밑으로 기어라) 은 동학의 한울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최장문
 
장일순이 동학의 최시형을 부활시킨 것은 호기심에서 '역사인물 복원'의 차원이 아닌 그 정신과 철학을 복원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었다. 곧 생명운동이다. 

동학사상을 단지 잊혀졌던 지식의 복원이라는 수준이 아니라 그것을 오늘날 가장 필요한 삶의 실천적 원리로서 살려낼 수 있었다는 점에 장일순 선생의 커다란 공로가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상이건 그것이 살아있는 것으로 되려면 우리에게 사회적으로나 생태적으로나 건전한 삶을 꾸려갈 수 있는 정신적 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장일순 선생은 동학의 한울님사상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생명계의 모든 이웃들과의 조화로운 관계를 보증하는 생명사상으로 읽어내고, 이것을 현실의 사회생활에 적용하여 한 살림공동체운동으로 풀어내었다. 그렇게 하여, 우리 나름의 가장 실질적인 녹색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문화운동으로서 한살림운동이 원주에서 처음 실천에 옮겨졌던 것이다. (주석 4)

주석
1> 송향숙, <늘 깨어 있는 사람>, <생활성서>, 1990. 6.
2> 황필호, 앞의 MBC TV 인터뷰. 
3> 앞과 같음.
4> 김종철, <한살림운동과 공생의 논리>, <녹색평론>, 1992년 11~12월호, <나락 한 알 속의 우주>, 169쪽.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무위당 장일순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최시형 #동학사상 #한울님사상 #장일순 #김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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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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