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 '먹방'
사회적 요구와 압력을 바탕으로 정책은 만들어지고, 우리의 삶 구석구석 스며든다. 정책을 만드는 역할을 정치가 하는데, 문제는 한국 정치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못난 정치 때문에 많은 사람이 힘들지만, 청년은 더욱 힘들다. 한국의 청년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고용률이 현저히 낮고, NEET 비중이 높고, 졸업 5년 후 NEET 비율은 가장 높으며, 한국 내 전체 임금근로자에 비해서 비정규직의 비율이 높다는, 외부자성의 부정적 측면을 중첩적으로 가지고 있다(김영순 2017).2) 청년이 못난 정치를 바꾸기 위해 앞장서야 할 이유이다.
1) NEET : 니트족(직장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교육이나 훈련을 받는 상태도 아닌 젊은이) - 출처 : 네이버 사전
2) 참고문헌 : 김영순(2017) 청년노동조합운동의 복지 의제와 복지국가 전망(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를 중심으로)
정치를 바꾸면 청년의 삶은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첫째 청년에게 알맞은 정책이 만들어질 환경이 조성된다. 현재 청년들이 오랫동안 요구해왔던 '청년기본법'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는 청년 의제를 사명으로 정치하는 정치인과 정당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청년 운동가들의 헌신으로 청년 의제를 이슈화하고, 정책으로 만들어 왔다. 거버넌스를 확장하여 '사회적 조정' 기구에 참여하기도 한다.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강제할 힘이 거버넌스 기구에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서울시에서 실시하고 있는 '청년수당'과 같이 지자체 수준에서 큰 정책성과를 거둔 사례들도 더러 있지만, 청년들이 그토록 바라왔던 청년기본법 법안 하나가 제대로 통과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 사회적 수준에서 청년의 삶을 바꿀 정책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국회가 바뀌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선진적인 청년 정책이 만들어지는 유럽 국가들은 어떠한 정치 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여기에 해답이 있다. 바로 '비례대표제'로 만들어지는 선진적 민주주의다. *복지국가는 사회적 합의주의(social corporatism)에 기초한 거버넌스 체계가 제대로 작동되는 곳에서라야 비로소 순조롭게 발전해 간다(최태욱 2013). 정상적인 정치 구조라면 사회적 갈등이 발생했을 때, 사회적 조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고 그다음 합의 이행 단계인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참고문헌 : 최태욱(2013) 경쟁력을 위한 사회적합의주의 발전의 정치제도 조건(네덜란드와 아일랜드, 그리고 한국)
여기에 선진 유럽국가와 한국의 차이가 있다. 한국은 말 바꾸기 정치가 일반적이다. 정치인들이 특정 의제를 자신의 소명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1등만 하면 그만인 현행 선거제도 때문이다. 유럽은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포함한 정당들이 국회에 진출한다. 비례대표 선거제도는 1등뿐만 아니라 모든 정당이 득표한 만큼에 비례해서 의석을 나누어주는 제도이다. 한국에도 청년을 위하는 정당이 있다면, 사회적 요구의 크기만큼 큰 정치세력이 탄생하고, 비로소 말 바꾸기 정치가 줄어들 수 있다.
둘째는 청년의 정치 참여가 수월해진다. 1등만 당선되는 한국의 현행 선거제도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치 구조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사람, 재력이 있는 사람이 선출되기 쉽다. 청년정치가 필요하지만, 청년들은 사회적인 명망을 쌓을 시간도, 자신을 홍보할 재력도 부족하다.
반면, 비례대표제로 만들어지는 정치 구조에서는 소수정당들이 얼마든지 국회에 진출할 가능성을 갖게 된다. 따라서 유력인물 영입을 위해 공천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에서 성장한 능력 있는 청년들이 청년들을 위한 정치를 펼쳐가게 된다. 정당 정치 문화가 성숙한 유럽국가 곳곳에서 청년 정치 돌풍이 부는 것은 비례대표 선거제도로 조성된 정치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현재 한국의 정치 구조(를 만들어내는 선거제도)는 왜 청년에게 해롭나?
비례대표제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현재 소수정당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개혁 목소리가 높은 정치개혁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원리를 알기 위해, 현재 한국의 정치 구조, 즉 한국의 선거 제도를 먼저 알아야 한다.
한국은 '소선거구제'와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통해 국회의원을 선출한다. 앞서 간단히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소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의 후보만 당선되도록 한 선거제도다. 1등 한 사람의 득표가 과반을 넘지 않더라도, 1등이라면 당선자가 된다.
이런 소선거구제에서는 정당 지지율을 의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불비례성 문제가 발생하여 민심이 왜곡된다. 과반이 아니어도 1등만 하면 되기 때문에, 실제로 얻은 득표율에 비해 거대정당은 '과대대표'된다.
심한 경우에는 매우 적은 득표로 과반 이상 의석을 차지하기도 한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37% 득표로, 과반이 넘는 51%의 의석을 차지했다. 반면, 소수정당은 '과소대표' 된다. 20대 총선에서 정의당은 7% 이상 득표했으나 단 2%의 의석만을 얻게 되었다. 또한, 당선자가 아닌 후보를 지지한 표들은 모두 사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