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입소 두 달 만에 사망... "치료 제대로 못받았다"

유족 "진료기록부도 조작" vs. 요양원 "수사 결과 무혐의"

등록 2018.12.31 11:57수정 2018.12.3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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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 잘못이야. 내가 말렸어야 했어…" 

지난 10월 충청남도 아산시 한 요양원에 입소한지 두 달 만에 숨진 채 집으로 돌아온 故 손찬교 씨의 부인 진진아 씨. 진 씨는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유족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충북 청주시에서 아들과 함께 살았던 노부부는 몇 년 전 고향인 충남 아산으로 귀향했다. 남은 여생을 고향에서 함께 보내려했지만 고인이 무릎 고관절 수술을 받은 뒤 당뇨까지 겹치면서 진 씨가 홀로 남편을 보살피기 어렵게 됐다. 진 씨 역시 무릎 수술을 받아야 하는 등 건강이 좋지 못해 결국 가족회의를 열어 지난 8월 남편을 인근 요양원에 입소시켰다.

고인의 딸 A씨는 "아버지가 고관절 수술 까지 받으시면서 사실상 누워 지내시게 됐다. 엄마도 무릎이 많이 안 좋아 이렇게 두면 두 분 모두 병세가 깊어지실 것 같아서 부득이하게 아버지만 요양원으로 모시게 됐다"며 "타지에서 살고 있지만 가족들도 순번을 정해 매주 요양원에 갔을 정도로 아버지를 잘 챙겼다. 하지만 요양원에 모신 뒤 두 달 만에 돌아가시게 됐다"고 말했다.

유족의 설명대로 고인은 지난 10월12일, 충남 아산시 한 요양원에서 입소한지 두 달 만에 숨졌다. 부검결과 고인의 사인은 '대동맥박리' 대동맥이 파열되면서 진행되는 이 질환은 앞가슴이나 등 부위에 찢어지는 통증이 나타나는 등 상당한 고통을 수반한다.

유족 "제대로 된 치료 못 받았다"

이처럼 응급상황이 오기 전에 전조증상이 충분히 진행되는 병인만큼 사전에 제대로 된 치료가 있었으면 죽음까지 이르지 않았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 현재 청주시 한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고인의 아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된 직접적 사인인 대동막박리는 심한 고통을 수반하고 있다. 응급상황 전에 충분한 전조증상이 있는 질병인데 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실제로 당시 요양원에서 작성된 '건강관리기록부'에도 고인은 본인이 숨지기 5일 전인 10월8일 병원진료를 희망했다. 심지어 숨지기 몇 시간 전인 12일 오전에도 병원진료를 희망했지만 결국 가족 곁을 떠났다.

진씨는 "남편이 숨이 가빠오고 가슴통증을 느끼며 고통 속에 죽어갔지만 병원은 건강관리 기록부를 조작하는 등 제대로 된 관리를 하고 있지 않았다. 제때 치료만 받았어도 살 수 있었다"며 요양원에 문제를 제기했다.

수상한 건강관리기록부
 

고인이 사망한 뒤인 12일 오후에 약물 투약을 했다고 작성된 기록지. 간호조무사 서명란이 지워져있다. ⓒ 충북인뉴스



하지만 요양원에서 작성된 건강관리기록부를 보면 고인은 숨지기 하루 전인 10월11일, 병원에서 지정한 촉탁의 진료를 받은 것으로 기록돼있었다. 서류에 따르면 정상적인 치료를 받았다는 것이지만 실제 진료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촉탁의로 지정된 의사에게 찾아가 진료여부를 확인한 딸 A씨는 "의사가 직접 '그 환자는 진료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확인서가 필요하면 경찰이 요청할 시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해당 사건을 수사했던 아산경찰서는 이와 같은 확인서를 촉탁의로부터 제출받았다.

병원진료 기록이 담긴 고인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에도 병원 진료를 받았다던 10월 11일에는 아무런 기록도 남겨져있지 않았다. 진료를 받았다던 건강관리기록부가 사실상 조작된 것.

이 외에도 요양원이 작성한 건강관리기록부, 투약일지 등 각종 서류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요양원에서 작성된 투약일지에는 고인이 이미 사망한 12일 오후 5시30분에도 약을 투약한 것처럼 꾸며 놨다.

요양원 기록대로면 이미 사망한 사람에게 약을 투약한 셈.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작성돼야하는 건강기록부에도 고인이 이미 사망한 뒤인 13·14일에 문제행동·낙상·탈수·통증 등 각종 상태 확인란에 문제없음으로 기록돼 있었다.

요양원 "환자에게 최선 다해... 수사 결과도 무혐의"
 

고인이 사망한 뒤인 13일, 14일에도 건강기록이 ‘문제없다’로 체크돼 있는 모습. ⓒ 충북인뉴스


이와 관련해 해당 요양원 원장은 "진료 기록과 건강관리기록부는 간호사가 관리하고 있어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환자에게 최선을 다했다"며 "유족이 경찰에 고발한 내용은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문제될 것이 없다"라고 밝혔다.  

이달 초 유족이 요양원 관계자들을 상대로 고발한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경찰은 "진료기록 등이 잘못 작성돼 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혐의를 입증하기는 힘들다"며 "요양원은 요양병원과 달리 의료 기록지 작성이 의무가 아니다. 의료진 역시 상시 진료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병원 과실을 증명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 받은 검찰 역시 열흘 만에 해당 요양원 관계자들을 증거불충분에 따른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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