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원 도서관저마다의 목표를 위해
신한범
그런데, 지난 주부터 마음이 편안해졌다. 젊은 친구들처럼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갈 것도 아니고 어학점수를 필요한 회사원도 아닌데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어학연수는 34년 직장 생활을 끝내면서 나에게 주는 선물인 것이다. 3개월간의 휴식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변화, 희망, 후회... 호주로 가는 한국 청년들
어학원은 격주로 학생이 입학한다. 계절에 따라 신입생 숫자는 다르지만 나와 함께 입학한 학생은 20여 명. 그중 우리나라 젊은이가 10명 정도. 군대는 아니지만 나이와 성별을 떠나 동기 의식이 생겨 그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Michael(마이클, 어학원에서는 영어 이름을 사용함)은 마닐라에서 바기오에 오는 버스에서 만나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20대 후반인 그는 호주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기 위해 직장에 사표를 내고 말레이시아에서 두 달 어학연수를 한 후에 다시 필리핀으로 왔다. 그가 신중한 표정으로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다음 주 호주로 떠나게 되어 송별회 자리라고 한다.
워킹 홀리데이는 나라 간에 협정을 맺어 젊은이들이 여행을 하면서 방문국가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특별히 허가해주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만 18세에서 30세의 젊은이를 대상으로 하며 1회에 한해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발급된다. 체류 기간은 1년이면 1년 연장할 수 있으며 관광 비자나 학생 비자와 달리 합법적으로 노동이 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뉴질랜드·대만·덴마크·독일·스웨덴·아일랜드·영국·오스트리아·이탈리아·일본·체코·캐나다·프랑스·호주·홍콩·헝가리·이스라엘 등과 워킹홀리데이비자 협정을 맺고 있다. 함께 저녁 식사를 한 친구는 모두 여섯 명이었으며 같은 날 어학원에 입학한 우리나라 동기들이었다. 3명의 젊은이가 두 달간의 어학연수를 끝내고 호주로 떠나는 것이다. 모두 우리나라에서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아 와서 필리핀에서 곧바로 호주로 떠난다고 했다.
이번 주 떠나는 세 명의 젊은이는 모두 20대 후반이었고 우리나라에서 직장 생활을 한 경험이 있었다. 그들에게 호주로 가야하는 이유를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뭔가 변화를 주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희망을 찾을 수 없습니다."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요."
그곳에 정착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거냐는 질문에는 모두 "언젠가는 돌아오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열심히 하면 기회가 있을 것인데!"라는 말이 입 안에서 맴돌았지만 입 밖에 내지 못하고 자리를 마무리했다. 필리핀 젊은이들의 꿈은 한국에 가는 것이고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꿈은 호주로 향하는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호주가 그들의 희망대로 기회의 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자리를 마무리 하였다.
추석 즈음에 마이클이 몇 달 만에 소식을 전해왔다.
"지금 세컨드 비자를 받기 위해 공장과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영어 때문에 힘들지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왕 시작한 것 꼭 성공해서 돌아가겠습니다."
그의 희망이 이루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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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연수 와서 영어 안 늘어도 마음 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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