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조 법원노조 노조원들이 11일 검찰 출석을 앞두고 대법원 앞 성명 발표를 예고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항의하기 위해 피켓을 든 채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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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사법농단 사건 피의자로 검찰 출석 조사 전 대법원에서 '대국민 성명'을 밝히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를 저지하려는 측과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사 전 대법원을 방문하려는 양 전 대법원장을 규탄했다. 이들은 '피의자 양승태는 검찰 포토라인에 서라', '양승태는 사죄하라', '양승태 구속'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사실상 대법원 정문을 봉쇄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예정대로 이날 오전 9시 경 대법원을 방문할 경우 이들과 충돌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석제 법원본부 본부장은 "보통의 피의자들은 검찰청에 조용히 가서 수사 받고 귀가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그러나 양 대법원장은 대법원 앞에 와서 기자회견을 하고 검찰에 출석을 한다고 하는데, 법원 구성원으로서 정말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자격으로 이 자리 오는 게 아니라 검찰 수사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오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대법 앞에서 자신의 입장 발표하겠다는 것은 전관예우 노리는 상황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양 전 대법원장의) 기자회견을 감싸주는 걸 보며 당황스럽다"라며 "양 전 대법원장이 입장을 밝히는 건 검찰의 포토라인이 돼야 한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 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원구성원고 법원본부 조합원은 이 상황을 결코 용납 못한다"라며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 안에 한발짝도 들어 올 수 없다. 기자회견을 반드시 막고야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민중당,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회원들은 이날 오전 8시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을 촉구했다.
이들은 회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은 강제징용 등 재판에 박근혜 정부의 입장에 맞춰 개입했음이 밝혀졌으며, 정책에 반대한 법관에 대해 불이익을 준 점도 확인됐다"라며 "사법부의 신뢰도 추락은 바로 이런 거짓으로 국민을 속이고 우롱하면서 확대되었다. 이 점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사법농단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야말로 사법부의 신뢰를 되찾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늘 검찰에 출두하면서,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히고 검찰 포토라인에 서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그 어떤 부끄러움도, 반성도 없이, 여전히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그의 주제 넘은 행태에 우리는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며 "더 이상의 후안무치한 행태를 중단하고 초유의 사법농단을 자행했음을 자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