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대표.
윤성효
- 탈원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공약이다. 요즘 경기 불황이 마치 '탈원전 정책' 때문인 것처럼 공격을 받고 있다. 특히 경남은 고리원전과 가까운 지역이고, 창원에 있는 두산중공업이 원전 관련 업종이다 보니 상공인들이 먼저 탈원전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는데.
"그렇다. 지난 2018년 12월 5일 창원상공회의소는 탈원전 정책 때문에 두산중공업과 280여개 관련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 탈원전 정책 때문에 실제로 일감이 줄었다고 보는지.
"그게 참 사실과는 거리가 좀 있다. 왜냐하면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원전이 줄어든 것이 없다. 지금 24기다. 고리1호기는 문재인 정부 이전부터 수명이 다한 것이고, 월성1호기가 겨우 중단됐고, 현재 5기가 건설 중인 것을 감안하면 현 정부 임기 내 28기가 된다. 다만 계획 중이던 6기가 백지화되어 기대 일감이 줄어든 것은 맞다."
- 원전 관련 업체의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고 하던데.
"원전 관련 업체의 주가가 지난 1년 동안 반토막 났다고 한다. 이것이 탈원전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해당 업체의 매출 부분 30%는 발전 설비다. 30%가 모두 원자력설비가 아니라는 말이다. 석탄과 가스복합, 풍력 등 모든 발전 설비를 포함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주가 전망을 보면 탈원전이 오히려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한다.
주가가 반토막 난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전 세계의 원전 중 절반을 건설한 '웨스팅하우스'가 파산 신청을 한 적이 있고, '아레바', '도시바'라는 업체도 경영 위기에 빠졌다. 원자력 수주가 점점 줄고 있고 건설비용이 치솟아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형 발전소는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가정마다 태양광으로 발전하고 남는 전기는 이웃집에 팔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과 전기 저장장치의 발달로 전기는 필요한 기업이나 개인이 만들어 사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대규모 발전 사업은 사양 산업이 될 것이다. 한국전력 사장은 몇 년 전에 '한전이 전기를 팔아먹는 시대는 끝날 것'이라고 이미 주장한 바 있다. 원전학자들도 원자력은 재생에너지로 가는 동안의 '브릿지 에너지'라고 주장했다."
- 원전 1기 짓는 데 얼마나 드는지, 계속 건설비가 증가한다고 하던데.
"우리나라 신고리 원전 5·6호기는 건설비용이 8조6000억 원, 그러니까 1기에 4조3000억 원이다. 그런데 영국도 원전을 짓고 있는데, 1기 건설비용이 13조 원이다. 미국 '서머' 원전은 2기에 12조 원으로 잡았다가 25조 원으로 늘어났다. 1기당 12조 5000억 원이다.
영국이나 미국은 거의 비슷하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제치고 수주한 터키 원전 4기는 당초 건설비용이 21조 원이었다. 우리나라와 비슷하냐? 이것이 지금은 50조로 늘어나 일본이 건설을 포기했다.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싸게 지을까? 그것은 안전 비용을 적게 잡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안전비용이 엄청 증가했다. UAE 원전도 안전비용 때문에 건설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얼마 전에 콘크리트 방호벽에 구멍이 나서 그것 보완하느라고 비용이 많이 들었을 것이다. 적자 안 볼 건지 걱정이다."
- 창원상공회의소는 전 세계 원전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탈원전 정책을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냈는데.
"확대되지 않았다. 현재 전 세계의 원전은 454기다. 그런데 장기 가동 중단된 원전을 제외하면 실제로 가동 중인 원전은 413기다. 2002년 438기에 비하면 25기가 준 것이다. 지난해 전 세계의 원전 총발전량은 불과 1% 증가했다.
전체 발전량 중 원전 비중은 10.3%인데 1996년의 17.5%에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전 세계 신규발전설비량은 257기가와트인데 그 중 원전은 불과 1기가와트다. 원자력이 외면 받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도 원전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 창원시의회는 지난해 12월 11일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 촉구 결의문'을 채택했는데.
"창원상공회의소가 지난해 12월 5일 탈원전 정책의 전환 촉구 성명서를 내자 1주일 만에 창원시의회에서도 같은 결의문을 통과시켰다. 여당과 탈원전이 당론인 정당의 의원수가 더 많았는데도 이탈표가 나와 가결되는 바람에 시민단체가 크게 반발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사과 성명을 냈다. 창원지역의 원전 관련업계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세계시장의 흐름에 역행하면서 원전을 확대하자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원전 건설 아닌 원전 해체 산업으로 가야"
- 그러면 원전 관련 업계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지.
"어렵더라도 재생에너지 산업이나 원전 해체산업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수출하기 어렵다. 우리가 수출할 나라가 없다. 중동 쪽은 에너지 때문에 원전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 목적이 다분히 있기 때문에 미국과 손을 잡기를 원한다. 중동 쪽에 우리가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전 세계 신규 원전의 절반을 건설하는 중국은 자기들이 건설한다. 유럽은 신규 건설이 거의 없다. 아랍에미리트는 그야말로 온갖 혜택을 다 주면서 억지로 수주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수익이 날지 손실이 날지 알 수도 없다.
시장 규모가 재생에너지의 1/10 수준인 원전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재생에너지 산업으로 돌려야 한다. 원전 해체 시장은 앞으로 무궁무진하다. 1000조의 시장이라고 한다. 전 세계의 원전 해체는 미국, 일본, 독일 세 나라가 독점하고 있다. 블루 오션이다. 풍부한 자금력과 최고의 IT 기술국가인 우리나라는 원전 해체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 우리나라가 원전 해체기술이 있는지.
"아직은 없다. 원전해체 기술은 건설보다 첨단기술이다. 핵심기술 38가지 중 28가지는 개발이 완료됐다고 한다. 우리나라 기술력과 자본력이면 충분히 해체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전 세계에서 해체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일본, 독일 정도라고 한다. 아직 우리가 뛰어들 기회가 있는 것이다. 고리1호기 해체를 앞두고 있다."
-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면 원전을 수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탈원전하면서 수출하는 것은 문제가 좀 있다. 우리는 위험 때문에 건설하지 않으면서 남의 나라에는 건설해 주겠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 다만 경제적으로는 가능하다. 미국이 30년간 원전을 건설하지 않았지만 수출했다.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5~7년 동안 원전을 가동하지 않았지만 수출했다. 프랑스도 원전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수출했다. 친원전파들이 '탈원전하는 국가의 원전을 누가 사겠는가'라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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