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 측근들이 전남 목포시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건물 다수를 매입해 논란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손 의원의 측근들이 건물 다수를 매입한 시점은 목포 원도심 일원의 문화재 지정 이전이다. 사진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전경.
연합뉴스
내가 손혜원 의원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16년 통영의 인간문화재 추용호 소반장의 공방지키기 농성장에서였다. 나는 전임 통영시장 김동진이 150년 된 추 장인의 공방을 허물고 도로를 내려는 것을 반대하는 싸움의 중심에 있었고, 그때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공방 지키기를 도왔던 이가 손혜원 의원이었다.
내가 문화재청장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는 국회기자회견을 할 때 손 의원도 함께 했고 그 결과 추 장인의 공방도 지켜지고 문화재(등록문화재 제695호)로도 등록됐다. 또 등록문화재의 문화재청장 직권 등록이 가능하도록 문화재 보호법(새행규칙)까지 개정시켰다. 그래서 손혜원 의원과 나는 문화재 지키기 운동의 동지다.
하지만 전임 통영 시장과의 싸움 덕에 나는 거처하던 동피랑 레지던시에서 쫓겨났었고 새롭게 거처가 마련된 곳이 바로 목포 원도심(현재 근대문화의 거리)이었다. 나는 여기서 또 목포에 왔던 손혜원 의원과 조우했고 그런 까닭에 손 의원의 목포와 문화재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손혜원 의원이 가족이나 보좌관뿐만 아니라 수많은 예술가들과 전문가들에게도 아주 적극적으로 목포 원도심의 낡은 건물들을 매입해 목포로 이주하도록 독려하는 것 또한 자주 목격했다. 폐가가 된 채 버려지거나 철거될 위기에 처해 있는 근대 건축물들도 지키고 쇠락한 목포 원도심도 재생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것은 목포 문화재 거리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되기 한참 전이었다. 손 의원은 측근들과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이 아니라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손 의원이 서울의 나전칠기 박물관을 목포로 이전시키기 위해 근대 건축물들을 재단에서 매입토록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 돈은 손 의원이 사재를 재단에 기부한 것이었다. 그 박물관에 나전칠기 장인들의 작업공간까지 만들어 장인들을 모실 계획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손 의원은 그 박물관을 통해 목포 원도심을 진정한 문화재의 거리로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국회의원이 끝난 뒤에는 목포로 이주해 목포와 문화재 살리기에 매진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목포 원도심 재생과 문화재 지키기가 부동산 투기라는 모함을 받고 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현직 국회의원이 그렇게 대놓고 투기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또 지인들에게 목포에 내려와 살 집을 사게 한 것이 어떻게 투기란 말인가. 원도심 재생에 크게 기여한 일이 아닌가.
진짜 투기 세력들은 따로 있다. 이 동네에서는 목포의 한 집안에서 근대 건축물 수십 채를 일거에 사들여 수리도 하지 않고 차익을 붙여 되팔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런 것이 진짜 부동산투기 아닌가. 박물관을 만들고 장인들의 작업장을 만들어 주고 거주하면서 찻집을 운영하는 것이 어찌 투기란 말인가.
손 의원과 나는 목포에서도 문화재 지키기를 함께 했다. 아파트 건설로 파괴될 위기에 처한 조선내화 목포 공장 근대 건축물을 등록문화재로 등록시키는 데 힘을 보탰다. 그 결과 건물 5동과 굴뚝 3기, 가마 등 설비 5기가 등록문화재 제707호로 등록됐다. 이 과정에서 손혜원 의원은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는 쪽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작년 지방선거 이후 건설업체와 재개발 조합이 조선내화 공장의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것들만 제외하고 나머지를 강제 수용해 다시 아파트를 지으려 했고 손혜원 의원은 이 과정에서도 아주 적극적으로 나와 함께 조선내화 지키기에 앞장섰다. 결국 손 의원은 또 아파트 건설 추진 세력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의 표적이 됐다. 손 의원이 자기 이익을 위해 투기를 목적으로 건물들을 매입했다면 목포에 적대세력을 만들게 될 조선내화공장 지키기 운동에 앞장섰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