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친구들, '인싸'가 되고 싶나요?

파주 가람도서관에 마련된 도서 컬렉션 '멋지게 인싸되는 법'

등록 2019.01.21 21:16수정 2019.01.2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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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시기는 부모에게 인정받는 것보다 또래 집단에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해지는 때다. 이른바 '인싸'가 되고 싶은 시기다. '인싸'는 인사이더(insider)가 변형된 신조어로, 인기 있거나 사교성 좋거나 잘 놀거나 하는 이를 가리킨다.

그런데 청소년들은 간절하게 '인싸'가 되고 싶어하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인싸'가 될 수 있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특히 어른들은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 시기는 그들의 부모와 거리가 멀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럴 때 도움이 될 책이 있다면 어떨까? 파주 가람도서관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멋지게 인싸되는 법'이라는 도서 컬렉션을 진행했었다. 이런 흥미로운 컬렉션을 준비한 가람도서관 김현미 사서와 그 취지와 책들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다.   
 
도서 컬렉션 멋지게 인싸 되는 법
도서 컬렉션멋지게 인싸 되는 법서상일
   
- '멋지게 인싸되는 법'으로 도서 컬렉션을 마련하니 눈길을 끄는데요. 어떻게 해서 이런 도서 컬렉션을 하게 되었나요?
"어떤 주제로 도서 컬렉션을 할지 늘 고민해요. 어느날 퇴근하고 라디오를 듣는데, '인싸되는 법'을 주제로 사연 공모를 하더라고요. 도서관에서 이 주제로 이용자에게 다가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초등 고학년과 독서 클럽을 하고 있는데, 이들 사이에서도 '인싸'에 관한 얘기가 종종 나와요. 그들의 관심사라는 걸 알 수 있죠. 얘기를 들어보면, 관심받고 싶어하고, 또래들 사이에서 이끌어가고 싶고, 표현도 자유롭게 하고 싶어해요. 한마디로, '사교성 좋은 친구' '리더십 있는 친구' '인기 있는 친구'로 인정받고 싶어하더라고요."

- 청소년 대상으로 미디어, 힙합, 언어생활, 오디션, 화장, 패션, 리더십 등을 다룬 책들을 뽑았는데요. 각 도서들을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먼저, 이렇게 책들을 고른 이유를 말하고 싶어요. '인싸'가 단순히 인기에 주목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거든요.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 또는 잘할 수 있는 일을 펼쳐나가고, 나아가 리더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야겠죠. 그래서 여러 방면에서 생각해 봤으면 하는 취지로 책을 뽑았어요. 

<힙합은 어떻게 힙하게 됐을까?> 이 책은 '쇼미더머니'나 '고등 래퍼' 등 힙합이 인기가 많다는 점, 그리고 랩이 노랫말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역할도 한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그렇게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골랐죠. 

<이젠 진짜 리더십이 필요해>는 '인싸'에 대해 넓게 생각해 볼 수 있어서 골랐어요. 단지 눈에 보이는 인기가 아니라,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로서 역할을 한다면 더욱 좋죠. 이 책을 통해 리더십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좋은 리더십과 팔로어십을 알 수 있어요. 


 
도서 이젠 진짜 리더십이 필요해
도서이젠 진짜 리더십이 필요해사계절출판사
 
- 예전에는 반장을 일방적으로 지정하고 따르게 하는 군대식 문화가 지배했는데, 지금은 학교에서도 민주적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이젠 진짜 리더십이 필요하게 된 거죠. 학교 과제를 할 때도 동아리 활동을 할 때도 리더십이 필요해요. 학교에서 개인 과제가 아니라 팀 과제나 공동 과제를 주잖아요. 사회생활을 할 때도 개인 업무보다 팀 업무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고요. 실용성과 함께 성찰까지 제공해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에요.
"이어서 <B끕 언어, 세상에 태클 걸다>는 10대의 비속어를 다룬 책이에요. 요즘 10대들이 쓰는 말을 '급식체'(급식 세대가 쓰는 언어)라고 하잖아요. 그것 때문에 세대 차이도 나고요. 10대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 왜 그러는지 학부모 분들도 같이 이해해 봤으면 좋겠어요. 물론 10대 또한 자신의 언어생활을 돌아볼 수 있고요."

- 10대의 언어생활을 들여다보며, 동시에 그들의 심리와 시대를 이해하는 창이 되어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람도서관 김현미 사서.
가람도서관 김현미 사서.서상일
  
"그리고 '인싸'가 되려면, 패션에 대한 자기 생각이 있으면 좋겠죠. 패션은 눈에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표현하는 패션>은 여러 패션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시대의 흐름도 같이 얘기하고 있어요. 지금 친구들이 패션으로 자기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시대가 반영된다는 점도 생각해 볼 수 있죠. 유행에 대한 추종이 아니라, 자기 패션을 펼쳐나가길 바라요.


이어 <슈퍼 아이돌 오두리>는 소설인데요. 여자 아역배우가 두 명이 나와요. 외모 콤플렉스도 있고, 경쟁자에 대한 의식도 있고, 그런 내용이거든요.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자기 매력을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줘요."

- 이송현 작가가 여자 아이들의 감정 싸움을 재미나게 그려냈고,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를 통해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작품이죠.
"네, 여자 아이들의 선호도가 높은 책이었어요. 그리고 요즘 10대들이 거의 다 화장을 하고 있잖아요. 무조건 막을 수는 없죠. <10대들 화장을 하거나 안 하거나>는 화장에 대해 이해를 돕고, 화장을 할 건지 안 할 건지 주체적인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에요.

이 책으로 독서 토론을 해봤는데, 첨예하게 의견이 나뉘더라고요. 있는대로 자신을 보여주면 된다, 화장을 하면 피부 트러블이 생긴다, 화장을 잘하면 자신의 매력을 더 돋보이게 해서 좋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도서 10대들 화장을 하거나 안 하거나
도서10대들 화장을 하거나 안 하거나지식과감성
  

- 이 책은 저자 고지원씨가 누나로서, 언니로서 10대들에게 따뜻하게 말을 건네요. 화장할 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조언을 주고 있다는 점도 좋았고, 부모와 갈등을 푸는 법도 조언해 줘서 좋아요. 
"마지막으로 <슬기로운 미디어 생활>은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를 많이 하고 있어서 골랐어요. 소셜미디어에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고, 부정적인 부분도 있죠. 장단점을 알고서 자기 의견을 표현할 때 잘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 이 책은 청소년이 봐도 좋겠지만, 학교 교사들에게 더 유용한 책인 것 같아요. 흥미로운 컬렉션이었는데, 도서관 이용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일단 컬렉션 제목을 보고 아이들이 발걸음을 멈추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 책 한 번 볼까 하고 책을 살피는 아이들도 있었고요. 대출 통계를 확인해 보니, 화장 책이 특히 관심을 받았어요. 다른 컬렉션에 비해 더 이용자의 눈길을 끄는 컬렉션이었던 것 같네요."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이 책을 매개로 우아하게 소통해 보길, 그리고 청소년들도 진정 멋지게 '인싸'가 되는 데 이 책들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인싸 #청소년 #도서 컬렉션 #가람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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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2002년, 오마이뉴스 2.22상 수상 2003~2004년, 클럽기자 활동 2008~2016년 3월, 출판 편집자. 2017년 5월, 이달의 뉴스게릴라 선정. 자유기고가. tmfprlansgh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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