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 서산온금지구 조선내화 부지 아파트 건설 관련 조합과 중흥건설 등이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검찰수사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5일 전남 목포에서 이뤄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장 국감에서 재개발 사업 조합원으로부터 항의받는 손 의원의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저는 아파트 개발을 바라는 분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더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고 개발 이익을 얻고 싶은 마음을 어찌 나쁘다고만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그 동네에 아파트 건설하는 것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제가 옳다고 믿는 것은 서로 상생하는 것입니다. 재개발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땅에 아파트를 지으면 되고 조선내화 공장 소유주는 자신의 공장을 지키면 그뿐입니다.
보통의 기업이라면 자기 소유 낡은 건물을 허물고 그 땅에 아파트나 빌딩을 지어 개발 이익을 얻으려 할 것입니다. 그런데 조선내화측은 개발 이익 대신 자신의 옛 공장이 문화재로 등록되길 원하고 있습니다. 공장의 원형을 보존하며 내화 산업 박물관과 복합 문화 시설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일부는 이미 문화재 등록을 했고 나머지도 문화재로 등록해 달라고 목포시에 서류를 접수했습니다. 참으로 희귀하고 본받을만한 일입니다. 아무튼 건설사나 재개발 조합 측의 아파트 건설 요구가 적법하고 정당하듯이 조선내화 측의 문화재 등록 요구 또한 아주 적법하고 정당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도시계획대로 아파트가 건설되면 조선내화는 자신의 땅 9000여 평 중 절반인 4200여평(1만 4076㎡)과 소중한 공장 시설물들을 강제수용 당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도시개발법 때문입니다. 도시개발법 22조는 "사업대상 토지면적의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를 소유하고 토지 소유자 총수의 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자의 동의"만 받으면 나머지 주민들의 땅을 강제 수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원치 않아도 땅이 적은 나머지 절반의 소유자는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단 얘기입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법이 지금껏 존속하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넌센스지요. 반드시 폐지돼야 할 권위주의 시대의 악법입니다.
그런데 중흥건설과 재개발조합은 이 법을 근거로 문화재 등록된 땅과 시설물을 제외하고 나머지 조선내화 옛 목포공장을 강제 수용해 아파트를 지으려는 겁니다. 남의 땅을 빼앗아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지요. 언론들은 이 상황을 재개발 조합과 손혜원 의원 간의 대립으로 보도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재벌기업인 중흥건설과 중소기업인 조선내화 간의 대립입니다. 재개발 조합이 아파트건설을 원해도 건설사가 발을 빼면 지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인 셈입니다.
물론 아직 법이 바뀌지 않아 이 또한 적법한 것이니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법대로 하면 됩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이 와중에서 자기의 자산을 지키고자 하는 조선내화 측의 권리가 무시되고 소중한 근대 산업유산이 멸실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조선내화 측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조선내화 옛 공장 전체에 대한 문화재 등록을 신청한 것이지요.
하지만 문화재청에 서류를 전달만 해주면 되는 목포시가 몇 달째 서랍에 넣어두고 전달하지 않고 있습니다. 목포시는 "조선내화 측과 재개발조합이 협의해서 문제를 풀어보라는 뜻에서 서류를 붙들고 있다"고 해명합니다.
목포시의 직무유기
물론 목포시의 곤혹스런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당사자들 간에 원만하게 합의가 돼서 문제가 해결 되는 것이 최선일 테니까요. 하지만 이들은 애초부터 화해 불가능한 상대들입니다. 자기 땅을 빼앗으려는 측과 빼앗기지 않으려는 측이 어떻게 원만히 협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목포시가 문화재 신청 서류를 몇 달째 붙들고만 있는 것은 직무유기에 다름 아닙니다.
문화재는 문화재고 아파트는 아파트입니다. 목포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문화재 등록 신청 서류를 문화재청에 전달만 하면 됩니다. 건설사와 재개발 조합의 법적 권리를 보장했듯이, 조선내화 측의 법적 권리도 보장해주면 그만입니다. 그래서 조선내화는 문화재를 보존하고 건설사와 재개발조합은 자신들의 땅에 아파트를 짓게 해주면 그만입니다. 그것이 공정한 태도가 아닐까요.
존경하는 청장님! 청장님께서도 조선내화 옛 목포 공장의 문화재 등록 지연 이유를 짐작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지금 상황은 녹녹치 않습니다. 목포시는 조선내화의 문화재 등록 서류를 붙들고만 있고 중흥건설과 재개발 조합은 강제 수용 뒤 철거하고 아파트 건설을 강행하겠다 공언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귀중한 근대 산업유산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이 엄중한 시기에 문화재청이 손 놓고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아파트는 아파트대로, 문화재는 문화재대로... 더이상 방치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