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원주한살림 생활협동조합 총회에서 격려사하는 장일순 선생92년 원주한살림 생활협동조합 총회에서 격려사하는 장일순 선생
무위당 사람들 제공
연세대학 원주캠퍼스는 여러 차례 장일순을 초청하여 강연회를 열었다.
1992년 5월 신학기에는 학장이 부탁하고 학생대표들이 찾아와 요청하였다. 그는 1991년 6월 14일 병마를 얻어 원주기독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투병중이었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요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강연에 나섰다. 연제는 「내 안에 아버지 계시고」였다. 그는 투병 사실을 숨기지 않고 서두에 털어 놓았다.
오늘 이 귀한 자리에 나와서 여러분들에게 말씀을 드리는 것을 굉장히 주저했습니다. 사실은 제가 근자에 앓고 있습니다. 내가 앓고 있는 뿌리를 찾아보니까 그동안 철없이 살아서 병이 났구나 하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철없는 이 사람이 열심히 착하게 공부하고 있는 여러분 앞에 나와서 말씀을 드린다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쑥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주석 1)
장일순은 청중이 학생들일 때에는 과학적인 논증의 내용을 담으면서도 경쟁보다는 협력, 상생의 원리를 역설하였다. 20세기 세계질서가 과도하게 넘친 경쟁으로 두 차례 세계대전과 이에 맞먹는 수준의 내전 즉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스페인내전이 일어나게 된 것을 뼈저리게 인식해온 그로서는 국내적으로나 국제간에 지나친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었다.
오늘 날까지의 경쟁문명은 서로가 어떻게 이용하느냐, 어디에 이용하느냐, 어디에 이익이 있느냐 하는 것으로 시작과 끝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며칠 전 신문에 지구의 온난 효과 때문에 바닷물이 상승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이며 산업문명이 만들어 낸 우주질서의 파괴를 실증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인간끼리만의 공생이 아니라 자연과도 공생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될 시점입니다. 그런데 오늘 찬송가 속에서도 말씀했지만 "모든 만물이 하느님 아버지의 나타나심이며, 생명의 나타나심이라." 이런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아버지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아버지가 있다"고 하는 등식(等式), 이것을 잘 이해해야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경쟁문화, 경쟁문명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언제나 모든 것을 일방적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주석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