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준 명절 선물의 정체를 파악한 순간 내 분노는 용암처럼 들끓었다. 사진은 본문 내용과 상관 없는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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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얼마 후, 아내가 어머니 생신 선물로 화장품을 고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구정이 얼마나 지났다고 화장품을 벌써 다 쓰셨대?"
"여보. 어머니가 자기한테는 절대 비밀이라고 했는데, 그 화장품 말이야, 유통 기한이 이미 지난 제품이래."
그래도 아들 회사에서 준 선물이라고 어머니는 그걸 버리지도 않고, 보관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단전 저 아래에서 분노가 용암처럼 끓고 있다는 걸 느꼈다. 우리 엄마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을 그들이 줬고, 심지어 내가 전달했다. 돈 쓰고도 욕먹는다는 게 이런 경우구나. 아, 돈 안 쓰고 재고 처리를 내부 고객에게 한 것이구나.
구정을 코앞에 두고 고객 만족을 외치던 회사였다. 그런데 "회사의 첫 번째 고객은 직원"이라는 말은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증발한 것이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 회사가 꼬박꼬박 월급을 지급해 주는 것에 무한한 감사를 느끼고 있다. 하지만 부부싸움은 큰 일보다 사소한 일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집보다 회사에서 더 긴 시간을 보내는 직원들 가족의 평화를 위해 조금만 더 따뜻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대해주면 안 될까. 그게 기업의 발전에도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선물'의 사전적 정의는 "남에게 어떤 물건 따위를 선사함"이다. 이중 선사한다는 동사에는 "존경, 친근, 애정을 나타내기 위해 남에게 선물을 주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결국 마음을 전하는 게 선물의 목적일 터. 일 년에 두 번 주는 명절 선물이 곧 기업의 마음이다. 어마어마한 명품이나 값비싼 보약이 아니어도 좋으니, 제발 유통기한 지난 것만은 피해주길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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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직 안 죽었다. 출간
찌라시 한국사. 찌라시 세계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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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지난 화장품, 명절 선물로 대방출한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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