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수도 있지만, 일단은 해봅시다

[서평] 이다혜,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등록 2019.01.26 16:03수정 2019.01.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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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이다혜 지음/ 위즈덤하우스/ 초판 1쇄 인쇄 2018년 10월 2일/ 13800원
책 표지이다혜 지음/ 위즈덤하우스/ 초판 1쇄 인쇄 2018년 10월 2일/ 13800원박효정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표현하며 산다.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하고, 이야기를 하고, 글을 쓴다. 다들 그렇게 자신을 표현하며 사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머릿속에 마구 얽혀 있는 생각, 감정들을 꺼내 어떤 식으로든 풀어 보고 싶었다. 나에게는 미술적, 음악적 재능도, 말주변도 없지만 글이라면, 써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특별한 도구도 필요 없고 펜과 노트, 아니 휴대폰만 갖고 있어도 글쓰기는 가능하지 않은가. 그래서 써 보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무슨 말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내 안에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수많은 말들을 꺼내 적기가 쉽지 않았다. 글쓰기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지은이는 이다혜 작가. <씨네 21>의 기자로 시작해 현재 편집팀장을 맡고 있으며, 팟캐스트 <빨간 책방>의 고정 게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글을 쓰는 만큼이나 남의 글을 읽고 고치고 수정을 요구하며 글쓰기를 배운 작가의 노하우를 아낌 없이 주는 책이다.

책에는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는 법, 소재 찾는 법, 주제 발전시키는 법부터 리뷰 쓰는 법과 연하장, 편지, 여행기, 업무상 글쓰기를 비롯한 일상적인 글쓰기에 대해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세세한 팁들이 가득하다.
 
유난히 마음에 들거나 들지 않는 작품이 있을 때, 리뷰를 쓰며 그 감정을 끝까지 파보기를 권한다. 일기를 쓰며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마주하는 방법을 쓰기 괴로울 때, 리뷰 쓰기는 꽤 효과 좋은 우회로가 된다. 좋아하는 등장인물의 희로애락에 함께 젖어보거나 경멸하는 캐릭터를 강도 높게 비판하다 보면, 그것은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94쪽).
 
이 부분을 한참 동안 읽고 또 읽었다. 내가 처음 시작하는 글쓰기로 서평을 선택한 이유였다. 내 이야기를 "지나치게 사적이라는 이유로 쓸 수 없었고, 쓰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도 쓰려 할라 치면 너무 거짓말 같아서 쓸 수 없었다(16쪽)." 그래서 책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저기 있잖아, 이거 내 친구(책) 이야기인데……'로 시작하는 '사실은 내 이야기'처럼 그렇게 슬쩍 나의 이야기를 꺼내서 풀어 낼 수 있지 않을까.

다양한 글쓰기에 대한 안내와 함께 저자는 쓰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학생들에게 말할 기회가 생기면 꼭 하는 당부가 있다. 악플을 쓰지 말라고. 당신이 쓴 글을 세상 누구도 안 읽을 수 있지만, 당신 자신은 읽는다. 그 말은 다른 사람에게 향하기 전에 당신 자신을 향한다. 물론 악플을 쓰지 말라는 이유는 몇 가지가 더 있다.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벼르는 재능은 없느니만 못하다. 어떤 말에 아파할지 궁리하며 에너지를 쓰지 말자(131쪽).

악플을 다는 사람(남을 헐뜯는 사람)이 하는 말은 부메랑처럼 반드시 자기에게 다시 돌아온다. 남을 욕하는 말에 '맞는 말씀입니다. 욕 잘 하시네요. 훌륭하십니다.'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다. 돌아오는 반응은 '그러는 너는?' 으로 시작하는 똑같은 종류의 욕일 뿐이다. 절대로 중상을 비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작가는 말한다. '말을 칼로 쓰지' 말라고.

끝으로 '퇴고하는 법', '에세이스트가 되는 법'과 함께 '글쓰기에 대한 소소한 궁금증 클리닉 Q&A'까지 내용이 알차다.

이다혜 작가의 책을 읽고 난 후 저자에 대해 조금 더 각별한 애정이 생겼다. 읽는 내내 나에게는 글쓰기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을 마치 내 옆에 앉아 하나 하나 친절하게 알려주는 자상한 선생님 같기도 했고, 힘들고 어려운 마음을 다독이며 진심 어린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다정한 언니 같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나를 비롯하여 글을 쓰고 싶지만 잘 써지지 않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저자의 말을 빌려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
 
친구야, 나도 모른다. 하나 확실한 건, 쓰기 전에는 너의 생각이 책이 될 가망은 아예 없다. 우리가 하던 그 이야기들을, 웃고 울던 그 이야기들을, 글로 옮겨봐. 망할 수도 있지만, 결국 우리를 살린 그 이야기들을. (…) 잘 쓰는 사람만 보느라 스스로 나아질 기회를 날리지 말았으면 좋았을 걸. 그만 울고, 글을 쓰려면 울 게 아니라 글을 써야 한단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17쪽).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위즈덤하우스, 2018


#서평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글쓰기 #이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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