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과 한여름에도 전기요금 5천원 미만" 승아씨가 시골에 사는 법

[인터뷰] 환경을 위해 근검 절약하며 살아가는 류승아씨

등록 2019.01.28 11:09수정 2019.01.2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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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와 미세먼지 문제 등 환경을 위한 인간의 노력이 점점 더 절실해 지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에는 한여름과 한겨울에도 전기요금이 5천원 미만, 겨울철 난방비도 조리비를 포함해 7만원 정도 나오는 가정이 있다. 귀농인 류승아(45)씨의 집이다.

승아씨가 에너지를 절약하고 아끼는 이유는 단순히 돈 때문은 아니다. 얼핏 보면 '짠순이' 같아 보이지만 그는 서울 광화문 밥차에 자신이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기부하고 있다.  환경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절약 정신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것이다. 그래서 일까. 류승아 씨는 환경과 자라나는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다.

류씨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선택에 의해 지구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자각하고, 환경을 위해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며 "물건을 사고 소비를 할 때도 환경을 생각해서 좀 더 윤리적인 선택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마수세미를 지역에 보급 중이다. 주변에 마수세미를 뜨는 방법도 알려주고, 소소한 실천을 통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이웃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직접 뜬 마수세미는 갓골빵집으로도 잘 알려진 홍동면 풀무학교생협에서 팔리고 있다. 현재까지는 그곳이 유일한 마수세미 판매처인 셈이다.

류승아씨는 지난 2017년 4월 경기도 용인시에서 홍동으로 귀농했다. 그는 귀농이후 소비를 최소화하면서 아끼고 절약하며 살고 있다. 환경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신념을 생각이 아닌 실천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지난 24일 홍성문화연대 연습실에서 그를 만났다.
 
 홍동면 갓골빵집에 아들 찬얼이와 함께 있는 류승아씨.

홍동면 갓골빵집에 아들 찬얼이와 함께 있는 류승아씨. ⓒ 류승아

 

- 홍동으로 귀농한 이유가 궁금하다.
"2017년 4월 홍동으로 귀농했다. 큰 아이를 처음 임신을 했을 때, 아이를 어떻게 하면 잘 키울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다. 그때는 컴퓨터 관련 일을 하고 있었는데, 아이의 건강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일을 그만두고 태교에 전념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 자연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아이와 함께 살고 싶었다. 도시 근교에서는 불가능했다.

몇 해 전에 친구 중 한명이 영덕에서 열린 탈핵 집회에 참석했다가 홍성녹색당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 친구는 홍성녹생당은 젊은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계층이 집회에 참여했고, 거기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 친구와 함께 지난 2015년 홍성녹색당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홍성군 홍동면에 놀러 왔다. 그렇게 인연이 닿아 귀농을 하게 되었다."


- 홍동으로 귀농한 후의 삶은 만족스러운 편인가.
"상당히 만족스럽다. 텃밭 수준이 아니라 밭을 빌려서 마음 것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좋다. 농사를 지으러 갈 때나 평소에도 자전거를 맘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있다. 비록 시골이라서 자전거 길은 따로 없지만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아이들도 학원에 내몰리지 않고 여유롭게 살고 있다.

중요한 게 또 있다. 도시에 살 때는 비닐에 과포장된 농산물을 사서 먹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내가 필요한 채소를 비닐 포장 없이 밭에서 바로 수확해 먹고 있다. 홍동은 지역 특성상 나와 성향이나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 말도 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 위안이 되는 것 같다. 그런 점이 매우 만족스럽다."


- 농사의 재미에 푹 빠져 사신다고 들었다. 주로 어떤 농사를 짓고 있나.
"홍동에 귀농하기 전에도 용인에서 꾸준히 농사를 지은 경험이 있다. 전부터 농사가 참 즐거웠다. 용인에 살 때도 주말농장이나 텃밭을 가꾸며 살았다. 상추부터 시작해서 각종 채소 농사를 지었다."

- 용인에서는 어떤 일을 하며 살았나.
"돈 버는 일은 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 집회가 있을 때 마다 광화문에 나갔다. 지난 2014년부터 밥차 활동을 시작했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에서 웹진을 만드는 역할을 잠깐 했다. 밥차에서는 주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나 차별 철폐를 위해 행동하는 장애인들의 행사나 집회 때 밥을 제공하고 있다. 용인에 살 때, 마을 엄마들에게 소문을 내서 집에 잠자고 있는 묵은지를 밥차에 가져다주기도 하고, 깍두기도 함께 담그고, 고기도 재워서 보냈다."

"밥차에 후원하며 살고 싶었는데, 꿈이 현실이 되다"
 

- 지금도 밥차에 직접 가꾸고 수확한 농산물을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시골에서 농사지어 밥차에 보내며 사는 게 꿈이라고 말했는데, 꿈이 현실이 되었다. 현재 밥차는 세 개가 운영되고 있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 십시일반 음식연대 '밥묵차', 평등 세상을 위한 '집밥'이다. 세 곳 모두 나와 인연이 있는 곳이다. 내가 직접 가꾸고 수확한 농산물을 세 곳에 나누어 보내고 있다. 지난해 수확한 양파 감자 고추 고구마 푸성귀 등의 농산을 대부분 밥차에 보냈다. 일단 밥차 측에 내가 수확한 농산물이 필요한지를 물었다. 필요하다고 하면 그때 그때 농산물을 보내곤 했다."

-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에서 운영위원을 맡고 있고, 환경에 대한 고민이 남다른 것 같다.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딱히 계기는 없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알려주는 환경운동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던 것 같다. 이를테면 절전을 위해 전기 콘센트를 뽑아야 한다든지, 설거지 할 때 밀가루로 설거지를 한다든지, 환경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 엄마를 졸라서 함께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류승아씨가 뜨고 있는 마수세미. 세제없이 사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류승아씨가 뜨고 있는 마수세미. 세제없이 사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 이재환

 

- 요즘 본인이 뜨고 있는 마수세미가 화제다. 언제부터 수세미를 뜨기 시작 했고, 마수세미를 뜨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에 보면 외서댁이 성폭행을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외서댁은 그날의 충격으로 몸을 피가 날 때까지 씼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외서댁이 몸을 씻는 데 사용한 도구가 바로 삼베이다. 거기서 우리 조상들이 옛날부터 무언가를 씻을 때 삼베를 사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용인에 살 때 생협에서 삼베(마)수세미를 팔았다. 마수세미는 세제 없이도 설거지를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생협에서 더 이상 마수세미를 판매하지 않았다. 그래서 황마로 된 실을 사서 직접 마수세미를 뜨게 되었다."

"겨울에는 냉장고의 냉동실도 끄고 살아요"

- 환경을 위해 실천하고 있는 것들도 많을 것 같다. 어떤 실천을 하고 있나.
"석유에 기대지 않고, 비료나 거름을 사용하지 않는 자연농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것도 환경을 위한 중요한 실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외출할 때 수저, 컵, 찬합, 손수건,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고 있다. 헤어진 양말, 구멍난 내복도 꿰매어 입는다. 아이가 어릴 때 썼던 기저귀도 생리대로 재활용하고 있다.

전기와 에너지 절약도 필수이다. 밀대로 청소하고, 전자레인지 대신 찜솥을 사용하고, 겨울에는 냉장고의 냉동실을 껐다. 그 결과 전기요금은 2천원 정도가 나온다. 그 더웠던 지난여름에도 전기요금이 4천원 정도 나왔다. 난방도 최소화하고 있다. 집안에서도 내복을 입고, 양말을 신고 조끼를 입는다. 겨울에도 조리비와 난방비를 포함해 7만원 정도의 가스비가 나간다."

- 혹시 앞으로 하고 싶은 소망 같은 게 있나
"지금처럼 밥차에 후원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또 하나,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농촌이다.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연결하는 과정에서조차 포장재가 문제가 되고 있다. 비닐이나 플라스틱 같은 쓰레기가 지나치게 많이 나온다. 포장용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해결책을 고민해 볼 생각이다."
#류승아 #환경 운동 #마수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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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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