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병원, 비정규직 고용보장 합의서 파기... "재단을 규탄한다"

노조·진보3당 "다른 대학병원은 정규직화 하는데... 울산대병원 "노조와 대화중"

등록 2019.01.28 17:44수정 2019.01.2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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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동구에 있는 울산대병원. 울산대병원측이 지난해 노조와의 고용합의서를 파기하고 비정규직을 해고하자 노조와 진보정당들이 반발하고 있다
울산 동구에 있는 울산대병원. 울산대병원측이 지난해 노조와의 고용합의서를 파기하고 비정규직을 해고하자 노조와 진보정당들이 반발하고 있다박석철

전국의 광역시 중 공공병원이 하나도 없는 울산은 울산대학교병원이 가장 규모가 크고 역할 또한 막중하다.

하지만 매년 임단협 협상을 두고 울산대병원 노사는 위태위태한 상황을 겪으면서 파업 여부가 시민들의 가슴을 조이게 한다. 지난 2017년에는 16일간 울산대병원 파업으로 장기의료 공백사태를 빚었고 2018년 단체협상도 파업 직전까지 갔지만 노사가 한 발씩 양보하며 노사합의서가 체결되면서 시민들이 안도의 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같은 지난해 울산대학교병원 비정규직 고용보장 합의서를 병원측이 일방적으로 파기하면서 다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울산대학교병원노조와 울산의 노동당, 민중당, 정의당(가나다 순)등 진보3당은 지난 14일과 22일 잇따라 울산시청과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측이 고용보장 합의서를 파기하고 비정규직을 해고한 배경에는 재단측과 정정길 이사장이 있다며 고용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울산공업학업 이사장, 이명박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 정정길

울산대병원 재단은 울산대학교와 울산과학대 등 4개학교를 설립한 울산공업학원이다. 이사장이던 정몽준 전 의원이 지난 2014년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면서 명예이사장으로 추대되고 이명박 전 대통령 때 비서실장을 역임한 정정길(76) 전 울산대학교 총장이 이사장을 이어받았다.

울산대병원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줄다리기를 하던 노사는 "2019년 2월까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했다. 특히 이 체결을 전후해 '계약기간이 만료됐거나 만료될 예정인 조합원 12명의 고용을 보장하는' 내용도 합의서에 담았다. 그런데 병원측이 노사합의 한 달 뒤 계약만료 비정규직 3명을 해고하며 노조의 반발을 샀다.


이에 노조측이 울산대병원 병원장 항의방문과 로비 농성에 돌입하자 병원측은 합의서 내용을 이행하겠다는 뜻을 보여 갈등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병원은 다시 지난 1월 9일 "12명 중 9명의 고용만 보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노조에 통보했다. 지난해 계약이 해지된 노동자 3명의 복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이에 노조측이 항의하자 병원은 "재단 승인이 나지 않아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계약직원 3명의 고용과 해고까지 재단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 노조는 울산대병원 경영진과 어떠한 교섭도 할 수가 없다"고 그 배경에 재단측이 있음을 공개했다.


이들은 "울산공업학원 재단은 노조와 직접 임금·단체교섭을 할 것이 아니라면 병원 노사가 체결한 합의서를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울산 진보3당 "재단이 비정규직 해고 지시, 권한 넘어선 무리한 노사개입"

진보정당들도 발끈하고 나섰다. 진보3당은 지난 22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단측이 노사합의 체결과정을 감사하고, 노사가 체결한 노사합의 파기를 강요하고, 비정규직 해고를 지시하는 것은 재단으로서 권한을 넘어선 무리한 노사개입"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보3당은 "산하기관의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해 갈등을 중재하고 조정해야할 재단이 먼저 나서서 노사합의서 파기를 지시하고 노사갈등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울산공업학원에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특히 진보 3당은 복직과 생활임금을 요구하며 5년째 울산과학대 동부캠퍼스 정문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는 울산과학대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추운 겨울에도 여진히 농성을 이어가며 복직되지 않는 배경에 학교법인 울산공업학원 개입이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이들은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2006년에도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가 79일 농성만에 고용보장 합의서를 쓰고 전원 복직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 울산과학대에서는 고용보장 합의서가 이행되지 않으며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계와 진보진영은 울산대병원 재단의 개입으로 비정규직 고용보장 합의서가 파기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울산과학대 비정규직 문제 장기화 역시 울산공업학원 재단 개입이 원인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진보3당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시대의 요구이며 모든 국민이 바라는 염원이기도 하다"면서 "공공부문에서는 상시지속업무 정규직화가 추진되며 많은 국립대병원들이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또한 "청소노동자 문제 또한 많은 대학에서 외주 위탁된 청소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전환을 완료하거나 추진중에 있듯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병원들과 대학들이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울산공업학원 재단 소속인 울산과학대와 울산대병원은 비정규직 고용보장 합의서가 파기되거나 이행되지 않으며 비정규직 해고가 남발하고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들은 "비정규직 문제에 책임을 다하지 않고, 오히려 비정규직 갈등을 조장하는 울산공업학원과 정정길 이사장을 규탄한다"면서 "정정길 이사장이 직접 나서서 하루 빨리 울산대병원과 울산과학대의 비정규직 문제를 책임있게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에 대해 울산대병원측은 언론을 통해 "이렇다할 입장이 없으며 현재 노조와 대화를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울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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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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