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가리 열매는 한약재로 쓰이며,씨앗은 바람에 날려보낸다
오창균
풀의 생존전략 '공생'
사람이 사는 세상처럼 식물의 세계에서도 경쟁에 밀려 척박한 땅으로 유배당하는 종(種)들이 있다. 그들은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살아나는 상징이 되기도 하지만, 경쟁을 할 수 없을 만큼 아주 약하고 여린 풀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여리고 약한 풀들이 자신들을 모질게 대하는 사람의 영역으로 가까이 온다는 것이다.
바쁘게 걸어가는 보도블록 틈새에서 솟아오른 풀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콘크리트 길에서도 갈라진 틈새로 햇빛이 들어오면 초록의 생명은 피어난다. 사람들의 무수한 발길에 짓밟히고 뽑혀도 살아나는 풀은 경쟁식물을 피해서 사람이 있는 곳을 숙명처럼 받아들였다.
산과 들에서 화사한 꽃이 봄을 알린다면, 농사를 짓는 밭에서는 냉이가 봄소식을 전한다. 겨울에 흙에 바짝 붙어서 살아가는 냉이는 사람과 가까운 곳에서 생존하는 대표적인 풀이다. 쌉쌀한 맛과 향으로 입맛을 돋우고 봄기운을 느끼게 하지만, 그것은 자신을 지켜내기 위한 방어물질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몸을 이롭게 하는것으로 함께 살자는 공생의 메시지일 수도 있다.
씨앗을 흙으로 덮어 햇빛을 막아주고 물과 양분을 주면서 돌보는 채소와 반대로, 풀씨는 햇빛과 물만 있으면 싹을 틔운다. 농사를 짓는 밭으로 들어온 풀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생존전략으로 경쟁식물을 따돌렸다. 그러나 인간과의 싸움은 혹독하고 예측불가능한 시련의 연속이었다.
흙을 뒤집는 경운농법은 작물을 수확하고 다시 씨앗을 파종할 때는 흙을 갈면서 뒤집는다. 다년생 식물에게는 최악의 환경이지만 한 두해 살아가는 풀에게 이보다 더 안전한 땅은 없다. 흙을 뒤집으면 묻혔던 풀씨가 햇빛을 받으면서 발아를 한다. 작물보다 풀이 빨리 자라면 뿌리째 뽑히는 수난을 당하지만, 이것도 계산된 생존전략이다. 흙속에 많은 씨앗을 저장해 두고 계속해서 뒤집히고 뽑히더라도 햇빛을 받으면 다시 싹을 틔운다.
▲콩밭의 쇠비름풀 한 두해 살아가는 풀에게 이보다 더 안전한 땅은 없다.
오창균
파멸하는 인간
인간은 농경사회에 적응하면서 끈기와 오기의 김매기전략으로 풀을 상대하였다. 그러나 농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생태계 전체를 몰살시키는 화학농약에 의존하는 악순환의 패배를 반복했다. 결국, 유전자를 조작한 GMO작물의 개발은 인간이 필요로 하는 것만 남기고 모든 식물을 죽인다.
식물은 생존을 위한 싸움과정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생'으로 진화했다. 그러나 인간은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경쟁논리로 모두를 '파멸'시키는 시한폭탄을 멈추려고 하지 않는다.
"인류는 식물이 만들어낸 지구환경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려고 노력한다. 화석연료를 태워 이산화 탄소를 배출하고 지구 기온을 온난화하려고 열심히 애쓴다. 이산화 탄소의 농도가 높고, 온난한 환경은 바로 식물이 탄생하기 전인 원시지구의 환경 그 자체다."
싸우는 식물 - 속이고 이용하고 동맹을 통해 생존하는 식물들의 놀라운 투쟁기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김선숙 옮김,
더숲, 2018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