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특별대표, 사흘째 평양... 긍정적 진통?

[이슈분석] "평양, 김정은 결단하기 좋은 곳"

등록 2019.02.08 19:44수정 2019.02.2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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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동부시각으로 18일 오전 워싱턴D.C. 듀폰서클호텔에서 회담을 열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미국 동부시각으로 18일 오전 워싱턴D.C. 듀폰서클호텔에서 회담을 열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U.S. Department of State
 
긍정적인 진통일까? 미국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6일 평양으로 향한 지 사흘째다. 청와대는 8일 오전까지 비건 특별대표가 평양에 체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가 이날 오후 서울로 돌아온다 해도 꼬박 2박 3일의 북미 실무회담을 한 셈이다.

이는 지금까지 한 실무회담과는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 3월에서 10월 사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4번 방북했지만 24시간 이상 머물지 않았다.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와 북측 최선희 외무상의 실무회담도 판문점에서 이뤄졌다.

구체적인 협상 상황은 알려진 바 없다. 북측 관영매체인 <로동신문>, <조선중앙통신>은 6~8일 보도에서 비건 특별대표의 방북 사실도 보도하지 않았다. 미국 역시 협상 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실무회담의 장소는 평양이다. 이는 보다 직접적인 조율·합의가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왜 평양인가?
 
역사적인 북-미 정상 단독회담 2018년 6월 12일,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역사적인 북-미 정상 단독회담2018년 6월 12일,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

평양은 언제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곳이다. 대외적으로는 북측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이 실무협상단을 이끌지만 김 부위원장이 의제를 직접 조율하기는 어렵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이나 의중에서 벗어나 판단할 수 없다. 이때 평양은 지리적 이점이 있다. 필요할 경우 김 위원장이 결단할 수 있는 장소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평양은 김정은 위원장이 결단할 수 있는 장소"라고 짚었다. 비건 특별대표가 북에 핵·미사일 등 포괄적 신고를 요구할 거라 보이는 상황에서 이는 김 위원장만이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라는 지적이다.

조 전 수석연구위원은 "판문점에서 북미 실무협상을 했다면 김영철이 포괄적 신고 문제를 결단하기 어렵다"라며 "평양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든 아니든 김 위원장이 결단 내리고 확인할 수 있는 장소다. 비건 특별대표가 평양으로 간 이유"라고 설명했다.

북미 각자 대표단을 이끌고 만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평양은 북측 대표단의 소통을 수월하게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측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는 상무조(TF)와 함께 대표단 협상에 나섰을 것"이라며 "대미 협상 상무조는 김정은 위원장 직보체계다. 평양에서 직보체계를 갖춘 채 협상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비건 대표는 C32를 타고 갔다. 이는 45인승으로 국무부 고위관계자들이 이용한다"라며 "장비를 고려해도 미국 대표단 20여 명이 함께 갔다고 볼 수 있다. 대표단 대 대표단이 깊이 있게 조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포괄적 신고, 미국 한발 물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미국 현지시각)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신년 국정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미국 현지시각)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신년 국정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EPA

'포괄적 신고'를 둘러싼 북미 협상도 주목할 만하다. 앞서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 스탠퍼드대 강연에서 이를 언급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지난달 24일, '핵무기 신고를 포함한 포괄적인 비핵화 합의'를 말했다. '핵무기 신고를 포함한 포괄적 비핵화 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포괄적 신고는 북의 핵물질 보유량을 비롯한 핵탄두 보유 수, 이동식발사대(TEL) 등을 먼저 신고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북핵과 관련된 정보의 윤곽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포괄적 신고가 미국이 한발 물러선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홍 실장은 "비건 특별대표가 포괄적 신고를 말한 것은 북이 계속 주장했던 동시적·단계적 비핵화의 기조를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이 북측의 주장을 수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포괄적 신고는 어느 시점에든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며 "포괄적 신고를 통해 북미 신뢰를 쌓고 미국이 상응조치 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 전 연구위원 역시 '포괄적 신고'를 북미 비핵화의 징검다리로 짚었다. 그는 "핵탄두 개수와 핵 물질, 플루토늄과 우라늄 양을 신고해도 의미 있다"라며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가능한 비핵화인 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로 가는 중간다리가 되기 충분하다"라고 설명했다.
#비건 대표 #김정은 #평양 #북미협상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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