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의 ‘조례만드는청소년’은 14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 문화거리 입구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 집회”를 열었다.
조례만드는청소년
청소년들이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바라며 촛불을 들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의 '조례만드는청소년'은 14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 문화거리 입구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 집회"를 열었다.
청소년들은 '송판 부시기'를 하고 발언을 통해 학생인권조례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례만드는청소년은 지난 1월 3일 박종훈 경남도교육감한테 청소년 100인의 엽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조례만드는청소년은 "일각에서는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 임신·출산 학생 차별 금지, 반성문, 휴대폰, 집회·결사의 자유 등의 조항을 삭제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찬성과 반대로 나눌 수 있는 주제가 아닌, 인간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라고 밝혔다.
이들은 "청소년이 바라는 경남학생인권조례를 위해, 인권이 보장되는 학교를 위해 끊임없이 활동하고 나아가겠다"고 했다. 청소년 발언이 이어졌다.
[우정현] "성적이 좋으면 성실하고 착한 친구냐"
우정현 학생(고2)은 "성적이 좋으면 성실하고 착한 친구, 성적이 낮으면 게으르거나 성격이 나쁜 친구로 여겨진다"고 했다. 다음은 우정현 학생의 발언 전문.
"어릴 때만 해도 제가 이런 자리에 서서 마이크를 집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교칙에 순응하며, '모범생' '바른 학생' 이미지를 위해 매 순간 노력하여 수상도 했다. 그렇게 모범생이었던 제가 이곳에서 마이크를 들게 한 현실을 말하려고 한다.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학생들을 덜 '잡는' 학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명찰을 하지 않으면, 내 이름을 알리지 않아서 벌점을 받는다. 치마 길이가 무릎뼈보다 위에 있으면 벌점을 받는다. 화장을 해도, 등교 때 체육복을 입어도 벌점을 받는다.
제가 교복으로 치마를 입고 생활할 때, 이 교복을 성적이고 야한 의상으로 소비하는 인간들이 있음을 보았다. 이것이 싫고 또 고치고 싶어 바지를 입고, 친구들에게 바지를 입자고 권했더니 선생님으로부터 '왜 단체에 따르지 않느냐'는 말을 들었다. 단지 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말이다.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는 '단체'를 위해 나의 신념과 가치관이 무시되어도 되는 것이냐.
학생이란 참으로 이상한 존재다. 고등학생이면 이제 알아서 할 나이이면서도, 어쩔 때는 그래도 아직 어리니까 성숙한 어른 말씀을 들어야 한다. 우리는 어른들의 '생각의 성숙함' 잣대에 의해 때로는 성숙하나 때로는 성숙하지 못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자기주도'와 '주체적'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떠올려 보자. 이것이 선택적일 수 있을까. 적당한 경쟁이란 좋은 것이지만, 현 입시가 과연 적당해 보이느냐. 학생들에게 시험이 단지 '내 성적을 알아보는 테스트'로 인식될 것 같으냐.
성적이 좋으면 성실하고 착한 친구, 성적이 낮으면 게으르거나 성격이 나쁜 친구로 여겨진다. 한국 사회에서 학생을 평가할 수 있는 게 성적뿐이니 그에 순응하라고 한다. 우리는 그것을 그대로 배워, 같은 인격체이자 동등한 사람을 똑같이 성적으로 재단한다.
우리의 신념과 가치관이 존중받을 수 있고, 주체적인 존재로 사회와 학교에서 생활하게 할 첫 단추가 경남학생인권조례다. 나중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 필요한 것이 경남학생인권조례다. 제가 처음 참가한 2018년 6월 청소년 인권 집회 때의 감정을 느끼지 못했더라면, 어딘가에서 깨어있는 목소리를 듣지 못했더라면, 저는 여전히 침묵하며 규칙에 순응하며 지냈을 것이다.
이 목소리를 듣고도 외면하는 사람이 존재함을 안다. 그러기에 말한다. 저와 같은 학생, 청소년 분들, 내 친구들에게 묻고 싶다. 같이 웃고 떠들며 옆에 있던 친구가 성적표에서는 위 아래로 존재하며 누군가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는 것이 단 한번도 슬프지는 않았는지, 내 몸, 내 옷, 내 것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학생다움'을 위해 포기한 것이 얼마나 많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대로 정말 괜찮은지, 내가 가만히 있어서 변할 사회인지 변하지 않을 사회인지 내 목소리를 진정 내지 않고 침묵해야 하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안소연] "저는 매우 불안하다"
안소연 학생(고등학교)은 "저는 매우 불안하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다음은 발언 전문.
"저는 매일이 불안하다. 교문을 지나가면서 교복이 불편해서 체육복을 입었는데 아 걸리면 어떡하지 본보기로 교문에서 손들고 있는 선배들도 있다. 또 이름 적히고 쌤한테 혼날까봐 교문을 지나가기 불안하다.
휴대전화를 수업시간에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같은 반 친구는 '선생님 무시하는 기가'라는 소리를 들으며 혼나고 휴대전화기를 1주일 동안 압수당했다. 저는 친구들이 자기 물건을 부당하게 뺏겨 또 울지 않을까 불안하다.
저번에는 친구들이 집에 진로파일을 두고 왔는데 감히 선생님의 교육을 방해했다고 수업을 하는 동안 10초만 해도 다리 아픈 투명의자라는 벌을 받았다.
제가 당한 것도 아닌데 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최대한 체벌을 당하는 친구와 나는 다른 사람이라고, 걔들은 잘못했으니까 그런 거라고 '타자화'시키는 방법이 앉아있는 저희가 죄책감을 덜어내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학교를 다니는 게 너무 불안하다.
모두가 조금이라도 불안하지 않도록, 조례가 그래서 필요하다. 저뿐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모든 학생들이 가기 불안하지 않은 학교가 되길 바란다. 저희 학교에서도 인권침해 사례가 많은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많은 인권침해를 당했고 참았을까.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경남학생인권 대나무숲'이라고 있는데, 여러분들이 현재와 과거에 당했던 학생인권침해사례들을 올려달라. 저희는 목소리가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