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학생인권조례 촛불' 들고 발언 쏟아내

조례만드는청소년, 14일 저녁 촛불집회 열어 ... "인권 보장 학교를 위해"

등록 2019.02.15 08:26수정 2019.03.04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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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의 ‘조례만드는청소년’은 14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 문화거리 입구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 집회”를 열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의 ‘조례만드는청소년’은 14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 문화거리 입구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 집회”를 열었다.조례만드는청소년
 
청소년들이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바라며 촛불을 들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의 '조례만드는청소년'은 14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 문화거리 입구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 집회"를 열었다.

청소년들은 '송판 부시기'를 하고 발언을 통해 학생인권조례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례만드는청소년은 지난 1월 3일 박종훈 경남도교육감한테 청소년 100인의 엽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조례만드는청소년은 "일각에서는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 임신·출산 학생 차별 금지, 반성문, 휴대폰, 집회·결사의 자유 등의 조항을 삭제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찬성과 반대로 나눌 수 있는 주제가 아닌, 인간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라고 밝혔다.

이들은 "청소년이 바라는 경남학생인권조례를 위해, 인권이 보장되는 학교를 위해 끊임없이 활동하고 나아가겠다"고 했다. 청소년 발언이 이어졌다.

[우정현] "성적이 좋으면 성실하고 착한 친구냐"

우정현 학생(고2)은 "성적이 좋으면 성실하고 착한 친구, 성적이 낮으면 게으르거나 성격이 나쁜 친구로 여겨진다"고 했다. 다음은 우정현 학생의 발언 전문.

"어릴 때만 해도 제가 이런 자리에 서서 마이크를 집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 교칙에 순응하며, '모범생' '바른 학생' 이미지를 위해 매 순간 노력하여 수상도 했다. 그렇게 모범생이었던 제가 이곳에서 마이크를 들게 한 현실을 말하려고 한다.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에 비해 학생들을 덜 '잡는' 학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명찰을 하지 않으면, 내 이름을 알리지 않아서 벌점을 받는다. 치마 길이가 무릎뼈보다 위에 있으면 벌점을 받는다. 화장을 해도, 등교 때 체육복을 입어도 벌점을 받는다.

제가 교복으로 치마를 입고 생활할 때, 이 교복을 성적이고 야한 의상으로 소비하는 인간들이 있음을 보았다. 이것이 싫고 또 고치고 싶어 바지를 입고, 친구들에게 바지를 입자고 권했더니 선생님으로부터 '왜 단체에 따르지 않느냐'는 말을 들었다. 단지 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말이다.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는 '단체'를 위해 나의 신념과 가치관이 무시되어도 되는 것이냐.


학생이란 참으로 이상한 존재다. 고등학생이면 이제 알아서 할 나이이면서도, 어쩔 때는 그래도 아직 어리니까 성숙한 어른 말씀을 들어야 한다. 우리는 어른들의 '생각의 성숙함' 잣대에 의해 때로는 성숙하나 때로는 성숙하지 못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자기주도'와 '주체적'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떠올려 보자. 이것이 선택적일 수 있을까. 적당한 경쟁이란 좋은 것이지만, 현 입시가 과연 적당해 보이느냐. 학생들에게 시험이 단지 '내 성적을 알아보는 테스트'로 인식될 것 같으냐.

성적이 좋으면 성실하고 착한 친구, 성적이 낮으면 게으르거나 성격이 나쁜 친구로 여겨진다. 한국 사회에서 학생을 평가할 수 있는 게 성적뿐이니 그에 순응하라고 한다. 우리는 그것을 그대로 배워, 같은 인격체이자 동등한 사람을 똑같이 성적으로 재단한다.

우리의 신념과 가치관이 존중받을 수 있고, 주체적인 존재로 사회와 학교에서 생활하게 할 첫 단추가 경남학생인권조례다. 나중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 필요한 것이 경남학생인권조례다. 제가 처음 참가한 2018년 6월 청소년 인권 집회 때의 감정을 느끼지 못했더라면, 어딘가에서 깨어있는 목소리를 듣지 못했더라면, 저는 여전히 침묵하며 규칙에 순응하며 지냈을 것이다.

이 목소리를 듣고도 외면하는 사람이 존재함을 안다. 그러기에 말한다. 저와 같은 학생, 청소년 분들, 내 친구들에게 묻고 싶다. 같이 웃고 떠들며 옆에 있던 친구가 성적표에서는 위 아래로 존재하며 누군가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는 것이 단 한번도 슬프지는 않았는지, 내 몸, 내 옷, 내 것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학생다움'을 위해 포기한 것이 얼마나 많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이대로 정말 괜찮은지, 내가 가만히 있어서 변할 사회인지 변하지 않을 사회인지 내 목소리를 진정 내지 않고 침묵해야 하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안소연] "저는 매우 불안하다"

안소연 학생(고등학교)은 "저는 매우 불안하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다음은 발언 전문.

"저는 매일이 불안하다. 교문을 지나가면서 교복이 불편해서 체육복을 입었는데 아 걸리면 어떡하지 본보기로 교문에서 손들고 있는 선배들도 있다. 또 이름 적히고 쌤한테 혼날까봐 교문을 지나가기 불안하다.

휴대전화를 수업시간에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같은 반 친구는 '선생님 무시하는 기가'라는 소리를 들으며 혼나고 휴대전화기를 1주일 동안 압수당했다. 저는 친구들이 자기 물건을 부당하게 뺏겨 또 울지 않을까 불안하다.

저번에는 친구들이 집에 진로파일을 두고 왔는데 감히 선생님의 교육을 방해했다고 수업을 하는 동안 10초만 해도 다리 아픈 투명의자라는 벌을 받았다.

제가 당한 것도 아닌데 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최대한 체벌을 당하는 친구와 나는 다른 사람이라고, 걔들은 잘못했으니까 그런 거라고 '타자화'시키는 방법이 앉아있는 저희가 죄책감을 덜어내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학교를 다니는 게 너무 불안하다.

모두가 조금이라도 불안하지 않도록, 조례가 그래서 필요하다. 저뿐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모든 학생들이 가기 불안하지 않은 학교가 되길 바란다. 저희 학교에서도 인권침해 사례가 많은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많은 인권침해를 당했고 참았을까.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경남학생인권 대나무숲'이라고 있는데, 여러분들이 현재와 과거에 당했던 학생인권침해사례들을 올려달라. 저희는 목소리가 더 필요하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의 ‘조례만드는청소년’은 14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 문화거리 입구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 집회”를 열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의 ‘조례만드는청소년’은 14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 문화거리 입구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 집회”를 열었다.조례만드는청소년
 
[하지현]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자유롭게 소통할 때 변화"

하지현 학생(고2)은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자유롭게 소통할 때 비로소 학교는 변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 변화의 시작을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다음은 발언 전문.

"저는 '조례만드는청소년'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는 오늘 '훼손 없이 힘 있는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바라는 청소년 100인 엽서'를 전달하는 기자회견(1월 3일)에서 읽으려고 했다가 기자회견이 예상보다 길어져서 읽지 못했던 저의 엽서를 읽으려고 한다.

[박종훈 교육감님께. 저는 김해의 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지난 12월 6일 기자간담회에서 교육감님께서 반대여론 때문에 학생인권조례안을 수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신 걸로 압니다. 선출직이기 때문에 본인을 뽑아주신 시민 분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음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투표권조차 행할 수 없었던, '시민'에서 배제되고, 학교에서 무시 받는 학생들을 이야기를 들어주십시오. 저는 수정되지 않은 학생인권조례를 원합니다. 학생들은 훼손 없이 힘 있는 학생인권조례를 원합니다.

반대여론에 누가 있습니까? 교사와 학부모가 있습니다. 학생은 없습니다. 성소수자는 없습니다. 장애인은 없습니다. 학생인권조례가 수정된다면 또다시 우리의 존재를 지우시는 겁니다. 제발, 더 이상 우리의 존재를 지우지 말아주세요. 우리는 여기 있습니다. 학교에 있습니다. 조례 없이는 보장 받지 못하는 인권에 슬퍼하지 못할망정 조례에서조차 인권을 지우다니요. 지우지 말아주십시오.

'차별로 고통 받는 성소수자 학생을 본 적이 없다', '조례에 이런 내용을 넣는 의도가 뭐냐, 학생들을 타락의 길로 선동하려는 거냐?'라고 이성애자인 교사가 말합니다. 인터넷에 '성소수자 학생'이라고만 쳐봐도 그들이 학교에서 어떤 차별을 겪는지, 얼마나 학교에서 고통스러워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눈을 감고 보지 않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지 말아 주십시오.

'요즘 학교에서 체벌이 많이 줄지 않았느냐? 아니, 없어졌다', '학생인권조례는 교권을 무너뜨린다. 교사를 범죄자 취급하려는 것 같다'라고 교사가 말합니다. 이건 마치 성추행범이 '나는 성폭력을 행한 적이 없다'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가장 큰 오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바로, 피해자의 목소리는 쏙 빠졌다는 겁니다. 교사를 범죄자 취급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겁니다. 체벌을 당하는 것은 학생인데, 왜 체벌을 가하는 교사가 그것을 판단합니까? 다시 한 번 말합니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지우지 말아주십시오.

과거부터 현재까지 사회는 놀라우리만큼 빠르게, 많이 변해왔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어떻습니까? 그 강도만 아주 조금 달라졌다 뿐, 그 양상은 변한 거 하나 없이 너무나 똑같습니다. 학교가 변하기 위해서는 차별과 줄 세우기, 체벌과 억압이 아닌 '소통'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소통을 위해 학생인권조례가, 훼손 없이 힘 있는 경남학생인권조례가 간절히 필요합니다.

학생을 더 이상 억압과 체벌의 대상이 아닌 존엄한 인간으로 보고, 학생들 개개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바라볼 때, 교사와 학생은 동등한 위치에서 '소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자유롭게 소통할 때 비로소 학교는 변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 변화의 시작을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말하고 마치겠다. 우리는 '학생'인권조례를, 우리는 학생'인권'조례를 원한다."


경남도교육청은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을 만들어 지난해 말부터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쳤으며, 3월에 경남도의회에 넘길 예정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지금까지 서울과 경기, 광주, 전북 등 4곳에서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조례만드는청소년 #경남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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