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서울미세먼지가 매우나쁨 수준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 된 14일 오후 서울N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일대가 뿌옇게 흐려 보이고 있다.
이희훈
중국발 미세먼지 기여율 모델링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자료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배출량과 세부 기상자료다.
최근에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 있다. 우리 정부가 '미세먼지=중국' 탓을 하는 모델링에 지금 사용하고 있는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량 자료는 알고 보니 2010년 자료였다. 무려 10년 전 자료를 가지고 현재의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을 모델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자료는 정확할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최근 공개한 '2015년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미세먼지(PM10) 총 배출량은 23만 3177t으로, 1년 전인 2014년 배출량 9만 7918t보다 무려 2.3배가 높은 것으로 수정됐다.
PM2.5도 마찬가지다. 2015년 전체 배출량이 9만8806t으로 2014년 6만3286t의 1.6배였다. 1년 사이에 이렇게 배출량이 급증한 것은 아니다. 어떻게 된 것일까?
PM10(미세먼지)에 지금까지 집계에 포함되지 않던 날림 먼지(비산 먼지)와 생물 연소에서 배출되는 먼지 등이 새롭게 추가됐기 때문이다. 고기·생선구이에서 배출되는 PM2.5(초미세먼지)도 이때까지 통계에서 빠져 있었다. 그동안 국립환경과학원이 우리나라 오염물질 배출량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해 왔다는 것이다.
중국 배출량은 지금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 지난 2010년 과거자료를 사용하고, 우리나라 배출량은 절반으로 축소된 지난 2014년 자료를 입력했기에 잘못된 수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자기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조차 게재하지 못하는 약점을 감추는 방법으로 나사(NASA)와의 공동 연구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왔다. '한미 대기질 합동 연구(KORUS-AQ 예비종합보고서)'에서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조사 이후 발표된 중간보고서를 보면, 이 연구는 우리나라 미세먼지 문제의 원인과 그 해결방안을 종합적으로 제시한 연구다.
먼저, 2차 미세먼지 생성은 지역 내 오염원이 지배적인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휘발성 유기물질(VOCs), 질소산화물, 아황산가스, 암모니아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PM2.5 감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둘째는 휘발성 유기물질이 오존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감축하면 바로 PM2.5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현재 국립환경과학원의 오염물질 배출량 통계가 과소평가된 것이며, 넷째는 충남 지역의 화력발전소 등 대규모 점오염원의 영향은 수도권 남쪽 지역에서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서울이 주변 지역, 아시아 대륙(중국) 또는 북반구로부터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영향을 얼마나 받는지는 기상 조건에 따라 매우 급격하게 바뀔 수 있어 예측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KORUS-AQ 예비종합보고서'는 국내 오염물질 관리와 감축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실행을 제안한 연구 결과이며, 모델링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연구 결과가 환경부의 설명회와 보도자료를 통해 느닷없이 모델링에 의한 중국발 미세먼지 기여도를 산출한 공동연구처럼 왜곡보도 됐다.
KORUS-AQ는 우리나라의 오염물질 영향은 '장거리 이동이 오염의 주원인으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짧은 기간 중 중국으로부터의 유입으로 인해 PM2.5 오염이 극대화된 적은 있었다'라고 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보도자료에 우리나라 미세먼지가 '국내 52%, 중국 34% 영향'이라고만 썼다. KORUS-AQ 예비종합보고서가 모델링에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고 있어 과학적인 데이터로 사용하기에 부족한데도 말이다.
KORUS-AQ 예비종합보고서 소개에는 '그러나 한국의 대기질 문제를 모두 설명하기에는 KORUS‐AQ의 연구기간이 불충분 하였기 때문에, 과학적 측면의 가치와 해석상 한계가 동 연구에 공존한다는 것을 도입부에서 밝히는 바이다'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이걸 정부와 언론 등이 확대, 재생산해 전파하면서 중국발 미세먼지가 우리나라 미세먼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국제적으로 확증된 것처럼 부각되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까지 이렇게 황당하고 비상식적이며 비과학적인 일을 정부 기관이 해 왔다. 그리고 그 권위와 결과를 맹목적으로 믿은 언론은 비판 없이 받아쓰기만 했다. 그 결과 무능한 환경부의 정책결정자들에게 빠져나갈 구실을 마련해줬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높은 모델링 결과를 국가 정책의 근간으로 삼아서는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지난 6년간 일어났던 미세먼지 정책의 혼란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중국발 미세먼지 기여율 모델링을 그쪽 전문가들끼리 열심히 연구하게 하는 것까지는 뭐라 할 일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정책의 보조적 수단이어야 한다. 허술한 모델링 결과에 기반을 둬서 정책을 세우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부에서는 걸핏하면 우리 정부가 중국에 할 말을 하지 못한다며 적극적으로 항의하라는 주장을 편다. 항의의 목적은 중국의 미세먼지를 줄이라는 것일 테다.
중국은 지난 5년 짧은 기간 동안 40% 가까이 오염 물질을 줄였다. 우리나라가 항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나라 국민들을 위해서다. 중국은 미세먼지로 인해 연간 1백만 명 이상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