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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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광고 교가와 비교해 보면, 교가에 나오는 '하늘의 큰 빛'이 <희망의 아침>에 나오는 '하늘에 솟는 햇발'과 유사하다. 교가 속의 '어둠의 그늘을 다 흩어버리다'도 <희망의 아침> 속의 '밤이 새었다'와 유사하다. 교가의 '사랑과 화평의 새 세계 세우자' 역시 <희망의 아침>의 '팔굉일우의 새론 세계를 일욱하라고'와 비슷하다.
친일할 당시 자기가 쓴 시와 정반대 내용 담기도
한편, 친일파(1900~1979년) 주요한이 지은 교가들을 보다 보면 헛웃음이 날 수도 있다. 이전에 그가 지은 친일 가사들과 너무도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싱가포르 점령을 축하하는 의미로 1942년 3월호 <신시대>에 기고한 '마음 속의 싱가폴'에 이런 가사가 있다.
여보게 싱가폴이 함락되었다네
하지마는
자네 마음속에 아직 함락 못 된 것이 없는가
동아에 새론 날이 오는 적에
자네 가슴에는 아직 낡은 물이 고여 있지 않은가
아메리카와 영국의 유물이
자네 머리에 녹슬어 붙지 않았는가
자유니 권리니 이익이니 행복이니
자기니 개성이니 향락이니 성공이니
그따위 가짜들이 진짜 행세를 하고 있지 않은가
······
광대무변한 황은을 가리고 있지 않나
일본의 적국인 미국·영국의 정신적 풍토, 즉 자유·권리·이익·행복·자기·개성·향락·성공 같은 가짜들 때문에 광대무변한 일왕(천황)의 은혜를 느끼지 못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가사다.
이런 시를 썼던 그가 서울 중구 덕수초등학교 교가에는 "날램과 슬기를 아울러서 우리는 자유의 선봉 된다"는 가사를 집어넣었다. 자유는 가짜라며 자유를 무시했던 '마음 속의 싱가폴'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일제가 패망하자 자유·권리·이익·행복 등에 대한 종전의 태도가 갑자기 바뀐 것이다. 이 교가를 지을 때 그가 진정성을 갖고 있었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주요한은 1940년 9월호 <조광>에 아래와 같은 시조를 기고했다. 고유의 시조 형식을 빌린 친일 작품이다.
동경서 오신 벗과 북경서 오신 벗님
동아의 너른 터를 한 집인 듯 여기도다
오대주 한 뜰 될 날을 머지않아 보오리
일본에서 중국까지 한 집을 이룬 여세를 이어 전 세계가 하나의 뜰로 통합될 것을 기대하는 시조다. '동경서 오신'과 '북경서 오신'에서 알 수 있듯이, 시조의 무대는 조선이다. 조선과 일본과 중국이라는 동아의 한 집을 발판으로 '조국'이 전 세계를 향해 뻗어가기를 희망하는 시조다.
이처럼 '조국 일본'의 팽창을 염원했던 그가 해방 뒤에 신석초등학교(서울 마포구) 교가를 지을 때는 우리 민족을 조국으로 지칭했다. 이 교가는 "비춰라 밝혀라 조국의 앞길을"이라는 구절로 끝난다. '조국 일본'이 팽창하기를 희망했던 사람이 '조국 한민족'의 앞길을 염려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이처럼, 친일파를 찬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거나 친일파가 지은 서울 시내 일부 학교의 교가들을 보노라면 납득할 수 없거나 친일 가요와 비슷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조선일보>는 '친일파가 썼을 뿐 교가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지만, 정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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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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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노골적 찬양하는 교가... '조선' 문제제기에 반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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