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와 유토피아

이해관계에 따른 공공의사결정 피하려면 공공합의제 도입해야

등록 2019.03.06 10:05수정 2019.03.0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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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스스로 온전한 섬이 아니다
                               - 존던(1572~1631),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중에서

2016년에 개봉돼 1억5천만달러의 제작비로 전세계 1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만화영화 주토피아를 보면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이 공존한다. 이들은 인간 수준 이상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의식이 문명화되어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잡아먹지 않는다.

토끼가 경찰을 하고 여우는 동네 건달이며 사기꾼이다. 하지만 그들 모두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을 잡아먹으며 살았던 동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무리 문명화된 사회라고 할지라도 서로가 가진 본성을 숨길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서로를 믿지 못한다. 서로 오해하고 상처받고 싸운다. 인간 세상의 복사판이라고 할 수 있다.
 
주토피아   2016 월트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주토피아 2016 월트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 주토피아김상목
 
우리는 왜 서로를 믿지 못하는 것일까? 만화영화 주토피아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신 안에 숨겨져 있는 생존 본능이 상대 안에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만 본능이 잠재된 것이 아니라 상대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듯 우리는 존던이 말한 것처럼 '스스로 온전한 섬'이 아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자기 스스로 완벽해지고자 노력했던 시절이 있었음을 알고 있다. 전문가가 되려고 했고, 더 돈을 많이 벌려고 했으며, 더 아름다워지려고 더 건강해 지려고 했다. 그래서 조금 더 똑똑하고, 조금 더 돈을 많이 벌려고 했고, 조금 더 힘이 세고, 조금 더 윤리적이며, 조금 더 육체적으로 아름다운 사람들은 존경을 받았다.

그러한 존경은 권력을 가지게 되었고 그 권력은 더 큰 권력을 가지고자 했다. 하지만 여전히 온전한 사람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 본성에는 여전히 인간의 욕심과 욕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욕망을 절제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다스리는 국가가 더 이상적인 국가라고 봤다.

소크라테스는 수호자들은 공동생활을 하며 가정이나 사유재산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수호자 계급은 개인의 이익이 아닌,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생명까지 내어 놓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행동 목적은 물질적 보상이나 육체적 쾌락을 위해서가 아닌 그것 자체가 정의이기 때문이어야 한다. 그러기에 수호자 계급은 처자를 공유해야 하며 재산 역시 공유해야 한다고 한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자가 왕이 되고 교육 받은 수호자가 다스리는 국가를 이데아라고 했다. (플라톤이 국가론에서 소크라테스의 말을 빌려 저술했다)  그는 국가의 형태를 크게 5가지로 보았다. 철인정치(aristhcracy), 명예정치(timocracy), 과두정치(oligarchy), 민주정치(democracy), 참주정치(tyranny)다. 철인정치가 가장 이상적인 상태의 국가 형태이며, 계급 간의 관계가 타락함에 따라 점차 정부 형태도 타락해간다고 보았다. 아래쪽으로 갈수록 좋지 않은 정치이며 최악의 정치인 참주정에 이르면 참주를 제외한 모든 피지배자는 참주에게 억압받는다. 또한 참주는 다수의 피지배자에 의한 보복의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어 무절제한 권력을 휘두르게 된다.
이들 모든 남자는 모든 여자를 공유하게 되어 있고, 어떤 여자도 어떤 남자도 개인적으로 동거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네. 또한 아이들도 공유하게 되어 있어. 어떤 부모도 자기 자식을 알게 되어 있지 않으며, 어떤 아이도 자기 부모를 알게 되어 있지 않다네.
 소크라테스가 이렇게 한 이유는 수호자들의 타락으로 국가가 분열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내 가족과 내 것을 가지게 되는 순간부터 이해관계가 생기고, 나라는 분열된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그렇다면 소위 말하는 왕과 수호자 집단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자신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공합의제로 개인의 이해관계로 인한 공공의사결정을 없애야

 
시민합의회의 공공합의제
시민합의회의공공합의제김상목
 
소크라테스는 소위 지도층이 자신의 이해관계로 의사결정을 내리면 국가가 분열돼 결국 망한다고 보았다. 그것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렇다면 자신의 이해관계가 있는 사항들은 모두 이해관계가 없는 다른 사람이 판단하게 하면 된다. 그것이 공공합의제다.


소크라테스가 살았을 때 즉 기원전 3,4백년 당시에는 소위 국가의 대사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 즉 어느 정도 지식이 있고 똑똑한 사람이 적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환경이 변했다. 2017년 대한민국 25세~64세 연령 인구 분포를 보면 전문대졸 이상 48%, 고졸 40%, 중학교 이하가 12%다. 즉 88%가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마친 사람들이다. 즉, 상식에 비추어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 기준과 방향을 설정할 수 있는 충분한 토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해관계가 없을 때는 누구보다 공정하게 판단한다. 자신 눈에 들보는 못봐도 타인 눈 속에 있는 티끌은 잘 보기 때문이다. 공공합의제가 시행이 되면 굳이 소크라테스가 말한 소수 집단에 의한 참주정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가진 욕망으로 인해 누구나 온전한 섬이 아니듯이 자신의 이해관계가 아니었을 때 사람이 얼마나 양심적일지 생각한다면 우리는 모두 하나가 되고 서로 이해하며 살 수 있다. 나는 믿지 못하지만 상대를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토피아가 아닌 유토피아를 실현할 수 있다.
#공공합의제 #집단의사결정 #이해관계 #참주정치 #공공의사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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