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장기 집권 대통령의 '5선 도전'... 알제리 대학생들 '분노'

부테플리카 대통령, 82세 고령에도 대권 도전... 전국적 시위 확산

등록 2019.03.06 14:30수정 2019.03.06 14:30
0
원고료로 응원

알제리의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 반대 시위를 보도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북아프리카 알제리가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5선 도전'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로 들끓고 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각) 알제리 대학생 수천 명이 수도 알제를 비롯해 콘스탄틴, 지젤 등 전국 대도시에서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5선 도전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해 진압에 나서며 수십 명이 다쳤지만 대학생들이 주도하는 시위에 일반 시민까지 가세하며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알제리인이 많이 거주하는 프랑스에서도 시위가 벌어지면서 경찰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번 시위는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다음 달 18일 치러질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촉발됐다. 20년간 집권해온 82세 고령의 대통령이 또다시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장기집권에 반발하는 대학생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외신도 '부테플리카 대통령 취임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시위'라며 주목하고 있다. 또 사태가 불리해지자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지난 3일 자신의 측근인 압델가니 잘란 교통부 장관이 대독한 서한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1년 이내에 조기 대선을 치러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소식을 전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은 "나를 반대하는 시위대, 특히 조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이들의 외침을 들었다"라며 "새로운 정치체제의 탄생을 알리는 헌법을 만들기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시위대는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대선 출마를 반대하고 있으며, 알리 벤플리스 전 총리, 압데라자크 마크리 사회평화운동 대표 등 야권 후보들은 '대선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1950년대 프랑스에 맞서 알제리 독립운동을 벌이던 부테플리카는 독립 이듬해인 1963년 26세의 나이로 외무장관에 올라 15년간 재임했다. 

무려 20만 명의 희생자를 낸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과 군부 간 내전을 중재하며 국민적 신망을 얻은 그는 1999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어 과감한 경제 개혁과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공개 석상에도 나오지 못 하는 대통령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의 대선 출마 논란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2011년 북아프리카를 휩쓴 민주화 운동 '아랍의 봄'에도 휩쓸리지 않으며 4선에 성공했지만 2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외국에서 여러 차례 입원 치료를 받았고, 휠체어 신세를 지면서 공개석상에도 자주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스위스 제네바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느라 대선 출마도 측근을 통해 선언했다. 때문에 당선이 되더라도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의 가장 최근 공개 연설은 지난 2014년 대선 승리 선언이었다.

현재 알제리는 청년 실업률이 30%에 달할 정도로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고, 장기 집권과 부정부패 문제도 떠오르고 있다. 때문에 젊은 유권자들은 변화를 원한다. 일각에선 대통령의 형제와 군부가 그를 '꼭두각시'로 내세워 대리 통치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위에 나선 한 대학생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부테플리카 대통령에 반대하지 않는다"라며 "하만 그는 더 이상 대통령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군부와 측근들이 그의 등 뒤에서 무엇을 할지 모른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 난민을 막아주고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과의 투쟁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부테플리카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맺어온 유럽 국가들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알제리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장기 집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봉 천만원 올려도 일할 사람이 없어요", 산단의 그림자
  2. 2 은퇴 후 돈 걱정 없는 사람, 고작 이 정도입니다
  3. 3 구강성교 처벌하던 나라의 대반전
  4. 4 [단독] "문재인 전 대통령과 엮으려는 시도 있었다"
  5. 5 복숭아·포도 풍년 예상되지만 농가는 '기대반, 걱정반' 왜냐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