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침몰 2년 "유해 발견했는데 수습은 안 해"

해수부 관계자 "유해수습 및 블랙박스 복구 애로사항 있다"

등록 2019.03.29 18:20수정 2019.03.30 12:15
0
원고료로 응원
 
a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원회는 2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심해수색 기본과업 완수 및 유해수습을 요구했다.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a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원회는 2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심해수색 기본과업 완수 및 유해수습을 요구했다. ⓒ 스텔라데이지호가족대책위원회

 
2017년 3월 31일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이 "심해수색을 통해 유해를 발견했음에도 '계약에 포함되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유해수습을 하고 있지 않다"라면서 "한 달 넘게 방치되고 있는 유해를 수습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또 실종자 가족들은 "심해수색 3일 만인 지난달 17일 발견한 스텔라데이지호 블랙박스(이하 VDR/항해기록저장장치) 데이터 분석이 현재는 완전히 중단됐다"라면서 "이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이유를 밝히고 있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과 시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은 2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2주기 대책위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와 같이 호소했다. 대책위는 기자간담회 이후 대통령 시민사회수석실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를 호소하는 '서한문'을 보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 "정부, 유해 찾았는데 수습하지 않는다"

스텔라데이지호 2등항해사 허재용씨의 둘째 누나 허경주 가족대책위 공동대표는 "침몰 후 벌써 2년이나 됐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라면서 "안타깝게도 우리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결과만 마주했을 뿐, 원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라고 강조했다.

허 대표는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8가지 기본 과업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구명벌 수색과 스텔라데이지호 3차원 모자이크 촬영이 완수되지 않고 수색이 종료됐다"면서 "정부는 뒤늦게 (수색 업체의) 과업 미완수를 인지하고 우루과이로 정부협상단을 보냈지만 결론적으로 협상이 깨졌다"라고 밝혔다. 심해수색 과정에서 우리 정부는 현장을 관리하고 감독할 공무원을 아무도 보내지 않았었다. (관련기사:"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유해 발견, 현장에 공무원 없었다")

당시 정부는 미국 업체 오션인피니티와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에 관한 계약을 맺고 '총 25일 내외로 1차와 2차에 걸쳐 심해수색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대서양 심해에서 지난 17일 발견된 스텔라데이지호의 선교(브리지) 부분. 선박식별번호가 선명하다. ⓒ 외교부

  
오션인피티니는 수색 3일 만인 지난달 2월 17일 스텔라데이지호 VDR을 수거했다. 지난 2월 21일에는 선체 파편물 주변 해저에서 사람의 뼈로 보이는 유해 일부를 발견했다. 그러나 추가작업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션인피니티는 "한국 정부와의 업무 계약서에 유해를 수습하는 내용이 없다"라면서 VDR만 확보한 채 심해수색 9일 만에 철수했다. '정부가 처음부터 심해수색 과제로 실종자 생사확인과 사고원인 규명만 요구했을 뿐 유해수습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것'이 오션인피니티의 입장이다.

스텔라데이지호 사건의 법률 지원을 맡고 있는 최석봉 변호사는 "당시 대책위 등은 생존 가능성을 계속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유해 수습이 아닌) '실종자' 수색을 요구했다"라면서 "정부 측에서는 가족 의견을 반영해 오션인피니티와 계약을 체결할 때 유해가 수습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했는데 계약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오션인피니티가 찍은 스텔라데이지호 현재 모습, 72개의 조각으로 찢어져 있다.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오션인피니티가 확인한 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의 신발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이날 허 대표는 침몰 원인을 규명하는데 반드시 전제돼야 할 '스텔라데이지호 3차원 모자이크 영상 구현'도 강조했다.

허 대표는 "수색업체가 확인한 결과 현재 스텔라데이지호는 72개 조각으로 찢어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면서 "그러나 업체는 3차원으로 찍을 능력이 없다.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알려왔다. 현재 3차원 모자이크 촬영은 미국에 있는 우즈홀해양연구소가 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수색업체 오션인피니티가 스텔라데이지호 3차원 모자이크 촬영에 난색을 보이자 실종자 가족들과 정부 관계자는 최근 미국으로 가서 '우즈홀연구소' 관계자들을 만났다.

우즈홀해양연구소는 1930년에 설립된 비영리 민간 해양연구소로 1985년 대서양 해저에서 1912년 4월14일 침몰한 타이태닉호를 찾아냈다. 1997년에는 수중 로봇을 투입해 심해 4000m에 가라앉은 더비셔호 사진 13만 7000장을 촬영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3차원 촬영을 진행, 침몰 선박의 사고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냈다.

우즈홀연구소 랭 박사는 실종선원 가족들과 정부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스텔라데이지호가 72개의 조각으로 분리돼 있어도 충분히 3차원 촬영이 가능하다"라면서 "2000조각으로 침몰했던 영국 더비셔호도 이미 3차원 촬영을 완료했다"라고 강조했다. 

"블랙박스 데이터 추출 왜 중단됐나?"
  

지난 17일 남대서양 심해에서 발견돼 회수된 스텔라데이지호의 운항기록저장장치(VDR). ⓒ 외교부

 

오션인피티니가 스텔라데이지호 VDR을 수거하는 모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이날 실종선원 가족들은 무인잠수정(이하 ROV)이 투입돼 심해 수색을 하는 영상과 수색 3일만에 선박용 VDR을 발견해 회수하는 장면도 처음 공개했다. 

가족들은 "ROV를 내려보내고 3일 만에 선체를 찾았다. 이렇게 빠르게 배를 찾을 수 있을 줄 몰랐다"면서 "심해수색이 끝나면 일사천리로 침몰원인과 유해수습 등이 진행될 줄 알았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전혀 없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스텔라데이지호 VDR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서쪽으로 약 3445km 정도 떨어진 수심은 3461m 지역에서 발견됐다. 당시 회수된 VDR은 부식방지를 위한 특수용액에 담겨 우루과이 몬테비데오항으로 이송된 후 영국 업체에 맡겨졌다.

당시 정부는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며 "VDR에는 날짜와 시간, 선박 위치, 속력, 방위, 선교 녹음, VHF통신(선박 초음파 통신) 등의 자료가 저장돼 있다"면서 "기상 상태와 연결해 운행 적절성과 사고 당시 선박 상태, 사고 전 선박의 손상 여부 등과 관련한 자료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스텔라데이지호 2등항해사 허재용씨의 첫째 누나 허영주 가족대책위 공동대표는 "최근 해양수산부로부터 스텔라데이지호 VDR 데이터 추출이 중단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라면서 "정부가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a

외교부가 지난 8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출항한 미국 '오션 인피니티'사의 심해수색 선박인 '씨베드 컨스트럭터'호가 14일 오전 11시(현지시간·한국시간 저녁 9시)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해역에 도착했다고 15일 밝혔다. 업체는 사고 해역 도착 이후 스텔라데이지호 선체를 발견하기 위해 자율무인잠수정(AUV, 총 4대 활용)을 투입해 수색을 개시했다고 외교부는 덧붙였다. 사진은 2017년 3월 31일 남대서양 해역에서 실종된 스텔라데이지호. 2019.2.15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합뉴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VDR 데이터를 추출 작업중이다. 다만 추출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면서 "우리는 작업이 스톱 됐다는 의미로 이해하지 않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여러 가지로 애로사항이 있다. 일단은 작업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더이상의 상황은 우리도 파악하기 어렵다"라고 말을 아꼈다.

'유해수습'과 '3차원 모자이크 촬영 가능 여부'에 관해 묻자 해수부 관계자는 "수색업체인 오션인피니티가 작은 회사가 아니지만 우리가 요구한 수준만큼 해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면서 "문제는 수색업체가 '자신들은 계약 내용대로 다했다'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업체의 해석이 틀렸다'라고 말하며 논의를 진행 중"이라 덧붙였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3월 31일 철광석 26만 톤을 싣고 브라질을 떠나 중국으로 향하다 우루과이 동쪽 3000km 해상에서 갑자기 침몰했다. 당시 선원 24명 가운데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됐고, 한국인 8명을 포함한 22명은 실종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스텔라데이지호 수색과 사고 원인 규명을 '민원 1호'로 공약한 바 있다. 이후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0만 명이 넘는 국민들로부터 서명을 받아 정부에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을 요구했다. 지난 2월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이 진행됐고 과정에서 VDR을 수거하고 유해를 발견했다.
#스텔라데이지호 #대서양 #블랙박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AD

AD

AD

인기기사

  1. 1 '윤석열 대통령 태도가...' KBS와 MBC의 엇갈린 평가
  2. 2 5년 뒤에도 포스코가 한국에 있을까?
  3. 3 윤 대통령 95분에서 확인된 네 가지, 이건 비극이다
  4. 4 6자로 요약되는 윤 대통령 기자회견... 이 노래 들려주고 싶다
  5. 5 누드사진 강요에 '업둥이'까지... '미녀와 순정남', 진짜 괜찮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