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입원한 아들. 아들은 어린이집 생활이 힘들었다.
박현진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 달 후면 둘째 아이가 태어난다. 짧은 휴가를 받아 첫째 아이를 돌볼 수 있지만, 휴가가 끝나면 낮 동안의 육아는 오롯이 아내가 떠안게 된다. 사실상 신생아와 세 살배기 아이를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자가 혼자 돌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쩔 수 없이 첫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둘째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아내도 복직해야 한다. 우리 부부가 함께 일해야 네 가족의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양가 부모님이 모두 경제생활을 하고 계셔서 육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러니 아이를 돌봐줄 어린이집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아이를 키우는 많은 부모가 우리 가족과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아이 돌보미 학대 사건 이전에도 어린이집에서의 아동 학대 사건은 끊임없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아동 학대는 많은 사람의 공분을 사는 매우 흉악한 범죄다. 나를 포함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사건을 접하면서 처음엔 분노하고, 마음 아파하다가도 돌보미 서비스를 신청할 수밖에 없고, 어린이집에 보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착잡함을 느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아동 학대 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 아이 돌보미 및 어린이집 교사에 대한 인성검사의 강화, 아이 돌봄 서비스를 신청할 시 CCTV 설치 지원 등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산더미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보완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피해 아동의 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 장치들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라는 유명한 아프리카의 옛 격언이 있다. 이 말은 아이 하나를 제대로 키우려면 부모뿐 아니라 다른 가족, 이웃이 모두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도움을 줘야 함을 뜻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보육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해 절실히 요구되는 격언이다. 부모를 대신해 아이를 돌봐주는 모든 사람이 '너희 집 아이'가 아닌 '우리 마을이 키우는 아이'라는 책임감을 느끼고 사랑으로 대했으면 좋겠다.
나는 내일도 자기 몸만 한 노란색 가방을 메고, 어린이집에 갈 아이를 걱정하며 하루를 보낼 것이다. 아빠로서, 어른으로서 아이들의 밝은 웃음, 신나는 발걸음을 꼭 지켜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