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가 체포됐던 광주서부경찰서 형사과. 광주서부경찰서 경찰들은 박씨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김성욱
지난 3월 25일, 광주로 갔다. 이 사건을 맡았던 광주 서부경찰서 형사들은 박씨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사실은 갸가 체포된 날보담 한 20일 전에도 한번 우리 경찰서에 왔었어. 그때가 설날 연휴였는디. 아 그때도 무전취식이지. 야는 다 그거야. 근데 그땐 인자 술 먹고 여자 부르고 돈 안 낸 거지. 근디 며칠 이따 지가 파출소 가서 자수를 해부렀더라고. 불러다 놓고 얘기를 들어보니까 좀 딱하더라고. 명절에 뭐 아무도 없는 거야. 연락되는 가족도 없고, 주변에 친구도 없고, 친척도 없고, 지갑도 없고, 10원짜리 한 장도 없어. 밥 안 먹었다 그러길래 컵라면 두개 끓여서 줬더니만, 캬 진짜 얼마나 밥을 못 먹었능가, 그냥 허겁지겁 먹더라고 막. 고맙다믄서."
이남열 광주서부경찰서 형사2팀장의 말이었다. 그에 따르면 설날 전날이던 2월 4일 광주에서 무전취식을 한 박씨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인 6일 경찰에 자수했다. 앞선 지난 1월말 역시 무전취식으로 경북의 한 교도소에서 출소한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얘기였다.
박씨는 조사를 마친 뒤 풀려났다. "전과는 많은데 이런 식으로 다 소액 범죄길래, 내가 '아야, 나이도 50도 안 됐고 젊은데 이러지 말고 나가서 막일이라도 혀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하고 가더라고. 워낙에 돌아다니는 애니까 그게 끝인 줄 알았지." 이 팀장이 말했다.
그러나 이 팀장과 박씨는 불과 20일만에 다시 만났다. 보도된 것처럼 지난 2월 26일 박씨가 수갑을 찬 채 무전취식 현행범으로 체포돼 또다시 경찰서에 붙잡혀온 것이다. "아니 영장실질심사도 안 받겠다는 애가 있다는 거여. 그래서 대체 누구여 하고 봤더니 저번에 라면 끓여줬던 그 놈이더라고." 이 팀장이 혀를 차며 말했다. 당시 박씨를 인솔했던 경찰은 "박씨가 신안 염전에서 일주일 정도 일하다 다리를 다쳐서 그만 뒀고, 다시 광주로 와 술을 마셨다고 하더라"면서 "술집 사장은 박씨가 '나 돈 없으니 경찰에 신고하시라'고 진술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런 애들은 빵집(교도소)에서 빵이나 먹어야 돼. 빵에 산 시간이 밖에서 산 시간보다 긴데 사회에 어떻게 적응을 하겠어?", "그냥 배고프고 추우니까 계속 들어가는 거야. 그런 애를 왜 취재하는 거야?" 지나가던 형사들이 한마디씩 했다. 냉소 섞인 말들을 뒤로 하고 이 팀장이 말했다.
"두 번째로 보니까 좀 더 그렇더라고. 지가 나와서는 노동하고 살 수가 없으니까 그냥 교도소에서 살겠다는 거여. 그래서 그냥 나도 그랬어. 아휴 그래, 자네는 차라리 교도소 가서 쉬어라. 자네는 그게 낫겠다. 나와봐야 아는 사람도 없고, 몸도 불편하고..."
"확 불 질러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