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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차원이 다른 독일의 출산 정책

등록 2019.04.25 16:01수정 2019.04.2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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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몇 년간 살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사회 제도는 아무래도 육아와 관련된 정책일 것이다. 회사 내에서도, 사회 전반에 걸쳐서도 독일은 육아에 대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배려를 한다.

회사 분위기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본인이 아니라 아이가 아픈 경우에도 휴가를 쓰지 않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일이 가능한 게 대부분 독일 대기업의 문화다(관련 기사: 한국인이 놀라는 독일 회사 문화 6가지). 부모가 다 직장에 출근하게 되면 아픈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둘 중에 한 명이 회사에 사정을 말하고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편이다.

독일은 육아 관련 용품이 저렴한데, 아마 정부 차원에서 가격을 조절한 덕분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아기 키우는 엄마들은 다 알 만한 독일산 기저귀, 분유, 육아용품들은 정작 독일에서는 굉장히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최소한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기저귀와 분유에 대한 부담은 많이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에서 대기업에 다닌다 할지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저귀와 분유에 대해 부담은 다들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육아에 대해 관대하고, 경제적으로 부담이 덜한 독일에서도 최근 출산율이 줄어들고 있다. 한국에서도 저출산율은 오래 전부터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전세계적으로도 많은 나라들이 저출산으로 인해 정부차원에서도 많은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독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육아에 대한 배려가 잘되어있는 독일 사회 ⓒ 픽사베이

 
독일의 젊은층은 '결혼'보다 '동거'로 인생의 방향을 정하고 있는 것이 최근 추세다. 최근 독일 젊은이들의 가치관 중 하나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내 부모가 있는데 왜 굳이 추가로 남의 부모까지 챙겨야 하나? "
"세상에 이렇게 여행 갈 곳이 많고 춤, 음악, 요가 등 배울 것이 많은데 왜 아이를 낳으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해야 하나? 아기를 낳으면 내가 다니는 직장도 다니기 힘들 텐데." 


이는 남녀를 떠나서 공통된 가치관 중 하나다. 아마 이러한 가치관은 한국 젊은 남녀들도 요즘 많이 느끼는 것들로 생각된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젊은 층의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 

2016년 독일 연방 통계청 (Statistisches Bundesamt) 자료에 따르면 독일 출산율은 1.59명으로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출산율을 보이는 등 출산율에 문제가 없어 보이나, 실제로 독일 출산율이 높아진 데에는 난민과 같은 이주민의 증가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저출산율에 따라 '연금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연금제도를 처음 도입하고 많은 토론·연구를 해 온 독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최근 독일에서는 몇십년 후 연금 부족에 대비해 난민을 받기도 하지만 다른 정책적인 지원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해왔고 시행을 하고 있다.

내 집 장만 시, 아이 한 명당 1600만 원 지원

최근 독일에서는 몇 년 전부터 내 집 장만 시, 아이가 있을 경우 정부에서 재정적인 지원을 한다. 이른바 Baukindergeld(바우킨더겔트) 라고 하는데 한국어로 번역하면 집살 때 주는 '육아수당'인 셈이다.

독일의 KFW 홈페이지에 가면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는데 (www.kfw.de) 내 집 장만시 아이 한명 당 1년에 1200유로를 10년간 지원한다. 10년이면 1만2000유로로 한화로 치면 약 1600만 원이다. 아이 2명이 있을 경우 3200만 원, 3명의 경우 4800만 원이다. 물론 이 제도에는 여러 조건이 있는데 아이가 만 18살 미만이어야 하고 가정의 1년 소득이 9만 유로, 한화로 약 1억 2천5백만 원 이하여야 한다. 
   

내집 장만시 독일 정부가 제공하는 육아 수당 ⓒ 독일 KFW

    
자녀 양육 수당은 만 25세까지 가능

독일에서 양육수당은 독일어로 킨더겔트(kindergeld)라고 한다. 'Kinder(아이)'와 + 'geld (돈)'의 합성어다. 현재 양육 수당은 첫째와 둘째 아이까지는 각각 월 194유로(25만 원), 셋째 아이는 월 200유로 (26만 원), 넷째 아이는 월 225유로 (31만 원)를 받는다. 즉 4명의 자녀가 있는 가정은 한달에 약 813유로, 한화로 100만 원 정도를 받는 셈이다.

그리고 아래 독일 육아수당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표를 보면 오는 7월 1일부터 10유로씩 올라간다.
 

자녀수에 따른 독일의 육아수당 지급표 ⓒ 독일 킨더겔트 홈페이지

 
독일 양육수당은 아이가 만 18세가 될 때까지 받을 수 있지만 자녀가 학업을 계속하거나 실업 상태라면 만 21~25세가 되는 시기까지 받기도 한다. 아래 그림을 보면 만 18세 자녀까지는 모두에게 해당이 되며 21세까지 받는 경우는 자녀가 학업을 하거나 실업 상태인 경우다. 또한 25세까지 받는 경우는 자녀가 'Ausbildung', 즉 직업 교육 중인 단계에 있음을 뜻한다.
 

독일의 육아 수당 제도 ⓒ 독일 킨더겔트 홈페이지

  
아이가 있으면 유리한 독일 정부의 개인연금 프로그램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독일도 연금 고갈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해왔으며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개인연금 상품에 육아 지원금을 접목했다.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도이체방크를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자녀 한 명당 세금혜택에 추가로 정부에서 납입해주는 금액으로 연금액을 설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녀가 많으면 많을수록 내가 납입하는 실제 연금액의 40% 이상까지도 금전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자녀가 많을 경우 누리게 되는 정부 지원금도 늘어나게 된다. 독일 정부도 이렇게 함으로써 출산율을 늘리면서 사실상 추후의 연금액을 보충하고, 시민들도 연금 혜택을 누릴수 있게 되니 1석2조의 정책이다.

워킹맘을 위한 독일 정부의 지원

독일도 많은 가정이 맞벌이 생활을 한다. 100%라고는 하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많은 여성이 출산을 하고도 현업에 복귀해 경력을 이어나간다. 독일도 한국의 '경단녀'(경력 단절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독일이 가장 주목한 정책은 부모 수당(Elterngeld) 증가 및 출산 휴가 지원이다. 독일에서는 부모 수당을 14개월동안 출산 직전 월급의 약 65%로 지급하며 출산 전에 수입이 없던 부모에게는 월 300유로를 지급한다. 게다가 부부 중 한 명이 최소 2개월을 출산휴가로 써야한다. 즉 출산한 아내가 회사 현업에 복귀를 제때 할 수 있도록 12개월 중에 남편도 2개월을 쓰도록 하는 것이다.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권장하고 있는 독일 사회 ⓒ pixabay

 
또한 독일 대기업에서는 워킹맘들이 출산하고도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유연 근무제를 도입하는데, 원래 독일은 주 40시간을 기본으로 하지만 (기업마다 차이가 존재), 주 35시간, 혹은 주 30시간으로 계약하여 그만큼 연봉을 줄이고 근무시간도 줄여 육아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고 있다.

또한 몇년 전부터 부모 수당 플러스 (Elterngeldplus)라는 정책이 도입되었는데 이는 시간제 근무를 하는 부모들이 주 25~30시간 일하면서 육아를 병행할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이다. 이 제도를 신청한 부모는 위에서 언급한 부모 수당 월 지급액을 줄이는 대신 지급 기간을 14개월에서 28개월로 늘려서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지원을 하는데도 독일의 출산율은 여전히 낮다. 그래서 독일 정부가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것은 노동 시장과 문화의 제도적 개선이다. 재정 지원은 출산 시기 결정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던 사람들이 갑자기 자기 아이를 갖게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적으로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아빠의 육아 휴직제도다. 아빠들의 가사 참여를 높이기 위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가족 친화적인 분위기의 조성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한다. 독일도 남성을 보육 및 가사노동의 중심에 세울 수 있도록 부모 모두 시간제 근무를 할 경우 재정 지원과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독일 이민 #독일 육아 #독일 출산 #독일 출산 장려 #독일 육아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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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직장 생활하고 있는 딸바보 아빠입니다^^ 독일의 신기한 문화를 많이 소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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