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공녀>에서 미소(이솜 분)는 위스키, 담배, 남자친구만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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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공녀>(2018)는 저성장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가 점차 선택권을 빼앗기고 있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주인공인 미소(이솜 분)는 가사도우미를 하면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가난한 청년이다. 연애 중이지만 서로 먹고 사는 일에 허덕이는 것은 다반사고, 결혼은 엄두도 못 낸다. 그 와중에 담배와 위스키를 사는 데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월세가 5만 원 오른다. 미소는 담배와 위스키를 택하고 집을 버린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결정이다. 집도 담배도 위스키도 버리지 않은 채 남자친구와 행복하게 사는 것이 최상이겠지만, 그런 선택은 할 수 없는 상황.
사회학자 레나타 살레츨은 그의 저서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에서 "선택권을 제공받는 동시에 빼앗기는 것은 곧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어떻게든 우리는 항상 선택을 하며 살아가지만, 사회적 조건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개인이, 더 나은 그리고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받지 못한 채로 하는 선택은 한계가 뚜렷하다. 미소가 그랬고, 지금의 청년세대가 놓인 상황이 딱 그렇다.
해외에서는 점차 선택지의 양과 질을 늘리는 방안을 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은 2004년 '시빌 파트너십(civil partnership)' 법을 제정했는데, 동성 커플에게도 결혼에 준하는 법적 권리를 부여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상속, 세제, 연금, 친척 관계 등에서 결혼한 이들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된 것. 2018년 6월에는 이성 커플에게도 시빌 파트너십을 허용하도록 그 범위를 확장시킨 바 있다.
프랑스의 경우 1999년에 이성 또는 동성 성인 간의 시민 결합을 허용하는 시민연대계약(또는 공동생활약정, PACS)법을 제정하였다. 역시 법적으로 보장받는 관계다. 프랑스는 2013년 동성결혼이 제도화됐다, 시민결합과 별도로 유지되는 제도라는 점에서 개개인이 만들고 싶은 관계를 좀 더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 1.77명이었던 프랑스의 출산율은 2010년 2.02명으로 증가했고, 이중 혼외출산 비율도 1994년 37.2%였던 것이 2013년 기준으로는 57.1%로 상승했다.
다양한 가능성과 상상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