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명 인솔해 떠난 여행, 현지 가이드는 어디에?

두바이, 크로아티아 여행에서 생긴 일

등록 2019.05.31 10:48수정 2019.05.3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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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일이다. 고객 18명 전원이 비즈니스석에 탑승하는 여행은 여행사 인솔자 경력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에어버스 A380은 1층에 1등석과 이코노미석이 있고, 2층은 전부 비즈니스석이라 1층의 이코노미석 승객은 2층에는 올라갈 수가 없다. 인솔자인 나만 혼자 이코노미석에 앉게 된 거다. 그러다 자칫 우리 고객이 두바이에서 유럽으로 가는 인파에 무심코 휩쓸려 다른 통로로 잘못 나갈 수도 있기에 약간은 걱정이 되었다.


예전 같으면 나도 괜히 기죽기 싫어서 무리해서라도 고객과 같이 비즈니스석을 예약했을 거다. 허나 경비도 절약하고 낮은 자세로 고객에게 봉사하는 게 을(?)의 도리라 생각해서 그러지 않았다.

숭늉 마시고, 이빨을 쑤시는 허세가 실속보다 많았던 나도 뒤늦게 철이 든 것 같다. 또한, 이코노미석을 타고도 위축되지 않고 당당할 수 있었던 건 과거에 뉴욕까지 1등석을 타 봤다는 자부심이 때문인 듯도 하다.

두바이 공항에 도착하기 전, 나는 2층으로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승무원에게 부탁해서 고객들에게 '환승 통로로 가지 말고 기다리라'고 말해줄 것으로 부탁했다. 다행히 그들과 합류하여 이탈자 없이 두바이에 입국했다.
 

아부다비 그랜드 모스크 ⓒ 하기성


이후 아부다비로 이동하여, 조식 후 세계 최대의 이슬람 사원인 '그랜드 모스크'를 관광하고 다시 두바이로 이동했다. 중식 후 인공 섬 위에 지어진 세계에서 제일 높은 호텔인 '버즈 알 아랍 호텔' 관광 등 시내 관광을 현지 가이드와 진행했다.

관광 중 가장 인상적인 두바이의 모습은 같은 건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도시 미관을 위해 건축법상 건물 설계를 똑같이 할 수 없도록 법제화 한 것이었다. 참 아쉽고도 부러웠다. 우리나라 입법을 담당하는 분들도 정쟁이나 외유성 해외출장보다 선진화된 외국의 입법 사례를 배워오고 연구해서 국민들의 삶에 보탬이 되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주마간산 격으로 시내 관광을 끝내고 두바이 사막 사파리 투어를 시작했다. 4륜 구동 랜드크루즈를 타고 울퉁불퉁한 모래 산을 질주하는 기분은 스릴이 만점이었다. 척박한 사막에서도 오아시스 정도에서 구할 수 있는 부족한 먹이로 생명을 유지해가는 영양과 가젤들의 생명력에 경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 최대의 분수 쇼를 보기 위해, 예정됐던 낙타 라이딩, 베드윈 캠프 등 아랍 전통문화 체험 일정을 포기하고 두바이 몰 레스토랑에서 분수 쇼를 즐기면서 저녁 식사 후 호텔에 투숙했다. 두바이 몰 앞에 위치한 인공호수에서 매 30분마다 다양한 배경 음악에 따라 3~5분동안 진행되는 두바이 음악 분수 쇼는 셰계 최대 규보의 분수 쇼답게 장관이었다.

다음날 새벽, 호텔에서 제공해준 도시락을 먹고 다음 여행지인 크로아티아로 향했다.

두바이 공항 이륙한 뒤 약 6시간 후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상공에서 기류 변화로 비행기가 심하게 요동쳤는데, 이상하게 예전보다 공포감이 덜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제는 나이가 많아지면서 죽음을 대하는 나의 철학이 변해서인 거 같았다.

"죽음복(福)! 고생하지 않고 한 순간에 모든 걸 떠날 수 있다는 것은 본인뿐 아니라, 모두를 위해 선이다"라는 생각에서 였으리라.

무사히 '자그레브' 공항에 도착하여, 입국 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는데, 현지 가이드가 보이지 않았다. 짓궂은 일행 한 분이 '교통사고가 난 거 아니냐'는 농담에 인솔자인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비상연락망을 찾아 전화를 하고 약 15분이 흘렀는데, 가이드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화가 나기보다 '아이고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가이드를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크로아티아 등 발칸반도 여행을 시작하였다.

가이드가 약속시간에 늦은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평소에도 실력이 좋은 것인지 여행이 끝나는 날까지 성실하게 안내해줘서, 인솔자인 나도, 고객들도 모두 대만족이었다.

순박하고 인심 좋은 슬로베니아의 시골 양고기집, 동굴열차를 타고 들어가는 포스토니아 동굴에서 생긴 일, 두브로브닉의 최고급 힐튼 호텔에서 생긴 웃지 못할 해프닝 등 많은 사연을 남기고 여행을 마무리했다. '여행이 끝날 때마다 울었다'는 옛 중국의 완적(阮籍)이처럼 가이드도 울고, 나도 울었다.
#두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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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메니아인 바,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보고,느끼고, 감동받은 사연들 을 함께 공유하고싶어서 시민기자에 지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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