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출전한 태권도대회의 출입증.
김진석
아제르바이잔 취재를 마치고 우크라이나로 왔다. 우크라이나 고려인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는 약 2만여 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다. 특히 5년 전 러시아와의 영토 분쟁으로 내준 크림반도에만 3000~4000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다.
크림반도 지역은 현재 여행철수 권고 지역으로 한국 사람들의 출입이 제한돼 있다. 그밖의 남부 하리손과 현재 내전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에도 많은 고려인이 이주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우선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예프(Kiev) 시에 있는 고려인 식당 '아리랑'을 찾았다. 이 곳 식당 주인이 고려인이다. 그를 통해 알렉 남을 소개받았다.
키예프 외곽의 어느 주택 단지. 비슷해 보이는 건물 탓인지 몇 바퀴째 헤매고 있었다. 약속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알렉 남이 운영하는 태권도장을 찾을 수 있었다.
태권도장은 여느 도장과 마찬가지로 열기과 땀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10여 명의 선수들과 학생들이 숨을 몰아쉬며 운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 가운데서 알렉 남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려인 3세 태권도 사범, 알렉 남
알렉 남은 1974년생이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태어났다. 알렉 남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1937년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이주해 왔다. 알렉 남은 고려인 3세인 셈이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과 태권도를 좋아했던 알렉 남은 30년 전 지금의 부인인 도라 남과 함께 이곳 우크라이나로 왔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고, 좀더 많은 기회를 찾기 위해서였단다.
당시 소련이 해체되고 난 뒤 중앙아시아의 많은 고려인들이 이곳 동유럽쪽으로 이주했다. 알렉 남 역시 그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알렉 남은 우크라이나에 오래 머물 생각이 아니었다. 열심히 운동하고 어느 정도 목표를 이루게 되면 부모님이 계신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단다.
"고민이 많았어요.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갈려고 했는데 여러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 태권도를 배우겠다고 했어요. 처음에는 몇 년만, 몇 년만하다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