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의 공권력은 대통령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권력의 메커니즘 안에 분단이데올로기가 작동하고, 그 안에서 국가보안법은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청와대
우리는 모두 정의로운 세상에서 살고 싶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정의를 집행해야 한다. 그런데 이 정의를 개인이 집행할 수 없다는 것이 '국가'라는 전 인류적 실험의 결과다. 정의가 무엇이든 간에 개인의 의사로 판단하지 않고 국가라는 사회공동체를 통해 공정하게 집행하는 것, 이것이 국가가 해야 할 책무다. 그리고 이 책무는 현실에서 국가의 공권력으로 발현된다. 그래서 법이 있고, 공무원이 있고, 시민의 의무와 권리가 있는 것이다. 과도하게 도출해보면 공권력이 향하는 방향성이 바로 그 사회가 지향하는 정의이다.
국가 공권력의 방향은 어디서 어떻게 결정될까? 공무원의 수장인 대통령이 정할 테니 국민들이 투표로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대한민국 국가의 기본이념인 헌법이 정해주는 것일까? 그러나 세상은 그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건 해당 사회의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공권력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에는 제한적 조건과 한계가 있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가장 유력한 제한적 조건 중 하나는 바로 분단이다. 이를 김동춘 교수는 저서 <전쟁정치>에서 '정치화된 정의' '굴절화된 정의'라고 표현한 바 있다. 쉽게 말해 한국 사회에서 정의는 정치적 맥락과 연관되며 그 이해관계에 따라 굴절되었다는 것이다. 더 적나라하게는 분단상황에서 북을 적대하고 내부를 결속시키는 것이 그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국익으로 규정되며, 이 국익에 의해 다른 권리나 자유가 침해당하는 것 또한 정의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분단이 남한 자체의 내부동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북한 없이 존재할 수 없고, 북한도 남한 없인 존재 근거가 없다. 서로의 존재 이유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분단은 극복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을 장기간 유지시키며 국가시스템을 만들어가다 보니 '병영국가' '안보 국가'라는 국가 정체성을 뿌리로 가지게 된 것이다. 분단체제는 스스로 자기 재생산이 가능하다. 때로는 강압적으로, 때로는 유연하게 그 겉모습만 변할 뿐이지, 전쟁과 안보를 들먹이는 근본원리가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러한 분단체제는 국제정세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분단은 남과 북 그 누구의 의도도 아니었다. 이는 해방 이후 미소갈등과 자본주의-사회주의 진영 간 대립의 산물이며, 현재는 미국 중심 세계 패권 질서의 하위체제로 기능하고 있다. 즉, 분단은 한반도에 뚝 떨어져 있는 상황이 아니라 미국을 위시한 세계 각국의 수많은 이해관계가 유지 시키고 있다.
국가 공권력의 방향을 정하는 조건,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확인시키는 이데올로기, 미국 중심 세계질서의 산물, 이 세 가지만 봐도 우리는 분단이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한 메커니즘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한 사회의 주요한 메커니즘이라는 것은 구성원이라면 누구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다.
한국 사회의 권력은 다층적으로 분포해있다. 그러나 이들 중 가장 강력한 권력 중 하나가 국가권력임은 부인하기 어려우며, 이 국가권력의 한 축이 분단체제에 기대고 있다는 점 또한 부정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권력이 현실에서 힘을 발휘하는 하나의 방식이 국가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은 국가권력이 내부의 적을 만들면서 한국 사회를 억압적 시스템으로 운영하는데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마땅한 악법이다.
[기획 / 문재인 시대에 국가보안법을 논하다]
① 국가보안법은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리지 않는다 ☞ http://omn.kr/1jn4t
② 평양냉면 칭찬? 마음만 먹으면 '국가보안법 위반'입니다 ☞ http://omn.kr/1jn5e
③ 문재인정부 1호 '간첩' 사건... "이런 식이면 정상회담 왜 하나?" ☞ http://omn.kr/1jn4v
④ 판사도 감탄한 명연설, 재판정을 뒤집어 놓은 사진작가 ☞ http://omn.kr/1js8m
⑤ "박근혜 댓글조작 묻으려 간첩 조작... 가장 끔찍했던 건" ☞ http://omn.kr/1js8s
⑥ 방명록에 남긴 한마디, 10년간 42회 재판 받은 대학교수 ☞ http://omn.kr/1js9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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