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리 학교의 한국 관련 교재들.
김진석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Kiev)에서 북동부 쪽으로 약 500km 떨어진 하리코프(Khar'kov) 시. 인구는 300만 명 안팎이며, 우크라이나 최고의 교통·교육 도시다. 우리에겐 이름조차 생소한 도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하리코프에서 생산된 탱크에 관한 자료 몇 개만 나와 있다.
하리코프에는 100여 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다. 대부분 교수, 선생님, 간호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단다. 내가 하리코프를 찾은 이유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1086 고려인 민족학교'와 더불어 동유럽에서는 유일한 고려인 민족학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정수리 학교'다. 1997년에 설립됐고, 올해로 개교 21주년을 맞은 이 학교는 우크라이나에서 정식으로 인가받은 학교다. 참고로, 우크라이나 학제는 11학년제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한국과 같은 12학년제로 바뀌었다.
학교에 도착한 나는 따뜻한 웃음으로 마중나온 김 루드밀라 교장선생님을 만났다. 방학 중이었지만 이날은 때마침 9학년들의 종업식이 열렸다.
교장선생님이 안내하며 학교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다. 현재 재학생은 201명인데, 이 가운데 고려인 학생은 8명. 아쉽게도 오늘 종업식 행사에 참석한 9학년 가운데는 고려인이 없었다.
이 학교에는 김 루드밀라 교장선생님 말고도 3명의 고려인 선생님이 더 있다.
김 루드밀라 교장선생님은 올해 나이 66세. 1952년 러시아 남부 캅카스에서 태어난 고려인 2세다. 발가드라드라는 곳에서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1982년 하리코프로 발령받아 이곳에 오게 됐다. 선생님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다, 1998년 정수리 학교 교장선생님으로 부임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