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은 서울의료원이 돈 벌기 바라지 않습니다

[주장] 서울의료원 간호사에 이어 청소노동자 사망... 또 하나의 검은 리본 달 수 없다

등록 2019.07.02 15:10수정 2019.07.0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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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 사는 시민입니다. 박원순 시장님이 우리 시민들과 함께한 지도 벌써 7년이 넘었습니다.

2019년 1월 서울의료원에서 간호사 한 분이 직장 내 위계에 의한 갑질, 일명 '태움'으로 인하여 안타깝게도 스스로 생을 마감하신 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서울시에서는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한다고 했지만, 6개월째 조사 중일 뿐입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초 서울의료원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 한 분이 작업 중 감염으로 유명을 달리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분은 서울시민이며 누군가의 귀한 아들이었고 사랑하는 남편이었으며 존경하는 아버지였습니다. 서울의료원에서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였습니다. 서울의료원에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일을 하였지만 그래도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청소노동자 사망 전 12일 연속근무
   

6월21일 김민기 병원장 퇴진 촉구 집회 후 병원 라운딩 ⓒ 고 서지윤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 제공

 
그는 왜 사망했을까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서울의료원 운영의 목적이 이윤 추구인 김민기 병원장의 의지 때문입니다.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이하 시민대책위)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5월부터 병원 의료폐기물 청소 업무를 다른 노동자의 업무까지 감당해가며 사망 전 12일 연속근무를 했습니다. 결국 과로가 폐렴의 원인이 되고 폐렴은 이어지는 패혈증으로 진행되어 산재 사망에 이르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김민기 원장은 서울시 공공기관 노동자 정규직화 의무를 이행하면서 서울의료원 청소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대신 인원을 감축했고, '서울형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명분으로 임금을 줄이기 위해 청소노동자들이 연차를 강제로 쓰도록 했습니다. 그 때문에 고인은 2인 이상이 업무를 분담해야 할 병원 의료폐기물 청소 노동을 혼자 감당해야 해야 했고, 다른 청소노동자가 병가를 낸 상황까지 감당해 12일 연속 노동을 해야 했던 것입니다. 

서울의료원의 재정이 청소노동자들의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취약한가요? 김 원장은 미화 노동자들의 연차 수당으로 무엇을 하려고 했을까요? 

'하나의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천 개의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난 10일 서울시 시민건강국은 고인의 사인과 관련해 '과로와 감염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인력에 변화가 없고, 업무량도 변화가 없었다고도 주장합니다. 그러나 시민대책위는 "5월에 고인이 근무 일정을 스스로 변경한 것이라고 해도 12일 연속근무를 한 것은 사실"이며 "병원 측에서 발급해 고인이 지니고 있던 6월 근무표가 증거"라며 지난 11일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서울의료원은 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12일 연속 근무에 대해 "현재 주중 5일, 주말에는 이틀 중 하루를 선택해 5시간만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며 "당시 고인이 개인 사정으로 다음 주 주말 근무분을 앞당겨 신청하면서 주말 이틀 연속 근무를 하게 되었다. 회사는 정해진 근무일에 대해서만 일을 하도록 업무 일정을 잡아줄 뿐 근무 일정에 대해선 (노동자들끼리)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편집자주).

김민기 원장이 취임한 2012년 서울의료원 청소노동자는 69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가 2012년 11월 '서울시 2차 비정규직 고용개선대책'을 발표한 후 2013년 65명, 2014년에는 58명으로 줄었습니다. 58명의 청소노동자에겐 인원이 줄어든 만큼의 노동 강도가 강화되었고 업무량은 가중되었습니다. 과도한 업무량을 처리하기 위해 노동 강도를 높여 결국 노동자가 과로사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더욱이 서울시 시민건강국은 고인이 병원 외곽 쓰레기 수거 업무만 담당하고 있었기에 의료폐기물 감염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사실과 다릅니다. 

시민대책위는 "고인은 5월 내내 4월 말 병가를 낸 노동자를 대신해 대체 업무로 병원 의료폐기물 처리 작업을 했다"면서 "링거병 분리작업, 투석병 칼슘 제거 등은 한 달간 지속했고, 6월 1일에는 하역장 당직으로 각 병동, 수술실,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수거한 쓰레기 및 폐기물을 분리하는 작업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서울시 시민건강국은 병원 현장을 단 한 차례도 방문해 확인하지 않고 병원에서 받았을 '스케줄표'를 근거로 설명 자료를 썼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의료원은 한 달간 지속된 링거병 분리작업, 투석병 칼슘 제거 등에 대해 "업무 배정과 상관없이 고인이 자발적으로 일을 한 것이기에 한 달간 지속된 것인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근무 시간 내 1시간 정도 이 작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링거병 분리 작업이나  하역장 당직 등은 의료폐기물과는 무관한 일반폐기물 분류 과정이기에 여기서 감염되는 경우는 희박하다"고 설명했다- 편집자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이라는 이름으로 낸 이번 설명 자료는 누구를 위해 작성된 것일까요? 이것은 서울시가 서울의료원의 책임에 면죄부를 준 것입니다.
  

김민기병원장 퇴진촉구 피켓팅 서울시청 앞 김민기 병원장 퇴진촉구 피켓팅 ⓒ 고 서지윤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 제공

 
2018년 4월 박원순 시장님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노동이사들을 유럽에 보내 현지 상황을 견학하게 했습니다. 그 중에는 유럽 최대 규모 대학병원인 독일 샤리테 대학병원도 있었습니다. 그 병원 간호사이자 감독이사회 노동자 대표가 방문한 노동이사들에게 "독일의 경우 공동결정법에 따라 경영이사회 구성 시 주주대표 5, 직원대표 5, 기타 1로 구성한다.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의 경우 노동이사가 기관별로 1명 또는 2명이라면 그렇게 소수의 참여가 과연 노동자의 경영 참여 의미가 있나요"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는 보고서(2018년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노동이사 유럽 노동이사제 연수 보고서)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지금 서울의료원에도 두 명의 노동이사가 있습니다만 그 중 한 명은 서울의료원 병동 간호팀 병동 파트장이고 다른 한 명은 서울의료원 총무팀 총무차장입니다. 노동이사를 선출해 선임하는 것이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 과연 누가 생각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서울의료원은 이사 중에 보건의료전문가, 비영리민간단체 추천 이사, 소비자단체 추천 이사 등을 여전히 공석으로 두고 있습니다. 이것은 박원순 시장님의 노동이사제 실시 취지와 서울의료원 이사회 운영이 비록 합법적이라 하더라도 의미가 충돌하는 것입니다. 

시장님도 '2019년 서울의료원 주요사업계획서'를 보셨겠지요? 그 계획서를 보면 어떻게 하여 돈을 벌겠다는 것만 있을 뿐 공공의료는 관념적으로 존재할 뿐입니다. '서울의료원 김민기 병원장은 공공의료가 무엇인지 정말 알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2019년 서울의료원 주요사업계획서 내용을 보면 진료 부문은 환자를 많이 받아 의료수익을 높이고, 공공보건의료 부문은 오히려 예산을 20억 원 삭감하고, 교육 연구 부문은 기술에 대한 교육 계획만 있을 뿐 인권에 대한 교육 계획은 없고, 투자계획에서 50억 원 투자 중 40억 원을 장비 보강에 사용한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박원순 시장님의 사업 중 하나인 마을공동체 사업의 단위 마을 사업 계획서도 마을 구성원들과 먼저 논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계획서를 구체화하며 현실 가능한 사업을 배치합니다. 

2018년 서울의료원 공시자료를 보면 전체 임직원은 1490명이고 그 중 65%인 968명이 노동조합 가입 대상자이고 두 개의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는 89%인 858명입니다. 그런데 2019년 서울의료원 주요사업계획서에는 노조에 대해 한마디 언급조차 없습니다. 

공공기관의 사업계획서 중 이런 사업계획서는 처음 봅니다. 공공보건의료법에는 공공보건의료를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보건의료기관이 지역·계층·분야에 관계없이 국민의 보편적인 의료 이용을 보장하고 건강을 보호·증진하는 모든 활동'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수혜자인 국민이 동등한 의료혜택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제공하기 위해 참여하는 구성원들도 동등한 대우를 받을 때 완성됩니다.

서울 시민들은 서울의료원에 돈을 벌라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를 잘 치료해 주길 바라며 그 안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근무하길 바랍니다.

이제는 우리 곁을 떠난 그는 동료들과 소주 한 잔 마시고 집에 가는 것, 월급날 고기 한 칼 잘라 사 가는 것 등이 그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었을 것입니다. 이 작은 행복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사회적 체계를 만들었고 그것이 더 시민들 개개인에게 돌아가게 하려고 지방자치제를 만들어 시장을 직접 선거로 선출한 것 아닌지요?

박원순 시장님, 이제 그의 가족은 이제와는 다른 삶을 살아야만 합니다. 사람의 인생이 한순간에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뀐다면 아니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바뀌어 버린다면 그것을 감내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원인 제공을 한 병원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서울시의료원 측은 병원의 업무와는 관계없고 모든 것은 청소노동자의 불찰이라고 합니다. 단 한 번도 진실한 유감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간호사가 마음 편하게 근무할 수 없는 병원, 병원에서 일하던 미화 노동자가 감염으로 사망한 병원에서 치료받는 환자는 어떨까요? 그것을 올바르게 바로 잡아 주어야 할 의무를 시민들에게 위임받은 분이 박원순 시장님입니다. 이제라도 올바르게 하여 주십시오. 더는 죽이지 말아 주십시오. 서울시의 위상만큼 서울의료원도 자리 잡아 주십시오. 또 하나의 검은 리본을 달 수 없습니다.
#서울의료원 #시민건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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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는 인종, 계층, 지역, 경제적 수입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평등한 진료를 보장하여야 하며 그 구성원(의사, 간호사, 미화, 시설, 이송, 세탁, 급식, 주차 등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 )이 평등하게 일 하는 것이 보장돠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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