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태(왼쪽), 이한주(오른쪽)1회~5회 파주자유음악잔치의 총감독
서상일
파주 자유음악잔치의 총감독은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강사인 이한주씨와 김윤태씨다. 멀리 서울 홍대 앞으로 나가 이들을 만나서 지난 파주 자유음악잔치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김윤태씨는 "주민들이 만드는 마을 잡지라는 것을 실제로 본 건 처음"이라며 반겼다. 이한주씨는 한때 교하에 살았는데 재미있었다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심학산 밑에 지금은 펜션이 된 안테나 게스트하우스에 살았어요. 파주 들어가면서 하고 싶은 게 많았어요. 술 담그는 것도 좋아해서 실험을 해봤어요. 파를 로스팅해서, '파주'(파로 내린 술)를 만들었어요. 파의 흰 부분 말고 파란 부분을 팬에다 덖어서 커피 내리듯이 소주를 부으면 파의 향이 확 나면서 소주가 고급지게 돼요. 그것을 먹으면 왠지 고기를 먹어야 할 것 같아요. 사람들이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삼겹살 먹을 때 좋은 술이라면서. 하하."
자유롭게 음악을 하는 이는 술도 재미난 시도를 하면서 마셨다. 물론 그는 음악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지금도 홍대앞에서 '불가사리'라는 실험 음악회를 매달 하고 있는데, 심학산 밑에서 살 때도 정기적으로 실험 음악회를 열었단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예술가들과 함께 놀았단다. 그 얘기들도 재미있겠지만 마음을 다잡고 파주 자유음악잔치 이야기를 들었다.
김윤태씨는 파주 자유음악잔치의 시작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일단, '파티'(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PaTI)의 날개 안상수 선생님의 결단이 컸어요. 안상수 선생님이 실험 음악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홍익대 시각디자인과에서 음악과 함께하는 수업을 하고 싶었지만 잘 안 되었고, 여기서 축제처럼 해보자고 시작이 된 거죠.
파주자유음악잔치의 목표는 '학교 축제'이자 '지역 축제'였어요. 한주 형이 얘기한 불가사리라는 실험 음악 연주회가 있는데, 거기에 아는 뮤지션들이 많아서 부탁을 하고 돕게 되었죠."
이어 이한주씨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니까 안상수 선생님이 제안하고 우리도 좋아요 해서 시작된 거죠. 그리고 자유음악 잔치잖아요. 실험 음악이 아니라 자유음악이니까 더 포괄적이죠. 명확하게 어떤 음악이라고 규정지을 수 없기도 하고요.
'파티'의 교육 철학이 처음에 소리 또는 음악이 베이스가 되고, 거기에 시가 입혀지고, 그 다음에 인문학이 입혀진다는 거예요. 그런 취지에서 음악 잔치를 하자는 거였어요. 일반적인 음악보다는 독특한 작업을 하는 분들을 많이 초대했죠."
지금은 파주 자유음악잔치를 파티 지하주차장에서 한다. 그런데 1회와 2회는 아시아정보문화센터에서 했다. 이한주씨는 그곳에서 수업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색다른 학교 축제를 음악 잔치로 열었다고 한다.
"7월에 방학이 시작하니까, 그때 음악 축제를 열었죠. 다른 학교 축제도 그때쯤 하잖아요. 학교 축제가 너무 술판뿐인 게 싫었던 거예요. 어느 학교든 다 주점 운영이니까. 처음에 음악회를 만들려고 했다기보다 학교 축제를 만들려고 했던 거예요."
실험 음악의 주목할 사례 만날 수 있는 음악 잔치
나는 인터뷰를 위해 1회와 2회 파주자유음악잔치에 참가한 음악가들을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엄청 많아서! 1회 참가 음악가는 강태환, 강해진, 발칭유 아나스타시우, 아키라 선라이즈, 임기환, 계수정, 달파란, 권병준, 로다운30, 무카이 치에, 박훈규, 신범호, 백현진, 존 벨, 알프레드 하르트…. 2회 때는 더 많았다. 아마도 실험음악 무대에 목이 많이 말랐던 것 같다.
지난 1회, 2회에 대해 김윤태 씨는 "엄청난 분들이 왔어요. 그 사람들을 불러서 한 날에 공연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라며 큰일을 치렀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에도 이한주씨는 "지금도 사람들이 그 뮤지션이 누군지 모른다는 게 아쉬워요. 기회가 되면 다시 부르고 싶은데, 돌아가신 분도 있고…."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파주 자유음악잔치는 3회 때부터 장소가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지하주차장이 되었다. 실험 음악과 지하 주차장은 무척이나 잘 어울린다. 게다가 상업화되기 전 옛 홍대앞에서 실험 예술이 자라던 시절의 모습도 오버랩된다. 이한주 씨는 이렇게 당시를 떠올렸다.
"이제 건물(파주 타이포그라피 학교)이 생기니까! 첫 삽 뜰 때부터 '이제 지하에서 하는 거야' 하고 생각했죠. '남의 집살이 말고 이제 우리집에서 여기 주차장에서 하는 거다',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죠. 그런데 음악 잔치 할 때 건물이 다 완공되지 않았을 때였거든요. 공사판 느낌이 남아 있으니까, 그때 음악잔치 콘셉트를 '소리 공사장'으로 했죠."
3회 때 하면, MUTO의 미디어 아트가 떠오른다. 우선, 거문고를 연주하는 박우재! 그는 거문고를 개량하지 않고도 다른 연주법을 통해 새로운 음색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거문고는 원래 채로 줄을 뜯어서 소리를 내는 악기다. 그런데 박우재는 활대로 줄을 그어 소리를 내는 연주법을 개발했다. 덕분에 새로운 음색을 구현했다. 그리고 그 음색이 꽤 괜찮다. 그런 박우재의 거문고에 전자음악이 입혀진다. 동서양 음악의 혼합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눈길을 끄는 그래픽 조명 예술이 함께한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멋있는 미디어 아트다! 파주자유음악잔치에서 실험 예술의 주목할 만한 사례를 만날 수 있어 기뻤다. (유튜브에서 'MUTO 'Gon' live @ㅍㅍㅁㅍ2016'를 검색해 보시길. 그리고 파주자유음악잔치에 초대받은 원일과 강은일은 이미 이름 있는 뛰어난 음악가이니, 여기서 언급하지 않는 것을 양해해 주시길.)
배우미들이 함께하는 무대 디자인도 눈길 끌어
파주 자유음악잔치는 무대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흥미로운 무대 디자인은 누가 하는 걸까? 김윤태씨가 설명하고, 이한주씨가 덧붙였다.
"배우미(학생)들과 상주 스승인 김건태 선생님이 함께 만들어요. 그 선생님이 파티 학생들이 처음에 올 때 자기 책상 만드는 것을 해요. 자기 작업장을 만드는 거죠. 파티에서 하는 각종 전시라든지 뚝닥뚝닥 만드는 것을 그 분이 장인처럼 하세요."
"아이디어를 배우미들이 내고, 김건태 선생님이 그것을 구현하는 서포트를 하는 거죠. 즉, 실제로 어떻게 만드는지 도움을 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