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고시원, 어디까지 가봤니?

등록 2019.07.01 18:02수정 2019.07.0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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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50만 시대, 불안한 고용... 국가의 녹을 받는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언제 공시생(공무원 준비생) 신분이 될지 모르는 게 요즘 우리의 현실이기에, 언제 살지도 모르는 노량진 고시원을 한번 구해봤다.


위치

먼저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에게 추천받은 곳을 가봤다. 그녀는 무엇보다 "조용한 게 최고"라며 노량진의 동쪽, 노량진 우성아파트 쪽에 형성된 고시원들을 추천했다. 아파트와 주택가 부근이라 조용했다. 거주지 느낌이 났다. 단점이라면 대형학원들과 거리가 조금 있다. 10분 정도 걸어 나가야 한다.

다음으로 온갖 음식점이 밀집돼 있는 노량진 번화가 쪽으로 가봤다. 이곳은 고시촌을 형성하기보다 번화가 곳곳에 고시원이 자리 잡고 있다. 편리해 보였다. 고시원만 나서면 온갖 음식점에 점심은 여기, 저녁은 저기,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음식점뿐 아니라 마트, 드러그스토어 같은 생필품점도 가깝다.

무엇보다 학원과 가깝다. 근거리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술집 또한 많아 매우 시끄러워 보인다는 것. 새벽 2시 수험생들의 한 맺힌 고성방가로 잠이 깨는 건 부지기수일 듯했다. 잠귀가 매우 어둡다면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동작구청 부근, 노량진 서쪽으로 갔다. 노량진초등학교를 등지고 고시촌이 형성돼 있었다. 주변에 유명한 고시식당이 많았다. 고시원은 대부분 공용 부엌이라 요리를 해먹기 쉽지 않아 보였다. 주변에 괜찮은 고시식당이 많다는 건 꽤나 괜찮은 장점같다. 또 M스터디가 이쪽에 큰 건물을 세우면서 새로운 상권이 많이 형성됐는데 그곳과도 가까워 생활이 편리해 보였다. 하지만 학원과의 거리, 한적함 둘 다 애매해 보였다.
 
 고시촌 초입
고시촌 초입강수원
  
가격


처음 가봤던 곳은 월세 35만 원 이하의 고시원이었다. 그냥 원룸을 구할까 망설이다 받아들였다. 샤워실은 언뜻 깨끗해보였는데 물을 틀어보니 역시 수압이 약했다. 부엌을 보러 가는데 곳곳에 바퀴벌레 약이 있었다. 묻고 따질 것도 없다. 패스다.

고시원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무난했던 가격대는 월세 35만~40만 원이었다. 관리가 잘 이뤄지는 고시원의 좁아터진 방은 대부분 이 가격이었다. 좀 더 넓은 방을 이 가격에 사용하고 싶다면 창문을 포기해야 했다. 화장실, 샤워실은 공용이다.


고시텔이라 불리는 월세 45만 원 이상의 프리미엄 고시원도 가봤다. 고시원 안에 화장실이 딸려 있다. 매우 좁아서 습기가 방까지 찰 것 같지만 그래도 공용이 아니라니 좋아 보였다. 콘크리트로 지어 방음도 매우 잘된다고 한다. 게다가 여성전용이었다. 얼마나 편한지 기자는 알고 있기에... 이곳을 붙잡고 싶었지만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워 눈물을 머금고 패스했다.  

체크리스트

다음은 고시원을 구할 때 체크해보았던 사항들이다.

1. 방음이 제대로 되는가? (대부분 잘 안 된다는 걸 알았다.)
2. 샤워실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는가?
3. 샤워기의 수압은 센가? (수압이 센 곳은 거의 없다.)
4. 공동 부엌은 깨끗한가? (냉장고와 정수기를 살펴보면 쉽게 위생상태를 체크할 수 있었다.)
5. 맨 끝 방인가? (맨 끝방은 여름엔 더 덥고 겨울엔 더 추울 수 있다.)
6. 건물전체가 고시원인가? (음식점과 한 건물에 있는 경우 벌레출몰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
7. 햇빛이 들어오는가? (기자에게 햇빛은 매우 중요하기에...)
8. 근처에 술집이 없는가? (위에도 적었지만 매우 시끄러울 수 있다.)


기자는 무엇보다 한적함을 택하고 싶었다. 그러나 취객의 고성이 들리지 않는 곳을 가도 옆방 사람의 재채기 소리는 들릴 것이었다. 적당한 방값을 선택하면 개인화장실을 포기해야 한다. 방이 조금 넓어지면 햇빛은 줄어든다.

고시원을 구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포기의 과정이었다. 어쩌면 청년들이 공무원시험에 몰리는 것도 선택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소리가 나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 어느 순간인가 저절로 그런 능력이 몸에 배게 된 것이다. 발꿈치를 들고 걷는 게 생활이 되었고, 코를 푸는 게 아니라 눌러서 조용히 짜는 습관이 생겼으며, 가스를 배출 할 땐 옆으로 돌아누운 다음 - 손으로 둔부의 한쪽을 힘껏 잡아당겨,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피…쉬…" - 박민규, <갑을고시원 체류기> 중
#고시원 #노량진 #청년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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