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촌 초입
강수원
가격
처음 가봤던 곳은 월세 35만 원 이하의 고시원이었다. 그냥 원룸을 구할까 망설이다 받아들였다. 샤워실은 언뜻 깨끗해보였는데 물을 틀어보니 역시 수압이 약했다. 부엌을 보러 가는데 곳곳에 바퀴벌레 약이 있었다. 묻고 따질 것도 없다. 패스다.
고시원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무난했던 가격대는 월세 35만~40만 원이었다. 관리가 잘 이뤄지는 고시원의 좁아터진 방은 대부분 이 가격이었다. 좀 더 넓은 방을 이 가격에 사용하고 싶다면 창문을 포기해야 했다. 화장실, 샤워실은 공용이다.
고시텔이라 불리는 월세 45만 원 이상의 프리미엄 고시원도 가봤다. 고시원 안에 화장실이 딸려 있다. 매우 좁아서 습기가 방까지 찰 것 같지만 그래도 공용이 아니라니 좋아 보였다. 콘크리트로 지어 방음도 매우 잘된다고 한다. 게다가 여성전용이었다. 얼마나 편한지 기자는 알고 있기에... 이곳을 붙잡고 싶었지만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워 눈물을 머금고 패스했다.
체크리스트
다음은 고시원을 구할 때 체크해보았던 사항들이다.
1. 방음이 제대로 되는가? (대부분 잘 안 된다는 걸 알았다.)
2. 샤워실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는가?
3. 샤워기의 수압은 센가? (수압이 센 곳은 거의 없다.)
4. 공동 부엌은 깨끗한가? (냉장고와 정수기를 살펴보면 쉽게 위생상태를 체크할 수 있었다.)
5. 맨 끝 방인가? (맨 끝방은 여름엔 더 덥고 겨울엔 더 추울 수 있다.)
6. 건물전체가 고시원인가? (음식점과 한 건물에 있는 경우 벌레출몰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
7. 햇빛이 들어오는가? (기자에게 햇빛은 매우 중요하기에...)
8. 근처에 술집이 없는가? (위에도 적었지만 매우 시끄러울 수 있다.)
기자는 무엇보다 한적함을 택하고 싶었다. 그러나 취객의 고성이 들리지 않는 곳을 가도 옆방 사람의 재채기 소리는 들릴 것이었다. 적당한 방값을 선택하면 개인화장실을 포기해야 한다. 방이 조금 넓어지면 햇빛은 줄어든다.
고시원을 구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포기의 과정이었다. 어쩌면 청년들이 공무원시험에 몰리는 것도 선택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소리가 나지 않는 인간이 되었다. 어느 순간인가 저절로 그런 능력이 몸에 배게 된 것이다. 발꿈치를 들고 걷는 게 생활이 되었고, 코를 푸는 게 아니라 눌러서 조용히 짜는 습관이 생겼으며, 가스를 배출 할 땐 옆으로 돌아누운 다음 - 손으로 둔부의 한쪽을 힘껏 잡아당겨,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피…쉬…" - 박민규, <갑을고시원 체류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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