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길'을 걸으면 얻는 게 많아진다. 내 마음 보따리가 든든해진다. 손그림 금경희, 채색 이다은.
금경희
18년간 수학을 가르쳐 오다 최근 폐업을 한 보습학원 원장 선생님. 군산에 사는 그에게 글쓰기를 가르치고, <오마이뉴스>에 기자회원으로 가입해 기사를 쓰라고 한(!) 배지영 시민기자가 들려준 김준정 선생 이야기는 더 놀랍다(관련기사 :
서점에서 만난 사이인데 왜 산에 가야 합니까 http://omn.kr/1kxb9).
"헐! 한글 타자 못 친다고요? 몇 달 동안 에세이 숙제는 어떻게 쓴 거예요? 78년생인데 학교 다닐 때 리포트를 손 글씨로 썼어요? 학원 업무 처리는 누가 대신 해준 거예요?"
마흔이 넘도록 타자도 못 치던 사람이 글쓰기 6개월 만에 이런 글을 쓰게 되리라고는 배지영 기자도 몰랐을 거다. 배지영 기자는 저 글에서 썼다. '준정씨는 10월에 지적장애인들과 같이 히말라야에 간다. 여름 내내 격주로 훈련했고 그 과정을 글로 썼다. 멀고 웅장하고 높은 산에 갔다 와서는 더 유쾌하고 속 깊은 글을 쓰게 되겠지'라고.
잘 쓰지 못하는 걸로 치면 위에서 언급한 직장맘 시민기자보다 김준정 시민기자가 위였을 거다. 하지만 뭐든 '꾸준한 사람'은 못 이긴다. '글 쓰는 산악인' 김준정 기자는 산에 오르듯 글을 썼을 거다. 힘들어도, 포기하고 싶어도 어쨌든 계속 가야 산 정상에 올랐다 내려올 수 있는 것처럼 글도 계속 쓸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랬으니까 타자 치는 속도도 늘고, 이런 좋은 문장들도 생겨났을 거다.
'글 쓰는 길'을 걸으면 얻는 게 많아진다. 내 마음 보따리가 든든해진다. '좋은 기사 원고료'를 주는 독자도 생기고, '좋아요' 눌러주는 독자들, 정성스러운 댓글을 달아주는 독자들도 눈물나게 고마워진다.
같이 글을 쓰는 사람들을 만나 울고, 웃고, 배우는 순간들도 생겨날 거다. 그렇게 계속 쓰다보면 글이 책으로 나오고, 내 팬도 생길 거다. 내 글이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게 될 거다. 무엇보다 글을 쓰면서 나 자신이 꽤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될 거다. 계속 쓰지 않으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일. 쓰기만이 가능케하는 일들이다.
그러니 "잘 쓰지도 못하는데 계속 써야 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에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다. 그 이야기는 기자님만이 쓸 수 있는 글이니 계속 쓰시라고.
6년 동안 14권의 책을 낸 서민 교수도 '일기를 쓰자' 강연에서 말했다. 글쓰기는 꼭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괜찮다고. 글(일기)에는 자기객관화의 힘이 있어 쓰는 동안에 더 나은 사람이 된다고. 그러니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그러니 계속 쓰라고. 시민기자들에게 내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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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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