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상 조선대학교 법학과 교수사이버범죄문제의 최전선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이원상 교수를 인터뷰하였다.
이원상
- 밤토끼의 월 방문객이 3500만 명이다. 리벤지 포르노나 온라인 불법도박 범죄 규모도 상당하다. 사이버범죄가 커질 동안 국가는 무엇을 했나?
"초고속 인터넷이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다. 사이버 공간도 급속도로 진화했다. 이 진화에는 명과 암이 있다. 사람들은 벤처 기업이나 인터넷 인프라 구축, 5G처럼 인터넷의 밝은 점만 보고 싶어 하지만 '어두운 부분'도 함께 발전했다.
앞으로 진행될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명'이 진화하는 만큼 '암'도 함께 진화할 것이다. 사이버범죄는 규범보다 기술이 우위에 있다. 한 사람의 해커가 국가를 상대로 싸움을 거는 게 가능할 정도다. 밤토끼도 마찬가지지 않나? 사이버범죄는 국가 간 경계를 초월한다. 현실 세계에서 발생하는 각종 범죄는 규범을 통해 통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해외에 서버를 두면 국내법상 형성되는 규범이 무용지물이 된다. 범죄자들은 이런 걸 이용할 줄 안다. 규범보다 범죄가 우위에 있다는 뜻이다. 사이버범죄를 현실 세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법과 규범의 한계뿐 아니라 법 집행에 있어서도 한계가 존재한다. 정부가 이 문제를 '부처' 중심으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이버범죄는 한 분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는 불법웹툰 문제를 문체부가 해결하려 했다. '웹툰'을 문화 콘텐츠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사이버범죄'로 인식했다면 사이버경찰청에 맡겨졌을 것이다. 사이트 차단 이슈라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했을 것이다. 각 부처의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어느 부처가 더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까? 답은 함께 해야 한다는 거다. 부처만이 아니다. 이 문제와 연결된 다양한 영역이 모여야 한다. 부처 간 협력이라는 게 조직 당사자들에겐 귀찮고 어려운 문제다. 처음부터 함께 해야 하는 문제지만 조직 논리에 따라 움직이기에 십상이다.
범위를 더 넓혀 여성 문제, 도박 문제, 보이스피싱 문제, 각종 해킹 등 사이버범죄 문제 전반으로 확산한다고 생각해보자. 일개 부처의 접근만으로 해결이 가능할까? 사이버범죄마다 문제점이 비슷한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다. 자연스럽게 각 문제의 특수성과 보편성이 공유되면서 대응 노하우도 축적해야 하는데 부처 정부가 이걸 못하고 있었다. 컨트롤 타워가 부재하고 공동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다."
-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버 범죄라는 면에서 웹툰 업계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여성계 이야기를 들어보니 민간에서 직접 나서기 전까지 방치 상태였다고 한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설립 후 몇 년 동안 불법동영상 공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고 실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노하우가 전혀 다른 영역으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
"초기 인터넷이 생겼을 때는 사이버 공간을 현실 공간과 분리해서 생각했다. 그런데 금융, 유통 등 각종 분야에 대한 시장이 형성되면서 사이버 공간이 점점 거대해졌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범죄 또한 다양한 기술과 국경, 기업 서비스 등의 경계를 오가며 복잡하게 진화했고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사이버경찰청'이란 부처의 문제로만 생각한다. 이렇게 되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문제, 해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가 사회 이슈로 발전하면 공무원들은 단기 실적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처리가 형식적이고 파편적으로 변하게 된다는 뜻이다.
사이버범죄는 국제 공조를 해야 하는데, 외국은 자국의 문제가 아닌 사건에 대해선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 거칠게 말하면 한국의 웹툰 작가들이 겪는 고통을 미국이 관심 가져야 할 이유는 없다.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만화가 한국에서 불법으로 유통되는 것에 한국 정부가 일본 만화가들의 권리를 위해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와 집요함을 갖고 상대를 만나야 한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서는 미국 FBI와 협조해 국내·외 불법포르노 사이트 200여 개 정도를 폐쇄시켰다. 여성 당사자조직이 피해자 상담, 법률제정, 국제연대 등 사이버성폭력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유의미의한 성과를 낸 것이다. 이러한 집요함은 피해 당사자가 아니면 갖기 힘들다. 결국 피해자와 각 분야의 전문가, 정부가 만나서 함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사이버범죄의 문제는 부처 중심으로 사고하는 '거버먼트(government)'로는 해결이 힘들다. 피해당사자, 학계, 기업 등의 민간과 정부가 함께 만나 고민해야 한다. 이 같은 민관협력을 '거버넌스(governance)'라 부른다. 거버넌스가 부재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이버범죄가 20년 동안 방치 된 것으로 봐야 하지 않나 싶다."
사이버범죄 해결하려면 민관 협력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