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좋은 기사를 내겠다는 마음 하나로 시민기자와 내가 소통했다는 느낌이 들 때, 내가 하는 이 일이 더 없이 좋다. 손그림 금경희, 채색 이다은
금경희
안준철 시민기자님은 내가 덜어내겠다고 한 부분을 살려(?)달라고 하셨다. 이유는 있었다. 그 부분이 빠지면 '성의 없는 서평이 된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고 하셨다. 내 마음도 덩달아 무거워졌다. 최대한 살려(?)드리고 싶었다.
어떻게 하나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기자님에게 여러 번 쪽지가 왔다. 그래도 뭔가 마음에 남으셨는지 다음날, 분량에 맞게 글을 전반적으로 수정했다며 편집을 다시 부탁하셨다. 기사를 처음부터 다시 봐야 했다. 결국 두 번 일을 하게 됐지만 괜찮았다.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본인 기사에 이 정도로 애정을 보이는 기자님으로부터 삶의 태도를 또 하나 배우는 듯했다. 기자님의 쪽지에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잔뜩 묻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 제 글로 번거롭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하네요. 편집자의 입장에서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너무도 죄송하지만 한 번 더 부탁드립니다."
기사는 기자의 이름을 달고 나간다. 나는 그 글을 편집하는 사람이지만, 어쨋든 그 글의 주인은 기자다. 그러니 최대한 시민기자의 입장을 배려해서 편집하는 것도 나의 주된 일 중 하나다(아직 경험이 부족한 입사 초기에는 이 완급 조절을 제대로 못했고, 그래서 벌어진 흑역사만 기록해도 장편소설 감이다).
물론 간혹 그 진심을 오해 받거나, 전달이 잘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 속상한 마음은 뭐라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이번처럼 서로 좋은 기사를 내겠다는 마음 하나로 시민기자와 내가 소통했다는 느낌이 들 때, 내가 하는 이 일이 더 없이 좋다. 일이 많아도 힘들지 않다. 시민기자들도 내 맘 같을까.
(언젠가는 시민기자를 배려했던 내 맘을 전혀 다르게 받아들였던 그 분 이야기를 한번 해봐야겠다. 그 또한 배움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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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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