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만난 손정의 회장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

청와대에서 1시간 30분 동안 접견... "한국 인공지능에 투자해 달라" 요청

등록 2019.07.04 17:53수정 2019.07.0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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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청와대에서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청와대에서 만났다.청와대 제공

최근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 규제로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방한한 손정의(63)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을 청와대에서 만났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청와대 집현실에서 손 회장을 만나 동북아 슈퍼그리드와 4차 산업혁명, 제2벤처 붐, 인공지능(AI)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손 회장은 특히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다"라며 한국 정부가 인공지능에 전폭적으로 투자하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 "아시아 슈퍼그리드 구상에서 큰 영감"

이날 접견의 사회자로 나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오늘은 한국 경제, 더 나아가 한국 사회 전체의 미래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글로벌 리더 중에 한 분인 손정의 회장을 모시고 여러 가지 조언을 듣고, 한국 정부와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겠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2012년에 일본 소프트뱅크 본사를 방문해서 대담을 나눈 일이 있는데 기억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손 회장과의 인연을 언급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민주통합당 대권주자였던 지난 2012년 6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도쿄의 소프트뱅크 본사에서 손 회장을 만나 그가 추진하는 '아시아 슈퍼그리드 구상'에 관해 의견을 나눈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손 회장과 만난 뒤 주일 한국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손 회장과 만나 원전이 안전하지 않고, 폐기 비용을 고려하면 저렴하지도 않은 만큼 장기적으로 원전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라며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려면 몽골과 한국, 일본을 연결하는 아시아 슈퍼그리드 구상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의견을 자신의 "국내 에너지 정책"이라며 "원전 수출은 별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2012년 소프트뱅크 본사를 방문해 손 회장의 아시아 슈퍼그리드 구상을 듣고 큰 영감을 받았다"라며 "(그래서) 동북아 슈퍼그리드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은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는 청정 에너지원을 개발해 동북아시아 국가간 전력망 구축과 연계를 통해 전력을 공유하는 프로젝트다. 몽골과 중국의 풍력, 태양광 에너지를 한중일 전력망 연계를 통해 전력을 공유하는 가로축 연계와 러시아 극동지역의 수력, LNG(액화천연가스) 등 청정에너지를 활용하는 세로축 연계로 진행되고 있다. 동북아시아를 에너지로 연결해 경제공동체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인공지능은 인류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4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인공지능에 전폭적으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4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인공지능에 전폭적으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동북아철도 공동체가 동북아 에너지 공동체로, 그리고 동북아 경제 공동체로, 다자 안보 공동체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라며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제2벤처 붐 가속화를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가?"라고 조언을 부탁했다.

문 대통령은 "손 회장이 김대중 대통령 당시에는 초고속 인터넷망 필요성을, 노무현 대통령 당시엔 온라인게임 산업육성을 조언했다"라며 "그것이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라고 감사인사를 건넸다. 

이에 손 회장은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한국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초고속 인터넷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라며 "현재 한국이 초고속 인터넷, 모바일 인터넷 세계 1위 국가로 성장하고 수많은 IT우수 기업이 배출되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지난 20년간 1인당 GDP가 일본이 1.2배, 미국이 1.8배 성장할 동안 한국은 3.7배나 성장한 것은 초고속 인터넷에 대한 과감하고 시의적절한 투자 때문이었다"라며 "구체적인 정책과 전략은 다른 사람들이 해도 되지만 대통령은 비전을 갖고 방향을 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특히 인공지능에 전폭적으로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앞서 그는 지난 6월 1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이매진 도쿄 2019' 서밋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 인류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해결책이다"라고 인공지능과 로봇을 예찬한 바 있다.

손 회장은 "AI는 인류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다"라며 "젊은 기업가들은 열정과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금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니콘이 탄생할 수 있도록 투자가 필요하다, 이렇게 투자된 기업은 매출이 늘고, 이는 일자리 창출을 가져오며 글로벌 기업으로 확장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다"라며 교육, 정책, 투자, 예산 등을 통해 인공지능 분야를 전폭적으로 육성하라고 제안했다.

"인공지능, 한번에 따라잡는 과감한 접근이 필요"

이에 문 대통령은 "대기업은 자금력이 있어 스스로 투자가 가능하지만 혁신벤처창업가들은 자금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라며 "특히 젊은 창업가들에게 투자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시장의 규모는 한계가 있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라며 "소프트뱅크가 가지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움을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 외에도 문 대통령은 AI 전문인력 양성 분야에도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고, 대통령의 세 가지 제안에 손 회장은 흔쾌히 'I will!'(그러겠다)이라고 대답했다"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AI 분야에서 늦게 출발했을 수 있지만 강점도 많다"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뤘고, 이미 만들어진 개념을 사업화시키는 데에는 단연 앞서 간다"라고 한국의 AI 분야에 투자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이러한 당부에 손 회장은 "한국이 인공지능 후발국이나, 한발 한발 따라잡는 전략보다는 한 번에 따라잡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라며 '인공지능 활용 중심 전략'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손 회장은 "세계가 한국의 인공지능에 투자하도록 돕겠다"라며 "한국도 세계 1등 기업에 투자해라. 이것이 한국이 인공지능 1등 국가가 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접견 자리에는 카츠노리 사고 소프트뱅크 부사장과 문규학 고문,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배석했다.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가운데)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만남에 앞서 참석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박 장관, 고민정 대변인, 김 실장, 이호승 경제수석, 이진석 정책조정비서관.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가운데)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만남에 앞서 참석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박 장관, 고민정 대변인, 김 실장, 이호승 경제수석, 이진석 정책조정비서관. 연합뉴스
 
이재용·정의선·구광모·김택진·이해진 등 만난다

재일동포 사업가인 손 회장은 일본 최대 IT 투자기업인 소프트뱅크의 창업자이다. 그가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는 차량공유 '우버'(미국)와 '그랩'(동남아시아), '디디추싱'(중국), 온라인몰 '플립카트'(인도), 위성통신 '원웹', AI농업 '플렌티', 산업용 IoT 소프트웨어 'OSI소프트', 자율주행용 빅데이터 분석 '나우토', 로봇 '보스톤다이내믹스'(이상 미국) 등 전세계 혁신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그는 또다른 펀드를 설립해 인공지능 관련 혁신기업 투자를 가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손 회장은 이날 저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초청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등 젊은 국내 대기업 총수들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 등 국내 벤처창업 1세대 기업인들을 만날 예정이다.
#손정의 #문재인 #인공지능 #소프트뱅크비전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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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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